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가

악마와 지내는 법

by 반가운

'진정한 문학의 출발지는 책들로 둘러싸인 방에 자신을 감금하는 것입니다.'

오르한 파묵이 노벨 문학상 수상소감에서 말한 한 대목입니다.

'내 이름은 빨강'을 읽고 오르한 파묵의 진정성을 들여다봅니다. '바늘로 우물을 파듯' 작가로서의 삶의 자세가 책 속 세밀 화가에서 그대로 보입니다. 장님이 되도록 갈고닦아야 그림의 최고 경지에 오르는 예술가의 처절한 자세가 감동이었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에서 한 구절을 뽑으라면 올리브 어머니의 말입니다.

도제 시절 매 맞고 돌아온 아들은 화원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집에서 울던 어느 날 밤, 어머니는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 매의 영향으로 항상 억눌려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억눌려 있을 거라고. 왜냐하면 매는 그 목적대로 인간 내부의 악마를 죽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악마와 잘 지내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교활하고, 모르는 것을 통찰하고, 친구를 만들고, 적을 식별하고, 등 뒤에서 돌아가는 음모를 제때 감지한다고.

착하다는 것과 지혜로운 것은 다르다 알려주는 어머니기 현실적입니다.


올리브, 황새, 나비, 세 화가의 예술가로서의 긍지와 애환의 삶이 녹아있고, 카라와 세큐레의 사랑 이야기, 재담꾼 방물장수 에스테르의 이야기가 있어 그런대로 지치기 쉬운 독서를 수월하게 이끌어 간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버렸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누가 살인자인지 추리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에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화원장과 화가들은 말합니다. 그때 그 순간을 위해 나를 그리는 것이라고.


나는 언제 몰입하고 언제 내가 될 수 있는지 곰곰이 오늘을 연다.

작가의 이전글쓰고 싶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