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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Sep 10. 2021

중개형ISA,사과시계
그리고당근마켓!(후편)

두근두근첫당근마켓거래해보다


☞ 중개형 ISA, 사과시계 그리고 당근마켓!(전편)



* 전편 3줄 요약

  - 10만 원 상품권에 빠져 중개형 ISA 가입(아내 것도 포함)

  - 한투로부터 아내가 사과시계 경품에 당첨되었다고 전화 옴

  - 신나서 받고 설치하려다 멘붕! 난 차일드폰이 아닌, 은하수 유저였다능...



아내도 아들도 


모두 은하수폰 유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과시계는 가족 모두에게 의미가 없었다. 이제 워뜩한다냐? 별 수 없었다. 파는 수밖에. 아니면 누군가에게 통 큰 선물로 줄 수도 있겠지만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떠올리지 않았을 수도...) 결국 팔아야 했다. 그럼 어디다 팔지? 그래 이제는 익숙한 이름, 당근마켓! 이렇게 난생처음 당근마켓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것도 물건 파는 사람으로. 회원가입을 한 후 사진을 찍어 물건만 올리면 되는데, 직접 하자니 살짝 좀 귀찮기도 했다. 결국 대학생 아들과 딜을 했다. 직접 올리고 팔아주면 수수료로 3만 원을 지급하겠노라고. 아들의 한마디. 오케이~


이로써 잡무는 아들에게 넘어갔지만, 그래도 가격은 정해서 알려줘야 했다. 얼마가 적당할까나? 일단 인터넷 쇼핑몰에서 같은 모델의 사과시계를 검색하니 약 40만 원 수준이다. 쿠폰 할인까지 적용하면 38만 원까지가 최저가였다. 그러면 당근마켓에서는 얼마에 팔아야 할까 마켓에서도 같은 모델로 검색해 보았더니 35만 원에 거래가 성사된 기록이 있다. 그래? 그렇다면 일단 군더더기 없이 35만 원에 내놓는 걸로. 그렇게 당근마켓에 상품이 올라갔는데, 울 순수한 아드님께서 정직(?)하게도 ‘엄마가 경품으로 사과시계를 받았는데, 은하수폰 유저라 사용 못해서 내놓는다’는 내용을 담았더라. 이걸 본 아내가 클레임을 제기했다. 직접 산 건 아니지만, 굳이 싼마이 나게 경품이란 용어까지 쓸 필요가 있었냐며. 그러자 아들이 깔끔하게 무시한다. 제품 판매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그래? 그럼 통과. 그렇게 업로드는 끝나고 이제 거래제의만 들어오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하루, 이틀, 3일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다. 조회수만 늘어날 뿐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상품 소개는 계속해서 뒤로, 뒤로 밀리기만 했다. 당근마켓의 '끌올'(끌어올리기) 기능을 쓸 때가 되었다. 끌올과 함께 아들 대신 아주 가끔 (무늬만) ‘작가’로 활동하는 내가, 기존의 문구 대신 멋진 문장을 써보기로 하고 나섰다. 그러자 아들과 딸이 절대 용건만 간단히 쓰라며 신신당부한다. 구절구절 설명하면 안 된다며. 그럼, 그래도 이 아빠가 작가 거 등! 경품이란 용어를 빼고, 선물이란 용어로 바꿨다. 그리고 진심으로 내가 쓰고 싶었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눈물까지 흘리며) 내놓게 되었다’는 아주 감동적인 신파를 살짝 추가했다. 이를 본 아들과 딸이 동시에 큰 목소리를 낸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말라고 했지! 어디, 어디? 구구절절은 어디? 그리고 설명은 또 어디? 이건 친절한 안내이자 감성의 표현이거든! 결국 나의 주장대로 그냥 밀고 나간다. 내가 생각해도 나만의 카리스마는 다소(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꼰대 & X고집만은 확실히 있는 듯하다. 뭐, 어쩌라고?



‘명문장’이 오롯이 담긴 


감동적 상품 소개에도 불구, 여전히 거래제의는 없었다. 원래 당근마켓이 이렇듯 인내와 기다림을 요구하는 공간인가? 우짜야 하나? 다행스러운 건 같은 모델의 제품들 또한 거래가 되고 있지 않다는 거였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고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가격을 낮춰야지, 뭐. 얼마나 낮춰야 할까? 그래, 2만 원만 낮추자. 33만 원. 3 땡, 숫자도 좋네. 아들에게 수정을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들이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큰 소리를 낸다. 뭐야, 뭐야? 물어보니 드디어 입질(!)이 왔단다. 33만 원으로 낮추고 5분 만에 거래 채팅이 활성화된 거다. 오, 이거 실화냐?


채팅 내용은 별 것 없었다. 정말 팔 거냐? 정말 한 번도 안 쓴 거 맞냐? 거기에 추가된 질문은 바로 이거였다. 혹시 가격 더 깎아줄 생각은 없냐? 순간 움찔했다. 더 낮추라고? 아내와 아들이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말한다. 안 팔고 말어! 그래, 이미 깎았는데 또 깎으라니. 내가 ‘깍쟁이’도 아니고 말이야 말이야... 최대한 친절하게 내가 깍쟁이가 아님을, 또한 깍쟁이가 될 수 없음을 전달한다. 그러자 상대방이 금방 풀 죽은 목소리로 답한다. 그렇군요... 살짝 미안함이 느껴진다. 조금만 깎아줄까? 아니야, 일단 밀어붙여!  그러고 나자 상대방이 하루 중 어느 때 시간이 괜찮냐고 한다. 오후나 저녁이 좋다고 하니, 이 근처에 오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한다. 오케이. 정말 연락이 올까? 그렇다면 언제쯤 진짜 거래를 할 수 있을까?


의외로 그 순간은 빠르게 왔다. 다음날 점심때쯤, 다시 연락이 왔다. 오후 3시 정도 갈 테니 거래 가능하냐고 묻는다. 당근마켓이니 당근! 시간이 되어 약속 장소에 나가 기다린다. 내가 잠깐 딴 일을 보는 사이 아들이 상대를 만나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부리나케 쫓아가 묻지도 않은 한마디를 보탠다. ‘그거 받은 그대로고, 내용물만 제대로 있는지 확인해 본 거예요.’ 상대가 제품을 살펴보느라 내 말을 무시한다. 쩝. 그리곤 바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묻는다. 혹시 2만 원 현금 있냐고. 응? 현금? 오, 있다. 휴대폰 지갑에 항상 넣어 다니는 비상금 3만 원이 생각났다. 그중 2만 원을 꺼내 주니, 5만 원권 7장을 넘겨준다. 그리곤 바쁜지 제품을 들고 부리나케 떠난다. 어~ 쇼핑백도 가져가요, 라는 말은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 그렇게 내 분신이 될 뻔했던 사과시계가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다른 남자의 손에 이끌려. 아쉬움... 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동안에 벌어진 에피소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끝인가? 약간의 허무함이 몰려온다. 그래, 이런 게 인생인가 부다. 사고파는, 만나고 떠나는. 이별과 만남이 이어지는. 사과시계가 남기고 간 교훈이다.




수중에는 33만 원만 남았다. 아들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마디 한다. ‘아빠, 수수료.’ 아, 3만 원 줘야지. 이럴 땐 칼이네. 뭐, 약속했으니 줘야지. 솔직히 나도 많이 신경 썼는데 조금만 깎자고 해볼까? 아니다, 내가 깍쟁이도 아니고 말이야 말이야... 아들에게 3만 원을 주고 나니 남은 돈은 30만 원. 이걸로 뭐할까? 사과시계를 팔았으니 은하수시계라도 살까? 아니야, 그것도 은근히 비싸. 그러면 더 싼 쪼끄미(小米, 샤오미)라도 마련할까? 아내에게 물어보니 그거 별로란다. 패션도 떨어지고. 응? 요즘엔 괜찮은 것 같던데. 아무래도 중간 나라 브랜드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한테 똑똑한 시계(스마트워치)가 꼭 필요한가? 글쎄... 뭐 손에 차면 살짝 뽀다구는 나겠지만, 그리고 쬐께 편리함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메리트는 없을 것 같다. 에휴... 그냥 이 돈으로 가족들하고 맛있는 거나 사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어느 개그 프로에서 한 개그맨이 비싼 선물을 받으면 꼭 이렇게 버럭 하며 말했었지. '이게 뭐야! 먹지도 못하는걸!' 그래, 문명의 이기도 좋지만 남들이 한다고 꼭 따라 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새로운 전자 기기가 생기면 또 매번 충전도 신경 써야 하고 관리도 해줘야 하니 굳이 일부러 장만할 필요는 없겠지. 사과시계는 그냥 재밌는 에피소드로 접어 두자. 뭐,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고, 또 당근마켓이라는 새로운 경험도 했으니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아니다. 이 돈으로 맛있는 음식 사 먹게 되면 지금의 뱃살 위에 살짝 두께를 더하게 될 거다. 뭐, 그게 경험의 무게 정도 되겠네. ㅋㅋㅋ 


이로써 사과시계 에피소드 쫑!^^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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