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금리, 경기침체. 겨울이 오고 있다.
포브스지에서 헤드라인으로 뽑은 것처럼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지금은 아직 겨울이 아니란 이야깁니다. 저는 동굴에 비유하는데, 우리는 이제 막 동굴 입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어둡고 침침한, 그래서 여차하면 넘어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잘 보이지 않는 힘든 길을 걸어야만 합니다.
힘든 길을 만드는, 즉 경기침체를 만드는 것은 역시나 금리라 할 수 있습니다. 금리인상이 지속되는 한 경기가 살아나기는 어렵습니다. 이 말은 곧 금리인상이 멈추게 되면 또 다른 국면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죠.
경기는 순환됩니다. 불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뿐더러 각국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만 하지는 않습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역시나 금리가 제1의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를 통해 돈의 가치를 낮추게 되면 개인의 소비가 살아날 수 있고, 더불어 매출 호전을 예상한 기업들의 투자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시 경기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단기인 2년 내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예측이고, 다른 하나는 최소 5년 정도의 장기간 동안 경기는 계속해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맞을지 아무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번 가능성에 대해 타진해 보죠.
먼저 후자의 경우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보는 전문가들은 역시나 지금의 물가 폭등으로 인한 금리 인상의 여파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금리인상 하나만으로 이렇게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 적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라든가 국가적 경제 위기에 의해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춘 후 경기가 나아지는 상황에 맞추어 조금씩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시켰기 때문이죠. 즉 금리 하나만으로 경기에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우며, 더불어 돈을 함께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활용한다거나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정책들과 함께 사용할 때 금리조정의 효과도 빛을 발했던 겁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워낙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정말 미친 듯이--미국 연준에서는 현재 베이비스텝(한번에 금리를 0.25%를 올리는 것)은 쳐다보고 있지도 않죠. 최소한 빅스텝(0.50%) 혹은 자이언트스텝(0.75%)) 정도는 되어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나다 할 수 있습니다. 금리 하나만으로도 경기침체를 충분히 만들어 내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로 인한 경기침체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보고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이 여파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장기적 침체를 주장하는 경제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전문가들의 주장을 들어보죠. 이들 또한 장기 침체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전망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조건을 들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부에서 생각보다 경기가 심각해지게 된다면 그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진 않을 것이라 보는 겁니다. 즉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게 되면 정부에서는 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거죠.
각국 중앙은행에서 보고 있는 물가안정의 가이드 라인은 2%입니다. 물가상승률이 2%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물가가 안정적인 수준이라 판단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물가가 높기 때문에 그 아래로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현재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저 상승률을 둔화시킨 정도에 그치고 있죠.(한국 6%→5%대, 미국 9%→8%대) 하지만 올해말까지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금리인상을 강행할 경우 물가상승률은 분명 지금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급속하게 2% 밑으로 안정화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내년 안에 2% 아래의 물가상승률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는 것은 역시나 중앙은행에서 바라는 수치를 확인하기에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바로 여기에 딜레마가 숨어 있습니다.
만약 내년 상반기를 거치며 하반기에 경기침체의 골이 상당히 깊어지게 되면 정부에서도 경기부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즉 물가와 경기부양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데, 이때 물가가 하향안정화의 추세로 들어섰다고 판단된다면 조심스럽게라도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겁니다. 그리고 금리인하를 감행함으로써 다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것이란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요. 이것이 바로 단기 전망을 예측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금리 인하라는 조건이 숨겨져 있는 겁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저는 단기 전망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 보신 적이 있나요? 롤러코스터는 탑승객들에게 엄청난 공포와 스릴을 주기 위해 매우 높은 곳까지 올라간 후 대단히 빠른 속력으로 아래를 향해 돌진합니다. 극과 극을 체험하도록 하는 거죠.
저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바로 이 롤러코스터와 닮아있다 생각됩니다. 현재의 금리 인상은 롤러코스터가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고, 이후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고 극심한 경기침체가 찾아오게 될 겁니다. 사실 롤러코스터의 활강은 고통을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는 고통 그 자체라 할 수 있죠.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겁니다.
정부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하게 물가를 잡은 후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고통받는 국민 전체, 기업, 사회를 위해서라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공식은 아닐지라도 정책을 실행할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든 장기든 일반 서민이라면 명심해야 할 한가지가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야만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합니다. 물가 폭등으로 인한 지출을 통제함으로써 부족한 소득을 메울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최대한의 현금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현금이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죠. 지금과 같은 어마무시한 인플레이션에 슬기롭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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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하다보니 벌써 여섯 번째 책이네요. 이번에는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라는 제목의 공저입니다. 영화 18편을 엄선해 심리/경제/교육문화 3인의 전문가가 각각의 관점으로 글을 썼습니다. 영화 한편을 통해 3가지 맛을 느껴볼 수 있죠. 소위 3인 3색, 3가지 토핑으로 영화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글이라고는 하지만 에세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색다른 영화 읽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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