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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26. 2019

나의 클래식 기타 분투기(奮鬪記)-전편

어릴 때부터의 로망 클래식 기타를 배우며


박현욱 장편소설 <새는>


<아내가 결혼했다>로 많이 알려진 박현욱의 소설 중에 <새는>이란 책이 있다. 자전 소설 비슷한 책으로 학창 시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독백과 행동들이 꽤 독특하고 재미가 있기 때문에 잘 읽히는 책이다. 책 내용 중 주인공이 한 소녀에게 반하는 부분이 있다. 소년은 그 소녀에게 잘 보이고 싶다. 하지만 외모도, 말솜씨도 부족하기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소녀가 클래식 기타 연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그날부터 당장 기타를 사서 연습을 시작한다.


그리고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아 소년은 클래식 기타 연주의 상당한 고수가 된다. 비결은 딱 하나다. 하루 최소 8시간의 연습. 소년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연습한다. 물리적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등하교 시간이나 기타가 없는 공간에 있다면 그는 빈손으로, 그리고 상상으로 기타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하루 최소 8시간의 시간을 채운다. 이렇게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그건 무조건 거짓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말했던가. 실력은 결코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주민자치센터 클래식 기타 교실에 등록하다


1년 반 전인 2018년 7월 초. 난생처음 기타 교실에 등록했다. 학원은 아니고 동네 주민자치센터에 개설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3개월에 6만 원. 저렴했다. 매주 수요일, 2시간씩 수업. 다행히 가지고 있던 기타는 있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때 기타 학원 다닐 때 사용했던 기타였다. 다만 제법 시간이 흐르다 보니 줄과 판 사이가 들떠 온전히 연주를 하기에는 조금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도 가져가 보면 무슨 방법이 있겠지. 그렇게 생전 처음 기타 교실을 찾아갔다.


수강 인원은 열댓 명 정도였다. 나이대는 대부분 60대 정도로 보였고, 간혹 젊은 여자분들이 2~3명 끼어 있었다. 나는 그래도 젊은 축에 속했다. 아니 어린 축이라 해야 하나. 추억의 교실에 온 느낌이었다. 2시간 중에 1시간은 이론 수업이었고, 나머지 1시간은 개인 연습 시간이었다. 혼자 연습을 하고 있으면 강사가 돌아다니며 조금씩 자세며, 연주법 등을 봐준다. 하지만 잘해야 5분 정도? 마치 숙제 검사받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기타 수업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일단 이론 수업이 좋았는데, 마치 중학교 때 음악 수업을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시간에 강사가 내 기타를 손봐 주었다. 판의 들뜸을 낮추기 위해 지지대를 낮은 것으로 바꿔 주었고, 더불어 오래된 기타 줄을 새것으로 교체해 주었다. 소품으로 클래식 기타용 피크(부드러운 것)를 구입했고, 연습을 위해 4권짜리 기타 바이엘 교재도 샀다. 제법 돈이 들어갔다. 뭐 그래도 기타를 사지 않은 것이 어딘가. 같이 기타 교실에 들어온 동기분은 강사를 통해 기타를 구입했는데, 무려 65만 원짜리(아들 것은 35만 원, 사실 그것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였다. 헐, 기타 가격 장난 아니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기타를 처음 잡아본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군대에서 제대해 복학 준비를 하고 있던 형을 통해 기타를 배울 수 있었다. 처음 연습했던 곡이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기타를 조금이라도 쳐본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왜 그곳이 초보자용 곡인지. 4개의 코드 C-Am-Dm-G7가 반복되는 슬로우록 연주곡의 대명사!


그 이후 본격적으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클래식 연주는 아니었다. 그저 코드를 잡고 주법을 연주하는, 반주용 연주였다. 마침 교회를 다니면서 나의 기타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기타 치는 교회 오빠 좋지 않은가! 하지만 한계는 금방 왔다.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았다. 코드를 잡고 웬만한 노래를 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다였다. 클래식 연주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악보는 왜 그리 어려운가. 간신히 간신히 기타를 치는 사람이라면 필수곡이라 할 수 있는 로망스(영화 <금지된 장난> OST)를 더듬더듬 치는 수준까지는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였다.


대학생이 되었다. 클래식 기타 연주 동아리에 들어가고자 했다. 자진해서 동호회실을 찾았다. 하지만 가입도 하지 않은 채 금방 나오고 말았다. 남자 선배 하나가 웅얼거린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번 신입 중에 여자는 한 명도 없고, 어째 보잘것없는 수컷들만 득실득실하다냐...’ 나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당시 너무 소심했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 5분을 견디지 못했다. 그렇게 클래식 기타 동호회의 로망은 날아갔고, 그 이후 클래식 기타를 향한 열정은 가슴 한켠 구석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후편에서 계속)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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