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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22. 2024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경제, 등골 휘는 서민경제(후편)

제발 경제 좀 살립시다


☞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경제, 등골 휘는 서민경제(전편)




고구마만 먹는 한국은행


지난 4월 12일 한국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한 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눴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죠.(너무 빙빙 돌려 말하고, 또 어렵게 자꾸 중의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정확한 요지를 파악하기 힘드네요)


Q. 물가가 좀 울퉁불퉁한 모습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금리 인하가 좀 지연될 거라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1, 2월 통화정책 방향에서 6개월 정도 시계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현재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금리 언제 내릴 거니?)


A(이총재). 지금 6개월 시점에 대해서 말씀드린다면 금통위원 전부, 저를 포함해서 지금 상황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원물가(경제상황에 따라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예: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지수) 상승률은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어서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산물, 유가, 특히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한 1개월 지나서 하반기로 들어가기 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저희가 예상하듯 연말이면 한 2.3% 정도까지 갈 거라는 것에 부합할 것인지가 중요한 결정 과정인 것 같다. 만일 예상한 대로 유가나 이런 것이 다시 안정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에 2.3%까지 간다면 금통위원 전체가 하반기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금 유가라든지 다른 여러 문제 때문에 2.3%로 가려는 패스보다 높아지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다. (지금 변동성이 커 그때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즉 한국은행 계획대로 갈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Q. 통화정책 방향 문서에 보면 ‘충분히 장기간’이라는 표현이 ‘충분히’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는데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올해 금리 내리긴 내릴 거니?)


A(이총재).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했다가 ‘장기간’을 뺀 것은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써놓으면 하반기에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많이 가고, 또 그것을 다 없애면 하반기에 한다고 메시지도 갈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소통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비유를 들자면, 차선을 바꿔서 좌회전하려고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고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하다가 깜빡이를 켤까 말까를 자료를 보고 고민을 하고, 그다음에 저희가 소비자물가 상승의 움직임을 보고 그다음에 깜빡이를 켜야 된다고 생각하면 차선도 바꾸고 준비를 하겠는데, 지금 상황은 깜빡이를 켰다는 게 아니라 자료를 보고 깜빡이를 켤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 중으로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 데이터 디펜던트하게 결정할 것 같다. (거듭 말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그러니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Q. 미국의 경우에 금리 인하가 횟수도 줄어들고 시점도 지연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옵션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나?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 내릴 가능성은 있니?)


A(이총재). 미국의 최근 이슈가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분명히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미국보다 먼저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미국이 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는 기조에는 저희들이 환율이라든지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미국의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다만 지금 미국의 문제는 미국이 금리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하기는 할 텐데 그것을 금년 중에 할 거냐 아니면 금년 중에 몇 번 할 거냐 이런 시점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타 국에 주는 통화정책의 영향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금리정책에 대해서 탈동조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을 반드시 따라 한다, 안 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의 변화율, 환율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국내 요인을 갖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작년에 비해서 훨씬 더 커졌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하지만 과거처럼 무조건 미국만 따라가지 않을 수도 있다거듭 말하지만 그때 가 봐야 알겠다)



간단하죠? 장황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답변은 ‘한국은행도 잘 모르겠다’ 하나입니다. 왜일까요?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관심도와 이해도가 가장 높다 할 수 있고, 또한 앞에서 경제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할 한국은행 수장이 이렇게 말한다니 마치 고구마 엄청 먹고 물 마시지 않은 듯 답답하지 않나요? 물론 이해는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도 하는 거고, 또 위에서처럼 빙빙 돌려가며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엎친 데 덮친 격 유가와 환율


이런 상황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두 국가 간 해묵은 정치적, 종교적 문제의 재발이라 할 수 있지만, 지금 글로벌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이 또한 큰 악재로 다가오고 있네요. 덕분에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유가 또한 꾸준한 상승세에 불까지 붙이고 모양새처럼 보이고요. 만약 90달러를 돌파하고 2022년 상반기 때처럼 100달러까지 다시 넘기게 된다면 전 세계 인플레이션은 다시 재시작될 가능성까지 생기게 됩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가시밭길의 연속이 되는 거죠.


국제유가(WTI) 추이(2023년 10월 - 2024년 4월)


여기에 한국으로서는 또 한 가지 악재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로 환율인데요, 환율은 두 국가 간 교환비율로써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힘을 가진 경제지표입니다. 왜냐하면 외국과 거래할 때 상품값이든 대출이든 모두 다 외화, 특히 달러로 거래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그에 따라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원달러 환율 추이(2023년 10월 - 2024년 4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이유는 달러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돈의 가치라 할 수 있는 기준금리(현재 5.50%)를 하반기에는 많으면 5회 정도 내릴 거라 예상했는데, 최근에는 잘해야 2회 아니면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심지어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는 전망이 나오다 보니 다시 달러 가치가 상승해 버린 겁니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니 원달러 환율 또한 그에 비례해 오르게 된 거고요.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달러 당 1,400원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라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환율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요.


우리나라 환율 역사상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긴 적은 딱 3번밖에 없어요. 1997년 말 IMF 외환위기(2,000원 돌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1,6000원 돌파), 2020년 코로나 위기(1,400원 돌파). 어떤가요? 이만하면 환율 1,400원이 얼마나 높고 위험한 상황인지 이해되시죠? 사실 1,300원대라 해도 너무 높다 할 수 있는데, 코로나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평균 약 1,100원 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이죠.


1,400원이라면 무려 300원(27%)나 오른 것이고, 그에 따라 한국 경제는 30% 가까운 부담을 더 안고 있는 겁니다. 석유를 사 올 때도 30%, 달러 대출을 갚을 때도 30%, 외국에서 원재료를 살 때도 30%를 더 줘야 하니 당연히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그러지 않아도 높은 물가의 재상승을 유발하고 있는 겁니다. 마치 그 옛날의 호환마마 같은 존재가 최근의 높은 환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제발 어떻게든 경제 좀 살립시다!


사면초가에 진퇴양난입니다. 물론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갑자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전쟁도 조기에 잘 마무리(다행스럽게도 지난 주말 다소 진정 기미가 보인다고 하죠)되며 유가 또한 하락하며, 집 나간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 다시 돌아오며 주가와 부동산 시장까지 안정화된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회생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정말 낮아요. 그야말로 희망고문이라 할 정돕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냉정하게 볼 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 글로벌 경제와 무관하게 자신 만의 길을 꿋꿋하게 갈 힘이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그저 무너지지 않고 근근이 갈 수 있을 정도라면 다행이랄까. 결국 앞의 한국은행 총재 인터뷰처럼 여전히 오리무중과 갈지자 사이를 헤매게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영향력이 곧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 또한 비슷하다 볼 순 있겠지만 한국은 조금 더 헤매고 있는 듯싶어 안타깝네요.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경제. 과연 2024년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연착륙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제대로 착륙조차 못한 채 계속 아슬아슬 위험한 줄타기만 하게 될까요? 남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욱 답답한 지금이네요...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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