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의 한켠에는 다시 만날 희열이 기다리고 있음을
이번도 역시나 그렇네요. 제법 묵직한 무게의 아쉬움과 그 주위에 소스처럼 뿌려진 안타까움 그리고 살짝 느껴지는 청량감의 후련함까지. 마지막은 딱 하나 이거네,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상당한 복합적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10개월이란 기간 동안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공부도 했지만, 서로의 인생을 상당히 깊숙이 들여다보았기 때문이죠.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그렇지만 10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때면 더더욱 그저 감사,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만나(알고 있더라도 소통하던 관계가 아닌) 쉽게 나누지 못하는 그런 속 깊은 이야기들까지 터놓고 나눌 수 있었던 시간들. 성장의 목마름이 우리를 만나게 했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관심이 우리의 부족함과 갈증을 채워주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9년이란 긴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재밌는 점은 기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수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그래서 숙제와 발표도 군말 없이 잘하는)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또 어떤 기수들은 약간의 삐딱선을 타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프로그램 초기에는 군기(?)가 바짝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열심히 합니다. 경제 독서도, 서평 쓰기도, 오프 과제도 모두 최선을 다하죠. 그러나 절반 정도를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 조금씩 힘이 빠지게 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죠. 그리고 가을을 지나 찬 바람이 부는 마지막 오프 시간이 되면 모두 다 일말의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추수의 시간에는 100% 만족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결코 평탄한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5명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었고, 강렬한 개성들의 소유자들임과 동시에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품고 있었기에 아무리 프로그램 경험이 있는 저로서도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해결사는 아닙니다. 그저 많이 듣고, 필요하다면 약간의 제 생각을 보태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지만, 그럼에도 한마디 한마디 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행 면에서만 본다면 에코 9기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경제도서로 구성된 25권의 커리큘럼을 성실히 읽지도 않았고, 당연히 독서 후 써야 하는 서평도 쓰지 않았죠. 게다가 오프 과제도 ‘난 못해, 배 째~’하는 식으로 나오는 적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러니 진행자 입장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어떤 때는 ‘이런 식이라면 중간에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죠. 게다가 멤버 중 서울, 수도권이 아닌 지방(전주, 통영)에 거주하시는 두 분이 있어 중간중간 지방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무래도 진지한 수업보다는 조금이라도 콧바람 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었을 겁니다.(솔직히 저도 그랬다고는 제 입으로 실토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분위기상 9기는 솔직히 공부보다는 노는데 치중한 기수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지하게 수업만 진행한 시간이 별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네요. 이보다는 돌아다니며 본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함께 먹은 맛있는 음식들이 오히려 더 기억에 강렬히 자리 잡고 있네요. 주객이 전도되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이 또한 공부가 아닐까 합니다. 인생공부 말이죠. 좁은 공간에 하루 종일 앉아 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나누는 시간도 소중할 수 있겠지만, 자연의 공기와 경관, 자연이 만들어낸 공간 안에서 느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도 큰 공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인간은 자연의 피조물이며, 언젠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몸이니까요.(이렇게 쓰고 보니 약간의 합리화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좋은 시간을 통해 배우는 게 많았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인 거죠!)
비록 정규 프로그램 과정은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지금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으로, 한 자락 더 건강해진 얼굴로, 한 톤 더 밝은 표정으로 만날 것이며, 다시 각자의 인생 스토리들을 나눔으로써 인생을 보다 더 탄탄히 다져가게 될 것입니다. 아쉬운 이별의 순간에서 다시 만날 만남의 희열을 기대합니다.
알 수 없는 우리의 미래는 무엇이 될까
하지만 그 모습이 변하고 변하고 변하고
난 후에 다시 만나리 우린 다시 만나리
너를 사랑하니까 우린 다시 만나리
--- 이문세 <다시 만나리> 중에서 ---
https://www.youtube.com/watch?v=vSUOQ6pap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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