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감사하며
2달 여 가까이가 지나가고 있네요. 2월은 절기상 아직 겨울이죠. 낮에는 영상으로 따사한 기온을 맛볼 수 있지만, 아직 밤에는 겨울의 매서움(그래도 날이 많이 무뎌진)이 조금은 남아 있네요. 어제 오후 5시를 넘어 아내와 함께 저희집 댕댕이를 산책시키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꽤 쓸쓸하더군요. 그럼에도 확실히 느꼈습니다. 이제 얼마만 지나면 훈풍과 함께 꽃피는 춘삼월이 오겠구나, 하고 말이죠.
매년 그렇지만 프리랜서의 삶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특히 일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죠. 물론 경제적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야 얼마든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 1인기업가이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간혹 반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합니다. 작년 혹은 지난 몇 년간 일적으로 아무리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할지라도, 새해가 되면 아주 깔끔하게 다시 리셋되는 것이 바로 프리랜서의 삶이라고. 특히나 1, 2월은 강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이 거의 혹은 별로 없는 비수기이기 때문에 그 말은 세상 진지함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모르겠지만, 2022년에 140여 회의 강의를 진행했고, 올해는 이미 작년의 절반을 넘는 80여 차의 강의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우와~’ 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 1인기업 6년차에 들어서니 이런 수치에 특별히 흥분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물론 더없이 좋고 행복하죠. 하지만 강의라는 것이 언제든 상황(수강자 미달로 인한 폐강이나 혹은 기관의 여건문제)에 의해 취소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보니, 진인사대천면(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기다리게 됩니다. 취소되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거죠. 항의해 봤자 강사에게 이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고요. 그저 깔끔하고 쿨하게 툭툭 터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됩니다. 그래야 다음을 진행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테니까요.
2023년을 맞아 작년보다 강의를 더 해야지, 그래서 더 많은 수입을 올려야지, 하는 그런 마음은 없습니다.(저도 사람인지라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쫌 껄쩍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합니다만...^^) 저를 찾아주고, 또 저와 만나는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4주에 걸쳐 경기도 이천시립도서관에서 경제 강의를 진행했었습니다. 2023년의 첫 강의라 아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또 함께 하신 분들이 너무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더 으쌰으쌰 힘내서 진행했고요. 마지막 4차 강의 때는 준비한 내용이 많아 2시간이 아닌, 2시간 30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럴 경우 수강자분들에게 미리 공지를 드립니다. 원래의 정해진 강의 시간 이후 급하신 분들은 신경쓰지 마시고 먼저 가셔도 좋다고 말이죠. 그럼에도 딱 한 분 빼고 나머지 분들이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아주 기뻤습니다.
강사 일을 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강의 중에 또릿또릿한 눈빛으로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집중하며 저를 바라봐 주실 때와 강의 끝나고 제게 오셔서 강의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실 때입니다. 뿌듯하다 못해 머리와 가슴이 온통 아드레날린으로 가득차는 순간이죠. 이 맛에 강사질(?)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천도서관에서 마지막 강의를 마친 날, 남자 수강생 한분께서 제게 오시더니 조심스럽게 무언가 하나를 내미시더군요. 그 분은 질문도 많이 하시고 더 집중해서 참가해 주신 분이셨죠. 그분 왈, 아내분이 손수 내린 콜드브루 커피랍니다. 헉, 이런 귀한 걸. 제게 주려고 특별히 가져왔다고 하시네요.(찾아보니 아내 분은 경기도 이천에서 Coffee MANO라고 하는 커피숍과 커피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계시네요)
염치불구하고 감사하다며 받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선물을 열어 봅니다. 자그만 병에 담긴 커피에 ‘블루마운틴 하타빌레’라고 적혀 있네요. 뜨거운 물에 소량을 넣어 마시는데, 음.. 커피 향속에 꽃내음이 풍기네요. 아, 봄을 부르는 커피인가 봅니다. 그분께, 그리고 아내분께 한번 더 감사의 마음을 가집니다. 삶의 행복을 나눠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말이죠.
바야흐로 봄이 코 앞에 다가왔네요. 이번 봄에는 예년보다 더 흠뻑 봄을 즐겨야겠습니다. 봄의 화사함과 따사함, 꽃망울의 기지개, 자연에 펼쳐질 색색 파레트의 흥겨움, 봄을 알리는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아, 그 전에 마지막 가는 겨울도 잘 보내야겠네요. 겨울아, 무사히 너를 보내게 됨을 다행이라 생각해. 1년 후 다시 볼때까지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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