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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ug 20. 2020

글이 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

#74,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먼저 돌아볼 것에 대해


컨셉도 기획도 좋지만...


‘컨셉도 기획도 정말 좋습니다만 이 원고 그대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초고를 기반으로 좀 다듬어보면 어떨까요? 사회적 글쓰기 방식으로 고쳐보면 좋을 것 같은데...’


지난 해 말 한 출판사로부터 받은 피드백이었다. 같은 원고를 100곳의 출판사에 보내 놓고 보니 하루하루 도착하는 거절메일의 양 또한 엄청났다. 대부분은 ‘훌륭한 원고이나 인연이 아닌 듯 하니 더 좋은 기회를 만나시기 바란다’는 형식적인 거절이었지만 간혹 원고 전문을 보내주시면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위의 피드백도 그런 출판사 중의 한 곳의 반응이었다.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최종결론은 ‘그럴 이유가 없다.'였다. 초고를 마치는 순간 몇 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기왕 쓴 원고가 책이 되지 못 한다는 사실이 섭섭하긴 했지만 ‘책’이라는 모양새에 집착해 얼굴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추가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마음을 풀어놓고 내면의 소리와 소통하는 희열은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글쓰기는 의무로 꽉 채워진 일상의 ‘숨통’이었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었다. 그 자유의 時空에서 충전받은 에너지로 일상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런 내게 ‘사회적 글쓰기’는 스스로 숨통을 막으라는 주문에 다름이 아니었다. 배울 이유가 없는 기술이었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든 피해야 할 기술이었는지도 모른다.


14주간 현역 연구원들과 함께 내가 아는 유일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 혼자 노트에만 끄적이던 글을 게시판에 올린다는 것은 분명 모험이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온 마음을 다해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으로선 현역 연구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여라고 믿었다. 굳이 ‘페이스 메이커’라는 기묘한 역할을 자처한 것도 이런 상황인식 때문이었다.


연구원들을 기다리며 썼던 ‘응시원서’를 포함해 15꼭지의 글을 썼다. 글쓰기의 원칙은 딱 하나. ‘그 순간 품고 있는 가장 뜨거운 것을 끄집어 낼 것.’ 6월 오프를 앞두고 그동안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한편씩 읽을 때는 읽지 못하던 맥락이 눈에 들어왔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고 큰소리 빵빵치던 것과는 달리 애절하게 읽는 이들의 ‘사랑과 이해’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삶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랑과 이해’가 절실한 시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아낌없이 주겠노라고 받아들인 그들에게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가진 가장 풍요로운 것을 오히려 그들에게 구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기꺼이 마음을 내고도 그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作家’는 독자를 대신해 고민해주고 그 해답을 살아주는 사람



그제서야 애써 외면하던 ‘사회적 글쓰기’라는 단어가 가슴으로 무찔러 들어왔다. 연구원들의 여정을 돕겠다는 ‘역할’에 기대되는 ‘역할행동’에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익혀 전하려는 노력이 포함되어야 한다. 


‘作家’도 마찬가지다. 내가 꿈꾸는 ‘作家’는 독자를 대신해 고민해주고 그 해답을 살아주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독자’를 위해 쓰는 에너지를 아까워해서야 되겠는가? ‘힘들게 얻은 깨달음으로 내 삶은 꽤나 괜찮아졌으니 필요하면 갖다가 쓰던가 말든가’하는 태도로는 아무도 도울 수 없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꼭 전하고 싶은 깨달음이라면 그들이 받아들이기 편안한 방식으로 가공하는 노력을 아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노력의 과정 또한 기쁨이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사회적 글쓰기’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더불어 연구원 과정에서도 그동안 고집하던 ‘페이스 메이커’ 딱지를 떼고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런 나눔의 시간들이 쌓이고 모이면 ‘책’도 되고 ‘삶’도 되겠지. 그 책과 삶이 곧 내가 되겠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책과 삶을 지어간다는 의미일거야. 이렇게 내 삶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다. 고마운 일이다.




                                                              2018년 6월 19일


                                             -- 박미옥(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作家’는 독자를 대신해 고민해주고 그 해답을 살아주는 사람.


멋진 문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작가는 그저 자신의 삶, 자기만의 방식으로 충실히 사는 사람입니다. 남의 인생에 대해 이러 저러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만의 삶을 충실히 살아온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가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이 책이 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책은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팔릴 만하다 판단되지 않으면 절대 책으로 제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은 무수하나, 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책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자비출판, 혹은 일부 부담 등의 형태로 그 제작 경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이나 작가의 존재로부터 과거의 촌철살인과 같은 매력을 찾아보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좋은 책이 드문 이유입니다.


좋은 책은 감동 깊은 글로부터 만들어지고, 그런 글은 자신의 행동과 생각으로부터 출발됩니다. 곧 나의 삶이 글이 되고, 책으로 만들어집니다. 좋은 책 뒤에는 멋지고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좋은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삶과 행동, 그리고 생각부터 돌아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 덧붙임 : 쓰고 보니 저부터 반성이 되네요...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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