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책을 출간하며
여러 꿈이 있었죠. 그중에 하나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나의 주장을 하나 남기자는 것이었죠. 사실 ‘뽀대’도 좀 나고요. ‘작가님’이란 소리, 너무 멋지지 않나요? 살면서 꼭 한 번이라도 들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꿈은 꿈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꿈만 많이 꾼다고 해도 그것이 곧 현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A4지 100여 장에 가까운 글을 써야 하고, 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못해도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거기에 더해 나만의 컨셉을 찾아야 하고, 더불어 전문적인 컨텐츠까지 갖춰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꿈만 꾸고 있으니 그저 꿈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런 와중에도 한 권이 아닌 일생 동안 최소 10권의 책을 내보겠다는 호기는, 그저 헛욕망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첫 책이 나와야 두 번째 책도 나올 수 있는 거고, 이어서 3권, 4권이 계속 나올 수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꿈만 꾸고 있었으니 첫 책에 대한, 그리고 총 10권을 낸 작가로서의 꿈은 그저 영원히 꿈으로만 남았을 것입니다.
사람을 만났습니다. 구본형이란 분이었죠. 그는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책을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그런 대표적 사람이라 했죠. 그의 책을 읽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근거모를 자신감이었죠. 그렇게 2008년 그의 문하생으로 들어가고, 그로부터 1년간 혹독한 수련을 받은 후, 2년째 미션을 받았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1차 난관은 컨셉이었습니다.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내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는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인가. 컨셉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만 했습니다. 내 그릇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지. 사실 지난 1년의 숨 가쁜 과정은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소심’을 선택했습니다. 일생동안 나의 발목을 잡았던 족쇄와도 같았던 소심.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만들었고, 벗어나고 떨쳐버리고 싶었던 소심. 아이러니하게도 스승은 처음으로 나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잘 선택했노라고. 칭찬은 기뻤지만 쓰는 것은 또 별개의 일이었습니다. 즐겁고 유쾌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선택했고, 출판사 중에 한 군데에서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아니 주저함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네요. 과연 내가 글을 끝까지 쓸 수 있을지, 그리고 내용들도 명쾌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빙빙빙 돌기만 했습니다.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만 앞섰지, 체계적인 준비는 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회피하고 싶었고, 결국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일 뿐이었습니다. 계속 정신적 압박이 가해졌죠. 시간이 지나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다시 도전했습니다. 이번엔 스토리텔링이 아닌, 일반적인 글이었죠. 매일 조금씩 조금씩 써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가장 중요한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막히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죠.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그전 관심을 가졌던 출판사에 연락하자, 이제는 소심 컨셉이 시장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힘이 빠졌습니다. 글은 70%선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의 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긴 방황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이 이토록 쓰기 어려운 것인가. 다른 연구원들의 신간 소식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는 왜 저렇게 멋진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왜 나는 우물 속에 갇힌 채 하늘만 쳐다보며 신세타령만 하고 있는 것일까.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게 답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오롯이 나의 문제였기 때문이죠. 결국 내가 쓰고 또 쓰고, 마침내 방점까지 찍어야 했던 겁니다. 끝을 내지 못했기에 계속 좌절 앞에서 힘들어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3년 여의 시간을 성과 없이 보내고,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즐겁게 쓸 수 있는 주제를 골랐습니다. 사회인 야구였죠. 소심한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실제로 내가 경험한 직장생활과 사회인 야구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하루 딱 1페이지씩 구상을 하고 써나갔습니다. 중간에 막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 마침내 방점을 찍었습니다. 마무리를 할 수 있었죠. 행복했습니다. 끝을 보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만족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출판시장에서 스토리텔링의 시대는 거의 끝났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출간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글은 있었지만 나의 글을 세상에 데뷔시킬 수가 없었죠. 안타까움이 몰려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방법은 있었습니다. 종이책 시장이 아닌, 전자북(e-book) 시장을 두드렸죠. 그러자 길이 열렸습니다. 종이책이 아니라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소심야구』라고 하는 첫 책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도, 또 잘 팔리지도 않았지만, 『소심야구』는 제가 세상을 향해 외친 저의 소심하지만 가장 큰 외침이자 아우성이었습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그리고 무언가 나의 존재가 이 사회의 작은 소용이 될 수 있다는 저만의 자신감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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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찌어찌하다보니 벌써 여섯 번째 책이네요. 이번에는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라는 제목의 공저입니다. 영화 18편을 엄선해 심리/경제/교육문화 3인의 전문가가 각각의 관점으로 글을 썼습니다. 영화 한편을 통해 3가지 맛을 느껴볼 수 있죠. 소위 3인 3색, 3가지 토핑으로 영화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글이라고는 하지만 에세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색다른 영화 읽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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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문학 배움터 '숭례문학당'과의 콜라보로 진행하는 경제책 함께 읽기 프로그램 <차칸양의 경제산책>이 9기('22년 8월)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9기에서는 현재의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가격의 하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할 2가지 책인 <돈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홍춘욱)와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염승환)을 준비했습니다. 더불어 2회의 온라인 독서 토론을 통해 최근의 경제 흐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이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s://shdang.kr/programDetail/PdaA3BKWd2ktexb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