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을 위한 A~Z, <창업비용 2만원, 1인기업으로 살아남기>
그가 나의 귀인으로 등극(!)한 것은 2018년부터다. 나는 2017년부로 23년간 재직했던 회사를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자발적은 아니었다. 짤린 거니까. 하지만 그전부터 계속 1인기업에 대한 준비는 해오고 있었다.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이란 책도 내고, 꾸준히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면서 1만 명이 넘는 독자를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취미활동으로는 더없이 우아해 보였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만큼 컸다. 돈이 되질 않았다. 특히나 1인기업가의 가장 큰 자금줄이라 할 수 있는 강의를 할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빛 좋은 개살구와 같았다. 달리 무엇을 할 기반조차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는.
이때 정도영 소장이 강의 자리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중소기업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교육의 재무 파트 강사로서 데뷔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비록 수강 인원은 적었지만, 열심히 준비했다. 더불어 그날 정도영 소장의 강의와 내 강의가 연달아 있던 까닭에 그는 내 강의를, 나는 그의 강의를 수강했다. 강의가 끝난 후 그의 평가는 이랬다. 콘텐츠는 괜찮은 편이지만, 강의 스킬과 돈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다소의 ‘뻥튀기(여전히 나의 약점(?)이기는 하다)’도 좀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이후에도 인천경영자협회에서 진행된 생애설계 교육에 가끔 재무파트 부분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2018년에는 기아자동차 생산직 종사원들과 동서식품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재무설계 강의도 진행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사실 강의쪽은 발딛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니 그가 귀인이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번에 출간된 <창업 비용 2만 원, 1인기업으로 살아남기>은 꽤 오랜 시간 정도영 소장이 공들인 책이라 할 수 있다. 1인기업 6년차로서 자신이 겪고 행했던 거의 전반적인 내용과 생각들을 총망라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기가 코로나19와 겹침으로 인해 출간을 해야할 것인지 꽤 고민을 한 책이기도 하다. 1인기업을 비롯해 프리랜서들이 코로나로 인해 밥벌이 걱정을 해야할 판에 1인기업이 이러저러해서 좋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종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출판사에서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 책이 필요하다며 출간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한다. 아마 제목도 크게 한몫한 것 같은데, ‘창업 비용 2만 원’과 ‘살아남기’란 단어가 독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여겨진다. 직장생활도 어렵고, 또 오랫동안 직장인으로 남기 어려운 상황에서 1인기업을 최후의 보루로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자본이 하나도 들지않고, 또한 성공까진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력적이진 않더라도 참고삼아서라도 한번은 읽어두어야 하는 필독서, 실용서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홀로서기를 준비하며 나 또한 1인기업에 대한 여러 책들을 읽었었다. 하지만 1인기업에 대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 철저한 준비와 또한 자신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일목정연하게 잘 정리한 책은 만날 수 없었다. 주로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만 나열했을 뿐, 실제적으로 1인기업가로 활동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준비과정, 태도, 행동, 컨텐츠 만들기 등 정작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쉬웠었다.
이 책은 1인기업가를 위한, 더 나아가 1인기업가로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필독서라 말하고 싶다. 그와 친구 사이라 이렇게 입에 침까지 발라가며 미사어구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롤로그에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책은 무려 26개의 직업을 전전(?)한, 그리고 무려 2,400명의 사람들을 컨설팅하며 배우고 느낀 살아있는 사례와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의 이전 책들보다 훨씬 쉽게(!) 쓰여져 이해도 잘 된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다소 시크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감안했을 때 이 책은 정말 친절(!)하기까지 하다.^^
평생 직장인은 없다. 하지만 평생 사업가는 있다. 1인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1인기업가로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딜레마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손놓고 가만 있는 동안, 나이를 먹게 되고 결국 의도치 않은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슬픈 결말이다. 정도영 소장은 책에서 말한다. 무모함에 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안 되는 이유 백 가지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논리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때로 무모함에 표를 던질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결국 자신이 절실한 만큼만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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