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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ug 04. 2021

2021년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며

그해 여름은 뜨거웠네



덥네요, 

그것도 상당히 많이 덥네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늘은 참 맑습니다. 제 지인 중 한 분은 이런 청명한 하늘을 보며 가을 하늘이라 말하네요. 그래서 덥지만 지금은 이미 가을이라고요. 웃었습니다. 이렇게 더운데 가을이라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위 때문에 그렇지 사실 한여름 하늘은 무척이나 깨끗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장마나 소나기가 내릴 때는 어둡고 축축하며 습하지만, 정말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하늘은 높고 청명합니다. 그야말로 파아란 하늘 위 몇 개의 조각구름만 제외하고는 파란 캔버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듯 하네요.



문득 


2년 전 여름이 기억났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동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기타교실에 다녔습니다. 일주일마다 만나는 얼굴들, 반가움과 함께 기타를 연습하다 보면 그 2시간이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실력이 늘어 새로운 악보를 받아오는 날은 또 얼마나 흐뭇하던지. 오고 가는 길이 무척 더웠지만, 그럼에도 그 여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이제는 꿈만 같네요. 코로나로 인해 강좌가 폐지되고, 더 이상 사람들은 모이지 못합니다. 기타교실에 다니지 않음으로 매일 제 품 안에서 놀던 기타를 방치한 지도 꽤 되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지요. 얼마 전 구석에 놓인 기타를 보는데, 옅은 먼지가 앉은 그 위로 기타 줄이 끊어져 있더군요. 짠 했습니다. 그렇구나. 기타도 외로움을 타는구나.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는구나. 계속 만지고 보살피지 않으면 낡아지고 사그러 드는구나.


더위를 피해, 그리고 교안 작업을 위해 도서관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제 도서관 풍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날이 워낙 덥다 보니, 사람들이 도서관을 많이 찾습니다. 그러다 보니 앉을자리가 모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해 좌석수를 30% 정도로 제한해 놓다 보니 도서관 오픈 시간에 맞춰 가지 않는 이상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 편히 가야 할 도서관이 자리다툼하는 곳으로 바뀌었네요. 이런 때는 동네 카페를 찾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경우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건 제가 감내할 부분이니까요.



날이 덥다 보니 


시원한 음식을 많이 찾습니다. 코로나로 직접 식당을 가긴 마음이 편치 않고, 그렇다고 배달 음식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보니 마트에서 대용할 음식을 찾는 편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냉면입니다. 물론 식당에 가서 먹는 냉면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충분히 먹을만한데요, 맛도 맛이지만 역시나 시원한 국물이 더위를 잠시라도 잊도록 해 줍니다.


그리고 가끔은 물회를 사다가 먹습니다. 집에서 조금 멀긴(차로 10분 거리) 하지만 물회를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4인분에 3만 원 정도 하는데, 회는 물론이고 채소의 양도 상당히 많습니다. 게다가 시원한 육수 국물은 살얼음이 살짝 얼려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통째 얼음 덩어리로 주기 때문에 시원함만큼은 극강이라 할 수 있죠. 물회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최애 음식입니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 먹는 음식으로는 가희 최고라 할 수 있죠. 시원한 육수 국물에 회와 채소를 떠먹는 그 기분은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그리고 남은 국물에 풀어 먹는 국수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자랑하는데, 국수까지 다 먹고 나면 만족감이 온몸을 훑습니다. 행복한 여름이죠. 더워서 고마운. 그래서 맛볼 수 있는 극강의 맛.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장을 보러 마트에 갑니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물가의 고공행진은 힘을 빠지게 합니다. 과일은 금값이라 감히 엄두도 못 냈지만, 채소까지 비싸진 상황에서는 솔직히 살 것이 별로 없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아무리 돈의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졌다지만, 살인적인 물가의 비행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알뜰코너에서 ‘여름의 맛’ 자두를 득템 합니다. 검붉게 아주 잘 익은 자두. 여름이면 꼭 맛봐야 할 최애템 중에 하나입니다. 집에 와 물에 씻고 입에 한입 가득 베어 뭅니다. 부드러운 겉표면을 찔러 들어가면 만나는 야들야들한 속살, 거기에 배어 나오는 육즙. 흐룹... 아, 무찔러 들어오는 자두 특유의 단맛, 그리고 끝에 이어지는 살짝 신 특유의 향까지. 소설가 김훈 작가가 그랬죠. 자두는 육감적인 과일이라고요. 맞습니다. 노출이 심한 계절에 자두만큼 자극적인 과일은 없는 듯합니다. 자두에는 여름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자두 한입의 맛을 느껴야 합니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방법입니다.


<자두-풍요>, 이창효 화백 작품(2014)




7월을 넘어 드디어 8월로 들어섰습니다. 얼마나 이 더위가 오래갈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곧 입추이고, 3주도 안되어 처서를 맞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이렇게 보면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2021년 역사적인 여름이 가기 전에, 보다 더 이 여름을, 높고 푸르른 하늘을 더 온몸으로 느끼고 즐겨야 하겠습니다. 그래요, 지금 이 여름은 다시 오지 못할 2021년 여름입니다. 뜨거움, 폭염과 동시에 높고 청명한 하늘로 기억될 그 여름 말입니다.


(표지 이미지 : <자두-기억>, 이창효 화백 작품(2013))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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