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시한 시 10화

풍선 세 개

by 지방

풍선 세 개



학교 앞 문방구 할머니께 오백 원짜리 동전을 바꿔

늘 그랬듯이 문방구 앞 다섯 개의 뽑기 중에 빨간색을 택한다.


괜스레 주변 한 번 살펴보고 나지막이 의자에 앉아

들고 있던 오백 원을 구멍에 밀어 넣고 손잡이를 돌린다.


아래로 떨어진 플라스틱 볼 하나, 뚜껑을 열어 꺼내며

예쁜 액세서리이길 바라며 볼을 비틀어 열어본다.


열린 볼 안에는 고작 서로 다른 색의 풍선 세 개.

이건 경험상 정상이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


이 사실을 문방구 할머니께 고해바쳤다.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다른 것으로 해 보란다.


이건 사기다 싶어, 기분 나쁜 마음으로 잔뜩 찌푸린 미간을 할머니께 보인다.

소용없다.

가게를 나서자 세차게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놀라 짜증이 더한다.

그래도 풍선 세 개를 손에 쥔 채 길 건너 놀이터로 자리를 옮긴다.


그네를 조금 타다가 혼자 노는 것이 재미없어 미끄럼틀 계단에 앉는다.

주머니에서 풍선을 꺼내어 입에 대고 힘껏 불어 본다.


머리만 하게 키우느라 빨개진 얼굴로

행여 바람이 셀까 봐 풍선 꼭지 힘껏 잡는다.


갑자기 풍선 안에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돌아가신 아빠의 얼굴이다.


저수지 낚시 가서 먼저 낚은 한 마리 작은 붕어의 희망이

아빠와 밤새도록 찌만 쳐다보다 허탕으로 돌아왔다.


다른 풍선 꺼내 들어 다시 힘껏 불어 머리만 해지고

이번엔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감기 들어 엄마의 따뜻한 이불속에서 함께 잤을 때

자는 척 슬며시 엄마의 가슴을 만진다.


엄마는 모르는 척 가만히 계시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여전히 엄마의 품이다.


마지막 풍선 힘껏 불어보니

돌아가신 오빠의 얼굴이 보인다.


이층 계단 밑에 누워 귀이개로 귀 후비는 오빠에게

닁큼 덥석이다 오빠의 귀에서 피가 나왔다.


바람 빠져 우글쭈글해진 풍선 세 개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보고 싶다.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친다.


10. 풍선 세 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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