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Sep 23. 2021

2021년 최고의 (깜짝)선물

아이들이 준 추석 뇌물!


추석 연휴 시작일인 9월 18일 토요일 저녁. 퇴근한 딸이 오빠에게 5분만 시간 내라며 부른다. 왜 그러나? 하며 보니 아내와 내게 추석선물이라면서 정말 작은 미니 보따리 상자를 준다. 응? 추석선물이라고?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생일선물조차 없었는데 난데없이 추석선물이라니? 그야말로 깜짝 이벤트다. 그 느닷없음이 살짝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기대를 하게 만든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뭘까? 무슨 선물일까? 조심스럽게 미니 보자기를 풀어본다. 응? 이건 뭐야? 미니 사과? 헉. 게다가 모조품이다. 순간적으로 예전 개그맨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뭐야~ 먹지도 못하는 걸!’. 아내도 살짝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얘들이 장난하나? 그냥 한번 웃기려고 그런 건가?



황당과 더불어 당황까지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본 딸이 웃으며 말한다.


“에휴~ 보려면 끝까지 봐야지. 사과를 헤쳐봐!”


위쪽의 미니 사과를 헤치니 아래쪽 바닥에 무언가 있다. 동그랗게 말린 무언가가. 헉! 이럴 수가! 그야말로 문화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섯 분의 신사임당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 자태를 드러낸다. 이게 뭐야? 돈? 가만 가짜 사과지만 이렇게 보면 엄연한 사과박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돈? 이거 뉴스에서 많이 듣던 용어 아닌가! 마치 뇌물 같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추석을 맞아 모처럼 아내와 내게 선물을 주고 싶었고, 얼마 전 만기 된 적금까지 있었으니 돈으로 주려 했단다. 그런데 그냥 주는 건 약간 심심하니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나 넣고 싶었는데, 그것이 바로 미니 사과박스였단다. 궁금했다. 이런 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요즘 인터넷에 유행하는 것이고, 이 미니 사과박스도 파는 상품이라고 한다. 무려 1만 원에. 에휴 재미는 있다만 살짝 그 돈이 아깝기도 하다... ㅎㅎ 예전 방송에서 본 머니 건(Money Gun)이 떠올랐다. 가짜 총을 쏘면 돈이 막 쏟아져 나오는. 비슷하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이 사과박스는 뇌물까지 떠올리게 하니 뭔가 약간 사회 부정적인 느낌도 있긴 한데, 그래서 더 묘미가 있는 듯싶다.


돈도 돈이지만 아이들이 이제는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이벤트도 기획하고 재미도 더할 줄 아니 말이다. 미니 사과박스는 고이 모셔 두었다. 아마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사용하지 않은 채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 계속 보게 될 듯싶다. 새록새록 그 기억과 느낌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감사함이 앞선다.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 잘 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부모를 생각해준다는 것. 여기에 더해 아직은 부모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2021년은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한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깜짝 선물로 인해 잊히지 않는 한 해가 될 듯싶다. 그래, 이렇게 삶을 채워가는 거지. 힘들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재미있게.


*P.S

아, 딸은 선물이 아니라 용돈이란다. 추석용돈!^^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경제일기를 통한 경알못 탈출 프로젝트!(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공지사항입니다~!

공동배움체 숭례문학당과 함께 한달간 경제도서 2권을 함께 읽는 <차칸양의 경제산책> 모임의 참가자를 9월말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경제에 대해 배우고 싶지만 본인이 정말 순수한 경알못이라 생각된다면, 차칸양과 함께 첫 경제공부를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도서를 읽고 필사하며,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차칸양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경제는 생존! 시작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806




매거진의 이전글 중개형ISA,사과시계 그리고당근마켓!(후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