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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Nov 07. 2023

세상이 그대를 누를지라도

'찰스'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우뚝 서는 그날까지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서울 방배한숲환경도서관에서 <기후위기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죠. 강의를 마친 후 제가 향한 곳은 안양 석수역 근처에 위치한 한 사진관이었습니다. 11월 23일에 있을 인천 시민대학 위촉식에 필요한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사진관의 이름은 <찰스사진>. 


<찰스사진>

https://www.instagram.com/charles.film/


찰스(김현철)와 저는 2016년에 만났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에서였죠. 당시 그는 30대 중반의 카페 사장님이었습니다. 지금 <찰스사진>이 위치한 그곳에서 <바이크 앤 커피>라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했었죠. 그의 커피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특히나 더운 여름날 그가 수업 때 마시라고 손수 만들어 가져온 더치커피 아이스는 세상에 태어나 먹어본 커피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빼어났습니다. 또 그의 커피숍을 방문했을 때 자신 있게 내놓은 라떼 또한 최고였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그렇듯 그 또한 ‘코로나’를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손님이 줄고, 그에 따라 매출 또한 계속 감소했으니 점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코로나만 지나가면 좋아질거야, 라는 심정으로 버티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무려 9년 간이나 운영했던 커피전문접을 눈물로 접고, 올 6월 같은 장소에서 <찰스사진>을 오픈했습니다.



그는 재능이 많습니다. 


커피도 잘 만들지만 사진도 잘 찍습니다. 게다가 손재주도 뛰어나 <찰스웍스>라는 공방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무, 가죽제품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도 하고 있죠. 이뿐 만이 아닙니다. 학창 시절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만화도, 글도 잘 씁니다. 이쯤 되면 팔방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공방 <찰스웍스>


<찰스사진>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커피전문점보다는 시간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프로필 사진을 찍은 후 그와 함께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그리고 그의 공방으로 이동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의 현재, 꿈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 30대 중반의 꿈 많은 커피숍 사장님에서 이제는 40대 초반의 사진관 그리고 공방주인이 된 찰스. 여전히 젊고 여전히 어려 보이지만 그가 겪어온 시간은 꽤나 진중하고 무거워 보였습니다.


솔직히 그가 일한 만큼 돈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은행 대출에 고민을 해야 하고,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하죠.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서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혹은 인생 2막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때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나 선배들은 이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라 조언하지만, 문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적성보다는 대부분 대기업, 공무원 등 경제적 이유로 직장을 선택하게 되죠. 그저 연봉이 높고 대우나 복지가 좋은 곳에 들어가려 하는 것이 대부분의 심정입니다. 물론 좋은 직장에 취업하게 되면 여러 면에서 유리합니다. 돈도 조금 더 벌 수 있고, 회사의 복지도 잘 활용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존 패턴 중 하나입니다. 자동패스라고 할까요? 크게 고민 없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죠. 대기업이 아니라면, 혹은 공무원이 아니라면 그에 맞추어 중견기업, 강소기업 혹은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이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이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겁니다. 다 그렇게 사는 거니까요.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이제는 쉽게 재취업이 가능해지지 않게 되는 시간이 오면 그때부터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이 흐릿해집니다. 이때부터는 본인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야만 합니다. 깜깜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 큰 선택의 고민 없이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혼자 알아서 살아보라 하는 것이니까요.


선택지는 3가지입니다. 어떻게든 기존의 길을 연장해 가는 법이 하나입니다. 재취업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겁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장사’입니다. 딱히 기술이 없으니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여는 것이죠. 이 2가지는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아직 젊으니 돈은 벌어야겠고,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돈이 될만한 일을 하는 겁니다. 즉 온전히 나를 위한 인생이 아닌, 돈을 쫓는 인생을 가게 되는 겁니다.


마지막은 새로운 길을 가되, 나의 선택을 중시하는 겁니다.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겁니다. 돈이 우선이 아닌, 나를 위함이 먼저입니다.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 일을 하며 즐겁고 행복해야만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게다가 돈까지 벌어?’라며 감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은 취미가 되고, 즐거움이자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찰스에게 2가지를 말했습니다. 그래도 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젊은 시절부터 그 일에 매진하고 있으니 행복한 거라고. 그리고 지금의 현실은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자신의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 경제적 문제도 풀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이죠. 잘하는 사람보다 그 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오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은 버티기가 아니라, 결국 얼마나 느끼고 누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열심인 사람에게는 빛이 납니다. 지금은 비록 세상이 그의 존재를 제대로 못 알아보고 있지만, 언젠가 ‘찰스’라고 하는 브랜드가 그를 더욱 빛나게 해 줄 것입니다. 설사 크게 유명해지지 못할지라도, 그는 그의 자리에서 계속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그를 지탱시켜 줄 것이며, 또한 그 힘으로 인해 그는 스스로를 우뚝 세우게 될 것입니다.


찰스가 걷는 길을 항상 믿음으로 응원합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강의, 칼럼 기고 및 재무컨설팅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경알못 탈출 100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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