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당근마켓거래해 보다
좀 바빴다. 한국투자증권의 중개형 ISA에 가입을 위해, 그리고 이 날이 바로 경품 이벤트 행사(!)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실행이 많이 늦긴 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빠른 곳은 2월부터 대대적인 중개형 ISA 가입 행사를 시작했는데, 이를 늦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내 계좌뿐 아니라, 아내의 계좌까지 동시에 2개를 개설하려니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경품 이벤트 때문이라곤 하지만, 왜 중개형 ISA를 만들어야 했을까? ISA 상품은 2016년 시중에 출시되어 절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상품이다. 하지만 난 당시 기존의 신탁형과 일임형 ISA가 내 투자성향과 잘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가입을 하지 않았다.(정확히는 은행 직원의 부탁 때문에 그냥 개설만 했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ISA에 대해 좀 알아보고 가자.
ISA는 Individual Savings Account의 약자로 우리말로 해석하면 ‘개인종합 자산관리 계좌’라 할 수 있다. 좀 어렵지? 쉽게 풀자면 자산관리뿐 아니라 투자까지 다 한방에 할 수 있는 만능 계좌라 보면 된다. 예금은 예금계좌, 적금은 적금 계좌, 주식은 위탁계좌, 펀드는 펀드계좌... 이런 식으로 계좌가 많아지면 관리도 힘들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ISA에서는 계좌 하나로 이 모든 상품에 저축이나 투자가 모두 가능하다. 그래서 만능계좌라 부르는 거다. 게다가 절세 혜택까지 준다. 수익의 최대 200만 원(서민·농어민형은 400만 원)까지는 비과세를 적용해주고, 초과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기존의 15.4% 과세가 아닌 9.9%로 우대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가입 안 하면 바보~가 되는 거다. 하지만 당근이 떡 하니 앞에 보인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채찍이 숨겨져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3년간 해지를 할 수 없다. 해지하게 되면 그 혜택은 ‘안녕~’하며 하늘로 쓩~ 사라져 버리게 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는 거다.
2016년 첫 출시 때는 신탁형과 일임형 ISA가 출시되었는데, 여기에는 호불호가 있었다. 일단 일임형은 아예 투자 자체를 증권사에 맡기는 것이니 제외(개인적으로 일임이란 단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돈을 모르는 사람한테 전적으로 맡기다니... 내가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말이야...)하고, 신탁형만 보면 얘는 예, 적금 외에 펀드만 투자할 수 있었다. 투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주식, ETF, ETN 등은 여기서 할 수 없었다. 뭐랄까, 앙꼬가 든 찐빵이긴 한데, 4/1밖에 들어가 있지 않은 아쉬움이라 할까? 게다가 여기에는 한 가지 약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펀드를 가입할 경우 기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펀드 보수 외에 계좌 운영에 따른 별도의 ISA 수수료도 있었던 거다. 그러다 보니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이후 ISA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올해 초반, ISA 개편에 따라 중개형 ISA가 추가되었는데, 기존과 다른 점은 비로소 주식은 물론 ETF, 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도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200만 원의 비과세 혜택은 그대로인 데다 추가적으로 나중에 연금전환에 연말정산 혜택까지 볼 수 있으니 이제야 비로소 만능통장이란 말이 어울리도록 탈바꿈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가입을 추진하게 되었고, 여러 증권사 중에서도 굳이 한국증권투자를 선택한 이유는 경품(!) 이벤트 혜택이 그나마 제일 나았기 때문이었다. 일정 금액을 계좌 개설과 함께 입금만 하면 몇 가지 자잘한 쿠폰과 함께 10만 원의 상품권을 준단다. 그래? 그렇다면 마침 주식 매도하고 현금화한 돈을 여기다 일단 넣어 놓아야지. 그렇게 일사천리 가입이 진행됐다.
시작한 글이 아닌데, 아무래도 하는 일이 경제, 금융 쪽이다 보니 역시나 직업은 속이지 못하나 보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부터는 그냥 일상 이야기다.
가입을 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까? 한투증권으로부터 아내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최근에 워낙 스팸이 많다 보니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러자 문자가 도착했다. 경품에 당첨되었으니 전화를 받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경품이라꼬? 웬 경품? 혹시 상품권 준다고 일일이 전화하나?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한투증권이 맞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내는 한투증권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고, 실제로 아내가 추첨을 통한 경품(상품권이 아닌)에 당첨되었다는 거였다. 헐... 우째 이런 일이? 한투증권에서는 ISA 계좌 개설자 중 추첨을 통해 40명을 뽑았고, 5명은 LG 스타일러(100만 원 상당), 나머지 35명은 40만 원 상당의 ‘사과시계’를 준다고 했는데, 아내가 후자에 해당된다는 거였다. 스타일러 아까비!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전화를 끊은 후 사과시계가 오면 얘를 어떻게 할까를 가지고 설왕설래했다. 딸은 이미 사과시계를 사용하고 있었고(경품으로 주는 건 딸이 사용하고 있는 것보다 한 단계 아래 급이라 했다), 아내와 아들은 나에게 쿨하게 양보했다. 내심 함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아내와 아들이 나를 위해 양보까지 해주니 난 못 이기는 척, 슬쩍 받아들였다.(은근 좋아하는 표정이 드러났을 것이다. 내가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니...)
그리고 1주일 후 드디어 사과시계가 도착했다. 정식 명칭은 ‘사과시계 SE 44mm with 나이키 에디션’이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했다. 흠... 이제 설치를 해봐야지! 포장을 벗기고 전원 버튼을 눌러 전원을 키니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은 차일드(아이)폰을 갖다 대라는 것이었다. 뭐라꼬? 차일드폰을 옆에 대라고? 헐... 이 말인즉슨 그게 없으면 설치도 못한다는 말? 뭔가 느낌이 쌔했다. 혹시 이 넘의 사과시계는 은하수(갤럭시)폰에는 못 쓰는 거 아녀?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봤다. 그러자 은하수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포스트도 있었고, 또 어떤 포스트에서는 차일드폰 유저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뭐가 맞는겨? 조금 더 찾아보자 명확히 알 수 있었는데, 정확히는 은하수폰에서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정말 단순한 시계, 알람, 전화받기 등의 기능만 사용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다양한 기능들은 차일드폰 앱과 연동하여 구동되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허걱, 이런... 이게 뭐여? 그냥 그림의 떡 아녀? 허무함과 상실감이 벼락 치듯 쏟아졌다. 지난 1주일 간의 설렘, 그리고 제품 도착 후 지금까지의 행동은 그저 설레발에 불과했다는 건가? 소위 헛짓거리를 했단 거네... 절망감과 분노가 살짝 올라왔다. 사과시계에 농락당했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ㅠㅠ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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