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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30. 2019

나의 클래식 기타 분투기(奮鬪記)-후편

어릴 때부터의 로망 클래식 기타를 배우며


(전편에 이어)



악기연주는 기능이다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직장을 나와 시간이 많아지니 다시 한번 시작해보고 싶었다. 용기를 냈다. 등록을 했고 첫 수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바이엘 4권을 한달 만에 끝냈다. 매일 1시간 이상씩 연습했다. 물론 <새는>의 주인공처럼 8시간씩 연습했으면 더 빨리 실력이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보 때는 매일 1시간 연습으로도 실력이 금방 늘어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습하는 동안에는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오히려 퇴보하는 듯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다음날, 혹은 그 다음날이 되면 안되던 것이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악기연주는 기능이라고 한다. 기술이라 표현해도 무방하다. 기술은 오로지 지속적인 연습과 그렇게 누적된 시간에 의해 형성된다. 악기연주도 마찬가지다. 물론 재능까지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재능은 아마추어 연주가에게는 없어도 괜찮은 품목이다. 웬만한 허들은 다 연습으로 커버될 수 있기 때문이다.


4권의 바이엘을 끝내자 그때부터 강사가 자신이 보유한 악보를 하나씩 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연주곡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처음받은 곡은 <Slide Waltz>였다. 악보상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니 제법 많은 연습 동영상들이 있었다. 아, 초보자들이 많이 연습하는 곡이구나. 슬라이딩과 해머링 온 등의 기법들이 들어가 있어 그 부분을 연습하는데 도움이 되는 곡이었다. 혼자서는 쉽지 않았는데 강사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첫 곡을 끝낼 수 있었다. 드디어 나도 (더듬더듬이나마)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생긴 것이다.


다음으로 받은 곡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단음 위주로 쉽게 편곡된 곡이었다. 일주일 열심히 연습해서 가니 잘못된 부분만 잡아주고는 다시 다른 악보를 준다. 이번에는 <러브 스토리>였다.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곡이었다. 운지에서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 흠, 쉽지 않네. 어느 정도 연주하는데까지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숙제 검사를 한 후 다음 곡을 받을 수 있었다. 아! 4번째 악보는 나를 흥분시켰다. 그 유명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였다. 다만 초보자들이 치기 쉽도록 수정한 악보였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간은 좀 걸렸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완벽히(빠르고 거침없이) 치진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연주할 수준은 되니 어느정도는 만족스럽다.


다음은 지금까지 받은 악보 리스트이다.


- <Slide Waltz>

- <Romeo & Juliet>

- <Theme From Love Story>

- <Ballade Pour Adeline>(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 <La Playa>(안개낀 밤의 데이트/영화 <라브리안 바닷가> 주제곡)

- <신라의 달밤>

- <Canon> - 쉬운 편곡본

- <Plein Soleil>(태양은 가득히)

- <More>(모어, 영화 <몬도가네> 주제곡)

- <Beautiful Dreamer>(꿈길에서)

- <Wiegenlied>(모차르트 자장가)

- <Haidenroslein>(들장미)

- <예수 나를 위하여>(찬송가)

-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찬송가)

-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찬송가)

- <내 진정 사모하는>(찬송가)

- <죄짐 맡은 우리 구주>(찬송가)

-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찬송가)

- <얼굴>

- <즐거운 나의 집>

-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 <샤론의 꽃 예수>(찬송가)

- <El Bimbo>

- <Serenade>(슈베르트의 세레나데)

- <잊혀진 계절>(이용 노래)

- <A Comme Amour>(가을의 속삭임)

- <그때 그 사람>(심수봉 노래)

- <Bacarole>(뱃노래)

- <기쁘다 구주 오셨네>(캐롤)

-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김현철 노래)


지금까지 총 30곡을 받았다. 여기서 정말 프로처럼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떠듬떠듬이라도 웬만큼은 다 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기쁘다. 그만큼 실력이 어느 정도 늘었고 이제 이 정도는 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는 거니까.


위의 리스트 외에 혼자서 악보를 구해 연습한(지금도 하고 있는) 곡들도 있다.


- <Yesterday>(비틀즈 노래)

- <Wind Song>(바람의 시, Kotaro Oshio)

- <13 Jours En France>(하얀 연인들, 동명의 영화 주제곡)

- <Paganini Violin Sonata Op.3 No.6>(혜린의 테마)

- <月亮代表我的心>(월량대표아적심, 영화 <첨밀밀> 주제가)


코타로 오시오의 연주곡 <Wind Song>(바람의 시)은 내가 참 좋아하는 곡이다. 잔잔하지만 운율감이 넘치며, 듣다보면 기타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Twilight>(황혼)도 좋지만 그보다는 <Wind Song>이 더 끌림이 있다.



2020년에 꼭 연주해 보고 싶은 2곡!


올해는 야심차게 2곡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바로 Johann Pachelbel이 작곡한 <Variations on the Kanon>(캐논변주곡)과 트레몰로 주법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클래식 기타 치는 사람들의 로망곡 <Recuerdos de la Alhambra>(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Francisco Tárrega 작곡)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매일 꾸준히 그리고 1년이면 어느 정도 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2, 3년 뒤면 일정 수준까지는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한가지 희망이 있다. <Recuerdos de la Alhambra>을 연주할 수 있게 되면 언젠가 실제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해 거기서 이 곡을 한번 연주해 보고 싶다. 해가 어스름하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연주하는 <Recuerdos de la Alhambra>! 생각만 해도 좋은데, 실제로 가서 해보면 얼마나 더 좋을까. 살아생전 원하는 하나의 꿈이다.


이제 1년 반. 2년, 3년 그리고 5년이 지나면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더 많아질 것이며, 나의 실력 또한 더 좋아질 것이다. 나는 안다. 꾸준한 연습이 결국 실력을 높이는 길임을. 그래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기타를 잡고 연습하려 한다. 목표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부족한 실력임에도 누군가의 앞에서 연주도 하게 될 것이고, 기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기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써 더 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은 이렇게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함으로써,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연결된다. 그러면서 다시 추가되고 삶의 여러 슬롯은 장착되며 확장된다. 그것이 삶의 묘미고 재미라 할 수 있다. 클래식 기타를 배우며 넓어지고 풍부해진 내 삶의 여유가 참 좋다. 기쁘고 즐겁다. 그리고 이 행복이 앞으로도 쭉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더 흐믓하다.



* 덧붙임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분명 기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테니 감사함을 담아 한가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기타 연주하시는 분들의 욕심 가운데 하나라면 연주하고 싶은 곡의 악보를 얻는 것인데, 사실 악보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물론 돈 주고 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몇 곡의 악보를 구하고자 책 한권을 통째로 사는 것 아닌 듯 싶다. 얼마 전 아주 우연히 좋은 사이트를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이곳이다.


https://affettomnc.com/tabs/


실제 연주와 앨범도 발표하는 Jeremy Choi(최병욱)란 분이 직접 악보도 편곡하고, 자신이 연주한 동영상까지 올려 놓았기 때문에 기타 연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사이트라 할 수 있다. 물론 타브 악보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200여 곡이 넘게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과 선호도에 따라 원하는 곡을 다운 받으면 된다. 유용하게 활용하시길.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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