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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17. 2021

"정녕 타인의 이야기인가요?"

<타인의 미래>를 읽고




2035년 정부에서 새로운 법을 발효했다. 이름하여 <웰다잉법>. 애국정책이라 불리던 이 법의 발단은 이랬다.


자본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빈곤 노인들의 수는 더욱 늘어났다. 정부에서는 이들의 삶을 보조하기 위해 대규모의 예산을 계속해 투입했지만 바뀌는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쓰여질 예산까지 노인복지에 쓸 여력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 끝에 정부는 새 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웰다잉법>. 이는 40~60대 나이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줄임(사망)으로써 추후 노령인구를 줄이고자 하는 정책이었다. 여기에는 조건과 혜택이 있었다. 3대 암, 척추장애, 중증장애, 인지장애 등 신복지정책금융공단에서 정한 9개 고위험군 질병 항목에 해당하고, 그 질병을 적법한 병원 및 요양기관을 통하여 인증받은 경우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이때 ‘웰다잉’을 택할 시에는 정부에서 안락사 무료 집행, 3억 원의 보험료 지급과 더불어 국가 노란 훈장 수여라는 명예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웰다잉법>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이 법의 시행으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2035년 3월 12일 월요일 오전 6시. 오늘은 크리스털이 한국에 도착하는 날이다.


크리스털? 어떤 사람이지? 중요한 사람인가? 아니다. 크리스털은 AI의 이름이자 다국적 기업 스톤 인터내셔널의 프로젝트명이다. 어떤 프로젝트인가? 인원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 프로젝트명이 바로 크리스털이다.


책은 웰다잉법과 스톤 인터내셔널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혼재되어 펼쳐진다. 주로 스톤 인터내셔널 직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친구나 친척들의 관계가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다소 헛갈릴 수 있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 관계도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강호연, 신지은 부부와 그들의 딸 강한나의 사례다. 아빠 강호연과 엄마 신지은은 딸 강한나를 너무도 사랑했는데, 그 마음이 너무나 강하다보니 특히 엄마 신지은은 딸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가게 되고, 그러다 사기를 당하며 결국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후 결국 두 부부는 암에 걸리게 되고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위해 두 사람 모두 웰다잉법을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애정이 엇갈리게 되는 안타까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제목이 특이하다. <타인의 미래>라. 왜, <나의 미래>가 아닌 <타인의 미래>인 걸까. 작가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타인의 미래>에는 죽음이 여럿 등장한다이것은 미래가 어둡다는 부정적인 의식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타인의 미래가 곧 나의 미래가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고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내 무의식의 의지 발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사실 좀 무겁다. 그리고 다소 우울하다. 하지만 무언가 잔재가 남는다. 생각을 해보게 된다. <웰다잉법>. 내가 그 상황이 된다면? 돈이란 무엇인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무엇인가? 즉 저자의 말처럼 소설에 등장한 타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곧 나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타인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마지막에는 나의 미래에 대한 사색과 고민으로 끝나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책이 전하는 울림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전석순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정녕 타인의 이야기인가요?”



* 이 책은 2020년 병영독서코칭 선정 도서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경제일기를 통한 경제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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