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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n 04. 2015

돈, 이자, 물가... 모르면 당연하다

균형 찾기 #6


지금 제 수중에 여윳돈 천만 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친하디 친한 30년 지기 화란(火卵, X) 친구가 급전이 필요하다며 SOS 요청을 해 왔습니다.딱 한 달만 쓰고 돌려주겠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빌려줘서는 안되겠지요. 친할수록 돈 관계는 하지 마라 했으니까요. 바뜨, 이야기의 원활한 전개를 위해 천만 원을 빌려 준다고 가정해보죠. 그냥 빌려주려 했더니 친구가 한 달 이자는 반드시 쳐서 갚겠다며, 5% 정도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 나쁘지 않습니다. 친구도 도와주고, 최근 은행 예금 이자율인 연 2%보다 훨씬 더 높으니까요. 계산해보니 약 4.1만원(천만원×5%×1/12) 정도를 이자로 받겠군요. 그걸로 아들 녀석 까까나 사줘야겠습니다~^^

    

위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친구와의 돈 관계란 꺼림칙한 부분만 뺀다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죠? , 이번에는 위 이야기를 중세시대로 옮겨 적용해보죠. 마찬가지로 화란(火卵, X)’ 친구가 돈을 빌려 달랍니다. 집안에 꽁꽁 숨겨두었던 돈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빌려줍니다. 바뜨, 친구가 마땅히 해야 할 이자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서운하네요. 참다 참다 어렵사리 말을 꺼내봅니다. 그러자 친구가 말합니다. 이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너의 돈을 내가 대신 보관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니 오히려 보관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필요에 의해 빌리는 만큼 특별히 보관료를 안 받는 거라며 말이죠. ...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이자는 중세시대금고업자들의 작품이다

    

우리는 돈이 시간과 결합하면 당연히 이자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사적으로 돈을 빌려줄 때도 이자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죠. 하지만 말입니다... 과연 이런 생각이 물 흐르는 것처럼 당연한 걸까요? 노노노, 절대 아닙니다. 이자는 중세 시대가 만들어낸 발명품에 불과하며, 절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이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행으로 발전하게 되는 금고업자들이 만들어낸 희대의 역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죠.


중세시대, 은행이 생기기 전 사람들은 돈을 집안에 보관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불안했죠. 그래서 금고업자에게 돈을 맡겼습니다. 금고업자는 당연히 보관료를 징수했죠. 그러던 중 금고업자에게 누군가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금고업자는 자신의 돈은 아니지만, 금방 쓰고 돌려줄 뿐 아니라 사례금까지 얹어 준다는 말에 혹해 몰래 돈을 빌려줍니다. 정해진 시간이 흐르자 돈이 회수되고, 동시에 짭짤한 돈까지 생깁니다. 바로 이자의 첫 태동이었죠. 금고업자는 그 후로도 요청이 있을 때마다 그런 식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며, 돈을 벌게 됩니다. 그러자 돈을 맡겼던 사람들이 찾아와 왜 자신의 돈을 가지고 돈을 버느냐고 항의합니다. 그러자 금고업자는 머리를 굴리죠. 자신이 버는 돈의 일부를 주겠다고요. 이로써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예금이자가 생기며, 이는 본격적인 은행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부터 우리의 머리 속에는 돈이 돈을 낳는다는 생각이 마치 진리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이는 돈, 즉 화폐가 교환수단으로써의 역할뿐 아니라 상품처럼 거래대상이 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금융(金融)이란 용어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는 속된 말로 표현하면 돈 놓고 돈 먹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뿐 아니라 중세 초기 때까지도 종교계에서는 돈을 빌려주더라도 절대 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던 겁니다.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 중에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상인 샤일록은 금고업자를 넘어서 고리대금업자가 판을 치는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이자로 인한 피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연 물가는 매년 오르는게 당연할걸까?

    

물가(物價) 또한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물가가 매년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죠. 정부에서는 약 2~3%대로 물가상승률을 억제한다면 나름 선방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고요. 과연 물가는 매년 올라가는 게 당연한 걸까요?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반대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일차적으로 화폐의 공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많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자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돈은 돈을 낳을 수 없다는, 이자에 대해 법으로 허용치 않는다면, 더 이상 물가는 오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자를 보존해 주기 위해 각국 정부에서는 쉴 새 없이 돈을 찍어내고 있으며, 은행에서도  온라인상에서만 확인되는 돈의 숫자를 천문학적으로 계속해서 늘리고 있기 때문이죠.


    

돈에 관한 한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함에도 그저 당연시하며 넘어가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돈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우리는 그저 돈을 추종하게 되며, 결국은 돈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집니다. <모모>의 저자로 유명한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는 1994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건 자본주의 체제하의 금융시스템이 아닐까요? 개인의 가치관에서 세계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경제활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돈에 있는 것입니다.” 

                                                                                                                                      -- <엔데의 유언> 중에서--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특히, 돈에 관한 한은 더욱 그렇습니다. , 이자, 물가...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 제대로 알고, 눈 크게 뜨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 덧붙임


돈의 비밀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3단 콤보를 소개드립니다.


①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가나출판사)

②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더숲)

③ <엔데의 유언> (카와무라 아츠노리 외, 갈라파고스)


3권의 책을 순서대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돈이 조금 보이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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