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과정에 있다

by 반가운

'늘 건강했던 네가 아프다니 세월이 참 야속하다 '

친구의 말에 항복이다, 인정한다.


온통 보이고 들리는 말은 운동해라, 근력을 키워라, 오늘 몇 보步 걸었냐... 등등이다.

먼발치에서 흘려듣던 '몸'의 이야기가, 살기 위해 운동해야 하는(바둥대는) 노년의 일상이 내게도 불쑥 찾아왔다.

허리 협착은 갑자기 횡단보도를 절룩이며 걷게 했고 오랜 수영은 어깨 통증으로 남았다. 겨드랑이가 아파 어깨를 들어 올리지 못해 수영을 그만둔 후에야, 다리가 저려 걷지 못한 후에야 늙음이 보였다.

모든 운동을 접고 두어 달을 움직이지 않았더니 근육이 후드득 날아가 간 걸 종이의 그래프로 읽던 날 서글펐다. 늙어가는구나, 왜 진작 몰랐을까... 편히 몸을 마사지해 가며 운동은 멀어졌다. 조금씩 허리둘레는 늘어나 M 사이즈가 L 도 아니고 XL가 되었다.


헬스장의 vvip다. 결석이 많은 최고의 고객이다.

몇 달째 가지 않은 날이 많아도 헬스장 다니네 (그래도 가끔은 가니까) 싶은 위로를 내심 즐겼다. 헬스장은 숙제를 미루다 미루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아이처럼, 반강제적으로 내가 디민 운동이니 이미 재미는 사라졌고 씻고만 오자며 살살 나를 달래는 수준이었다.

운동을 재미로만 했던 나는 이제 어쩐다? 수영장에서 펄펄 날 던 나는 사라졌고 두루뭉술하니 고무줄 바지로 옷 태가 사라진 몸뻬 바지의 몸매가 거슬린다.


헬스장 재 등록을 밍그적 밍그적 최대한 미루며 운동을 잊으려 했고 그 편한 맛을 즐겼다. 그러다 등록마저 하지 않으면 운동을 더는 하지 않을 것 같아 억지로 등록을 하던 날, 뜬금없이 PT 할인이란 말에 벌컥 가슴이 뛰었다.

(그즈음 집에 들어앉으면 편한 날이 많았다. 하루라도 코에 바람을 넣지 않으면 답답하다며 밖으로 돌던 내가 집 콕이 좋았다. 그럭저럭 뒹굴며 소설을 읽는 맛이 좋지, 운동은 하지 말자며 혼자 나름 즐기던 그때다.)

'그래, 이참에 PT를 해 볼까, 더 아프기 전에 도전해 봐?'

시월의 마지막 날 큰 맘먹고 운동을 시작했다.

체계적으로 운동을 배워 헬스에 재미를 붙여야지.. 슬림한 나의 몸매를 기대하며 야무진 상상을 한다. 새로운 도전은 다시 날 살아 숨 쉬게 할까?

비싼 요가복으로 운동을 시작하던 날도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허리 통증으로 요가 매트를 둘러매고 나오던 날, 나는 우울했고 기가 죽었었다.

다시 한번 날아보자.

'유지는 퇴보다' PT 운동 선생님의 말씀이다. 온몸이 알이 배겨 뒤뚱뒤뚱 어그적 거려도 뭔가 충만한 느낌이 좋다.

다시 도전이다.


오늘은 휴일이다.헬스장도 휴일이다.

나는 층계를 몇 번 오르내리고, 한강을 걸어볼까 망설이다 따뜻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조금씩 과정이 나아지겠지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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