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든 소녀.
오늘 아침은 빵이 귀찮아 시리얼을 먹고 한국의
끔찍한 장마 소식을 뉴스로 보고 있다. 여기저기 전국 방방곡곡 안타까운 피해 소식들이다. 2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물난리에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이재민들의 소식을 전한다. 리모컨을 들어 조금 앞으로 돌려 장마에 대한 뉴스를 건너 띈다. 다시 프레이가 되자 잠시 버퍼링이 걸리고 5초짜리 광고가 나온다. 아침에 벌써 커피를 두 잔 째 마시는 지라 화장실이 가고 싶어 아래층에 있는 화장실을 갔다가 온다. 작업실을 막 나오려는데 발밑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림이 눈에 띈다.
여자일까? 남자일까? 여자일 것이다.
인상이 매우 강하다. 항상 혜수 작가의 육체에 대한 성향은 모호하다. 몸짓은 늘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혜수 작가 작품에서 육체가 없었던 사람 표현은 내 기억엔 없었던 것 같다. 이 그림에선 여자가 텍스타일이 들어간 옷을 잘 차려입었다. 공간도 있다. 하지만 어디인지 모르겠다. 작품 속 여자의 얼굴은 눈이 짝눈이라 조금 우스운 모습이지만 나를 강하게 응시한다. 내가 그녀에게 뭔가 죄를 진 느낌이다. 입술은 금방이라도 내게 말을 걸 것만 같다. 절제된 색들과 너저분한 머리카락은 대충 그려져 뒷 공간에 남아 있다.
엄지 손가락으로 강아지를 꼭 안고 있지만 강아지는 편안하다. 빛을 받아 주인보다 훨씬 앞으로 나와 있다. 강아지는 주인의 감정과 마찬가지로 그림 밖의 시선에 몰두 해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작지만 큰 그림이라 생각한다. 이 그림 속 장면 외에 다른 곳은 볼 필요를 못 느낄 정도이다. 하지만 이 여자의 자세가 좀 궁금하긴 하다.
그동안 왜 이 그림을 보지 못했을까. 매우 강렬하다. 특히 그녀의 눈과 강아지의 눈은 이 그림을 통해 혜수 작가의 또 다른 성취를 이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