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Aug 10. 2021

통영을 배경으로 한
비극의 장엄한 교향곡

<김약국의 딸들>(박경리 지음)을 읽고



계속 이어지던


강의가 8월 초엔 조금 뜸한 편입니다. 그래서 평소 잘 읽지 못했던 책도 볼 여유가 생기네요.(사실 핑계라고 볼 수 있지만요...)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손에 들었습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까, 살짝 군침(!)이 돌았습니다. 다른 책도 살펴보던 중 눈에 띈 책은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이었습니다. 대하소설 <토지> 이후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하며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책 중의 하나였죠. 무슨 내용일까, 대충 목차라도 보려 책 앞장을 펴니 헉... 이야기의 무대가 바로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이네요. 이곳에 계신 지인의 초대로 통영에 다녀온 지 2주밖에 안되었는데,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요?^^ 더군다나 그분의 직업이 (여)약사였기 때문에 도저히 이 책을 그냥 패스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 이건 무조건 읽어야 돼!’


이렇게 읽게 된 책 <김약국의 딸들>.  



이 책의 무대인 


통영은 항구이자, 상업이 발달된 지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장을 운영하는 부자들도 많았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었죠. 소설의 시점은 1800년대 말부터 일본에 의해 지배를 받는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박경리 저자의 대표작인 <토지>와 거의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토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플롯상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유사함을 느낄 수 있는데, 저 또한 시대적 배경뿐 아니라 인물 각각의 개성 등에서 알게 모르게 <토지>를 연상할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궁금함에 그 이유를 찾아보니 이 책은 1962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토지> 1부가 1969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김약국의 딸들>은 사실 <토지>의 모태가 되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상당히 스피디하게 진행됩니다. 약 40년의 시간이 400여 쪽에 담겨 있다 보니 당연히 빠르게 흘러갈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총 6장으로 구성된 줄거리는 장이 바뀔 때마다 최소 몇 년에서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바뀌어 진행(마치 연극 무대가 암전 이후 바뀌는 듯합니다)되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신경 써서 읽어야만 합니다.



책 제목처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약국(과거 약국을 운영했었기 때문에 아예 호칭도 김약국으로 불려집니다)과 다섯 명의 딸들’입니다. 이들이 삶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통영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죠. <토지>에서도 그렇지만 박경리 저자의 이야기들은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나 이제는 어려움 없이 잘 살려니 하는 순간에 갑자기 충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김약국의 딸들>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있어 이 책은 어찌 보면 비극의, 비극에 의한, 비극을 위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통영의 유지였던 김약국 집안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완전히 망해가는 이야기는 읽는 즐거움보다는 작가가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은근한 스트레스까지 유발하기도 합니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는 이 책 <김약국의 딸들>을 박경리 소설의 대부분에 등장하는 비극 구조의 절정, 비극의 장엄한 교향곡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하기도 했다네요.


사실 <토지> 또한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인생이란 이런 거지, 혹은 모진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콧등이 짠해지는 이야기들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시대적 불합리와 불안 그리고 무게에 못 이겨 희생되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저자의 개인적인 비극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2005년 MBC에서 <김약국의 딸들>을 제목 그대로 아침 드라마로 방영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기획의도가 참 좋아 보이긴 합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삶의 고난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현재를 이뤄낸 우리 어머니의 모습...’ 글쎄요, 책에서는 사실 이런 느낌을 받진 못했었거든요.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과연 이 비극을 어떻게 영상화했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통영이란 지역에 살고 있다면, 또한 통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우리 시대 위대한 소설가 박경리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면 이 책 <김약국의 딸들>을 일독(<토지>에 대한 긴 여정을 떠나기 전 워밍업 삼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펴기 전 일단 심호흡 한번 한 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박경리 저자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묘사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연출가이니까 말이죠.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경알못 탈출 100일 프로젝트



※ 공지사항입니다~!

경제일기를 통한 경알못 탈출 100일 프로젝트!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3기를 모집(9월 6일(월)까지 접수)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기 어려운 경제공부, 함께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포맷에 의해 하루 30분, 100일간의 시간이라면 충분히 경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습니다. 당신이 경알못이라면, 계속해 경제공부에 실패했다면, 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른다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행이 곧 습관입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793


매거진의 이전글 "정녕 타인의 이야기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