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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16. 2020

이 세상 최고의 만찬이란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을 읽고




이 책은 와인과 치즈, 빵에 대한 전문 서적이 아닙니다. 와인, 치즈, 빵은 자주 접하며 먹게 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공부를 위한 전문 서적이 아닙니다.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이 맛 좋은 여러 가지가 우리 앞에 놓이기까지 어떤 사건을 겪었고, 무슨 사연이 있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거쳐 기적 같이 우리를 만나게 되었는지 말해주는 ‘이야기 책’입니다.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의 이수정 저자를 알게된 지는 한 3년 정도 된 듯 싶다. 그녀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후배다. 내가 4기이고, 그녀가 11기니까 기수로만 따진다면 한참 아래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지식이나 생각의 깊이 또한 아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한참 높으면 높았지...


저자를 처음 본 건 제주도에서 였다. 내가 운영하는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마지막 오프를 우연히 제주도에서 하게 되었는데 그때 그녀가 그곳에 들른 것이었다. 첫인상은 새침했다. 말도 별로 없었고. 그 이후 가끔씩 변경연 모임에서 보긴 했는데 별로 말을 나눌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자주 보게 되면 익숙해진다고 했는가. 어느새인가부터 조금씩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위의 설명처럼 와인, 치즈, 빵에 대한 전문서적이 아니다. 그저 가볍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잡학사전에 가깝다. 저자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나눔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영화로 따지면 일상을 있는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 놓은 순수 장르에 가깝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받았을 때 조금 의아했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데, 왜 굳이 와인, 치즈, 빵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 할까?


책을 다 읽어본 지금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왜 그녀가 이 책을 쓰려고 했는지.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인용한 아래의 문장이 바로 그 이유이리라.


제대로 되는 것 같아서 기운도 나고,

나의 내부에 고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들어있다면,

나비가 될 수 있는 자질도 어쩌면 있을 거야.“



그녀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잘하는 것은 요리, 여행, 영어, 이야기, 춤, 달리기 등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중 하나를 직업으로 삼을만큼 뛰어난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새로운 일을 찾아야만 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며 나누고 알리다보니 어느 순간 강의까지 가능한 전문가의 수준으로 올라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연히 시작한 글도 꾸준히 쓰다보니 이처럼 책 출간까지 연결되었다. 과거 시간 낭비라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굴비처럼 엮이며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갈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있고, 관계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사람과 관계를 엮어주는 음식들, 즉 와인, 치즈, 빵이 등장한다. 그냥 와인이고 치즈며 빵이 아니다. 사람의 향기가 솔솔 풍기고, 그 따스함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음식들인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자신도 몰래 미소가 지어지게 되며, 동시에 입맛까지 다시게 된다. 문장의 힘은 반드시 글의 유려함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문장 자체와 행간에 그 사람의 인간미와 공감, 그리고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까지 촘촘이 담겨져 있고, 그것을 독자들이 온전히 느낄 때 그 글은 빛이 난다. 그저 눈부신 빛이 아닌, 인간미가 담긴 따사한 빛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문요한 작가는 책을 읽다 참을 수 없어 와인과 치즈를 꺼내 먹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녀의 글은 입맛을 돋우는데 일가견이 있다. 잘 숙성된 와인과 치즈,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 이것만한 만찬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그랬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의 식사라고.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싫어하는 사람과의 식사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식사라면 아무리 음식이 조촐할 지라도--저렴한 와인과 치즈, 갓 구어낸 바게트 일지라도--그 자리는 행복한 순간으로 남는다. 아, 여기에 한 사람만 더 초대할 수 있다면 더욱 완벽한 자리가 될 듯 싶다. 이수정 작가가 함께 하며 와인, 치즈, 빵에 얽힌 이야기까지 들려준다면 말이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kr.best-wallpaper.net/Red-wine-cheese-knife-bread-sausage_wallpapers.html)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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