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폭등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호황(好況)이란 말 들어 보셨지요? 이는 경기상황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다면 어느 때를 호황이라고 이야기할까요? 기업은 영업이 잘 되어 목표로 한 실적을 초과달성할 때, 직장인은 회사가 잘되니 연봉 인상은 물론 인센티브까지 꼬박꼬박 챙길 수 있을 때, 그리고 소상공인분들은 장사가 잘 되어 얼굴 표정이 항상 밝을 때를 의미할 겁니다. 국가 또한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순조로워 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때가 바로 호황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호황의 시기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돈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잘 순환된다는 겁니다. 즉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다른 사람들의 주머니로 돈이 지속적으로 이동한다는 거죠. 이러한 순환은 사람들을 돈 걱정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 줍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쓰고 났더니 어느새 또 돈이 들어와 있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소비가 활성화되고, 돈은 계속 돌고 도는 겁니다. 호황을 다른 말로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부자처럼 느끼게 되는(부족함없이 소비할 수 있으므로) 그런 상황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불황, 즉 경기 침체는 한마디로 돈이 돌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쓰고 났더니 더 이상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더 이상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먼저 마음부터 가난해지게 되며, 걱정과 불안이 찾아옵니다. 현재 내가 가진 돈이 얼마나 되지?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지? 이번 달에 사기로 한 건 어쩔 수 없이 다음에 사야겠네 등. 돈이 돌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은 소비를 못하거나 자제하게 되며, 이러한 긴축은 기업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그렇게 되면 비용절감을 먼저 시도한 후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 인건비를 줄이고 더 나아가 구조조정, 즉 사람들을 내보내기 시작합니다. 기업과 개인들이 돈을 벌 수 없게 되니 나라에 내는 세금도 줄어들게 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불황은 큰 타격을 가져오게 됩니다.
불황이 찾아오면 정부에서는 이러한 경기침체를 빠르게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 대표적 조치가 바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정책입니다. 금리는 돈의 가치라고 했죠? 금리인하란 돈의 가치를 낮춤으로써 돈을 더 잘 돌게 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돈의 가치가 낮아지게 되면, 굳이 저축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대신 이자도 얼마되지 않으니 차라리 현재를 위한 소비를 하자는 쪽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추가 자금을 은행에서 보다 싼 금리로 빌릴 수 있게 되니 큰 부담감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죠.
양적완화란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돈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겁니다. 이는 금리인하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죠. 양적완화를 위해 한국은행에서는 대개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국채나 공채와 같은 채권들을 돈을 주고 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돈이 시중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많아진 돈을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는 보다 싼 대출금리로 기업과 개인에게 빌려주게 되죠. 그러면 이들은 이자에 대한 큰 걱정없이 돈을 빌려 소비나 투자, 혹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한국은행에서는 코로나가 터진 2020년 3월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0.50%p 인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5월에는 다시 한번 0.50%까지 금리를 낮추게 되죠. 이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하게 찾아오게 되니 빠르게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양적완화도 병행하게 되는데, 대표적 사례가 바로 재난지원금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정부에서 별다른 이유(물론 코로나가 경기침체를 일으켰기 때문이지만) 없이 국민들에게 이런 식으로 돈을 나눠준 적을 한번도 본 일이 없는데요,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만큼 특별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 지원금, 고용안정 지원금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들을 위한 자가격리 지원금뿐 아니라 코로나 방역을 위한 의료체계 정립에도 엄청난 돈이 투입됩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재원을 만들어 내기 위해 대규모의 추경을 계속 진행했었죠. 원래 예산으로 잡혔던 부분이 아니었으니까요.
이는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었는데요,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 규모만큼 양적완화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푼 자금의 규모는 무려 2조 3천억 달러(한화 약 2,700조, 한국 1년 예산의 6배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전세계 국가 중 제일 빨리 금융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 재미를 본 때문인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이번에는 똑같은 정책(금리인하와 양적완화)을 더 빠르게 집행함과 동시에 더 많은 자금을 시중에 쏟아 부었다는 겁니다. 무려 4조달러(한화 약 4,800조, 한국 1년 예산의 11배 수준)를 공급했는데, 돈의 힘으로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잡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는 마련할 수 있었죠.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는 분명 결이 다른 사건입니다. 전자는 금융의 문제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발생 원인이 금융인만큼 돈으로 푸는 것이 어느 정도는 맞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시작된 경기침체는 빠른 전염이 문제였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사람 간의 접촉을 막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몇몇 산업(여행, 관광, 영화 등)과 소상공인, 개인 사업자, 프리랜서 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각국 정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2배나 되는 양적완화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시중에 돈을 공급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물가급등과 앞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암울한 미래 모습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보다 자세히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ww.ulsanpress.net/news/articleView.html?idxno=378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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