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VS 불황, 위기의 코로노믹스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그 나라가 전년도에 비해 얼마나 경제적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 4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1970~80년대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밥 먹듯이 했죠. 이 말은 즉, 그만큼 잘 살지 못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개발이 필요한 산업도 많았고 더불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컸다는 겁니다. 실제적으로도 그랬기 때문에 강력한 경제 드라이브 정책을 폄으로써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죠.
그림 4.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추이(1954년~2020년)
하지만 90년대 들어오고, 그리고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그동안 개발도상국이란 이름표 아래 크게 높지 않았던 수출 장벽들이 2중 3중으로 높이 세워지기 시작하죠. 본격적인 글로벌 무역전쟁의 여파로 대한민국 또한 쉽지 않은 경쟁의 파고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 결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더 이상 2자리 수를 기록하지 못하게 됨과 동시에 점차 그 수치가 연도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게 되죠.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연도별 경제성장률이 2~3%에 그치는 본격적인 저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는 한국의 문제만이 아닌 전 세계의 추세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완전한 선진국이라 하기 어려운 한국에는 본격적인 시련의 시기라 할 수 있죠.
우리는 흔히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가리켜 ‘불황’이라 표현합니다. 반대의 경우 ‘호황’이란 용어를 사용하고요. 경기는 순환하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폭의 높이와 길이의 문제일 뿐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면서 순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성장이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성장은 경기의 순환 반복 없이 그저 낮은 성장을 기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불황이 그냥 쭉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장기 불황’ 혹은 ‘끝없는 불황’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그림 5. 불황기 VS 저성장기(삼성경제연구소)
그림 5는 불황과 저성장의 차이를 표현하는 표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불황은 U자, V자와 같이 짧은 기간 내 반등이 가능함에 비해, 저성장은 L자와 같이 한번 불황으로 접어든 후 계속 경기침체가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는 한번 시작된 낮은 성장률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경기순환 사이클이 실종된다는 것을 뜻하죠.
우리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포인트는 불황과 저성장에 대한 실질적 체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황은 계절 절기상 겨울에 비유할 수 있는데, 지금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할지라도 기다리다 보면 따스한 봄이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고 견딜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저성장은 차원이 다릅니다. 저성장은 계절이 아닌, 기후적 측면으로 소빙하기, 아니 어쩌면 완전 빙하기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현재의 시련에 대한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다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우울의 시대, 희망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죠.
저성장은 인내를 요구합니다. 버텨야만 하고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경제적 생존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가 생존의 화두가 되었고, 경제의 기초가 무너질 경우 사람들은 이 시대를 제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원칙이자 기준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저성장의 시대에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출을 늘리고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여러 산업들을 세우기 위한 각종 경기 부양책들을 활용하지만 한번 내려간 경기는 다시 일으키기 쉽지 않습니다. 국가 예산과 행동 범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또한 글로벌 무역은 이미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가 되어 있다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국력이라 하는 초강력 무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그런 힘이 많이 부족하다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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