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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y 20. 2020

'나란 사람'과 '나의 역사'에 대해
나누는 시간

에코 기본과정 1박 2일 오프를 마치고


누구나 다 인생을 살아가며 잊혀지지 않는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좌절하기도 합니다. 인내와 노력을 통해 극복을 위한 몸부림을 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시간이 흘러 아물었다 생각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도지기도 합니다. 상처로 인해 삶이 힘들고, 그로 인한 아픔 때문에 인생은 괴롭기만 합니다.


세상 사람들을 둘러보면 마냥 행복하고 즐겁게 보이기만 합니다. 그래서 왜 하필 나에게, 왜 나만 이럴까 하는 자괴감도 듭니다. 과거의 그 일만 아니었다면, 그때 내가 그곳에 있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수십 번, 수백 번 벗어날 조건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지만 이미 상처는 아물지 않는 흉터가 되어 계속해 그 아픔을 상기시킵니다. 세상이 밉습니다. 왜 나만 이런 큰 상처를 가진채 살게 하는지 신조차 미워집니다.



'나란 사람'과 '나의 역사'에 대해 나누는 시간


지난 주말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1박 2일 오프가 있었습니다. 이번 오프의 주제는 ‘나란 사람과 나의 역사에 대해 나누기’였습니다. 진행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발표과제 : '나란 사람'과 '나의 역사'에 대해 나누기!


  발표 내용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

    *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이유(2가지)

    * 살아오면서 가장 슬펐던 순간과 이유(1가지)

    *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가 된 순간과 이유(1가지)

    *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그 이유는?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 지금 남편(아내)을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결혼생활은 어떠한지.

    *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 그리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하다 생각되는 조건/방법은?

    * 내가 꿈꾸고 그리는 미래는?

    * 그 외 하고 싶은 이야기들


  발표방법     

    * 55분간 온전히 혼자서 이야기해야 하며, 그 시간 동안은 어느 누구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 55분이란 시간은 반드시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 정해진 시간이 초과되더라도 절대 끊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맘껏 할 수 있습니다.

    * 그냥 이야기하되, 혹 아무것도 없이 말하기 어려운 사람은 간단한 메모를 해 와도 괜찮습니다. 단, 편지나 완전체의 글을 써서 읽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진실해야 하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1시간 반에 걸친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발표가,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끝났습니다. 총 6명의 이야기, 그 살아온 역사는 무겁다 못해 비장했습니다. 누구 하나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골은 가슴을 내리누를 만큼 깊었고, 숨이 막히기까지 했습니다. 평상시 편한 얼굴에서는 결코 알아챌 수 없었던 각자마다의 삶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했고, 그 어떤 영화보다 파란만장했습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역사로 새겨졌습니다.



어린 나를 만나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상처는 유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부모 또는 형제의 무관심, 이혼, 차별, 때로는 폭력까지. 그로 인한 상처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렇게 아로새겨진 기억은 무의식의 영역까지 침투하여 자신의 성격까지 지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심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편치 못하며, 또한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극복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물론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00%는 아닙니다. 진한 빛깔의 기억이 흐릿해질지언정 백지처럼 원상 복구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는지, 왜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자기 탐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시간을 거치다 보면 어릴 적 혼자 힘겹게 버티고 있는 어린 나를 만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어린 나를 안아주는 일입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니, 이제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차디찬 손을 녹여주며 가슴으로 꼭 안아줘야 합니다.


부모나 형제, 친척들을 내가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유아 시절은 키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은 작고 크든 상처를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환경이 그랬던 것뿐입니다. 물론 부모의 잘못이 클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자녀를 대하는 마음과 양육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소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특히 어린 나를 키웠을 부모의 나이가 되어 생각해 보면 그들 또한 부모가 ‘처음’이었던 만큼 쉽지 않았을 겁니다. 분명 악의는 아니었을 겁니다.



자기애와 자존감


부모와의 화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라도 괜찮습니다. 그때 왜 그랬냐는 투정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 힘들었음을 표현하고, 그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묻어놓는다고 해서 모든 기억과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꺼내 놓아야만 비로소 무의식은 의식으로 넘어오게 되고, 그 자체만으로도 상처는 작아지고 아물게 됩니다. 이미 옛날이야기고, 지금 괜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는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과정 자체가 ‘자기애(自己愛)’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자기애’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의외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로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이러이러해서 나 자신이 싫거나 혹은 싫지는 않지만 주변의 누구처럼 바뀌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해보지만 여전히 나는 그대로인 것을 발견하고 좌절하게 되죠. 나는 나일뿐입니다. 그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나는 남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은 온전히 나의 인생입니다. 누가 살아줄 수 없죠. 그래서 내 인생을 제대로,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나’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조차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자기애가 확실한 사람은 자신감이 넘칩니다.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는 자존감과 연결됩니다. 당연합니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자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 또한 존중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충만해 있기 때문이며, 흘러넘치는 그 기운을 나눌 충분한 여력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잘 경청함은 물론이고 칭찬에도 능합니다.




저는 사람책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 어떤 책보다도 한 사람의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드라마에도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감동과 희열, 안타까움이 모두 모아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살아온 인생과 대비를 하게 되고, 더불어 경이와 경의를 표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명의 이야기가 끝나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였습니다.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삶과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한 단계 더 성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열성을 다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내딛고 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에 진정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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