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은 동공에 밝음이 느껴지고
더워진 방 안 온도에 머리카락 사이로 땀이 삐질 난다.
땀이 장판에 붙어있는 뺨에 흥건하여
몸을 일으키니 쩍 하고 떨어진다.
창 모양의 햇살이 네모지게 방바닥을 지나
아버지 사진이 걸려 있는 벽을 향하여 직각으로 꺾어져 올라간다.
뺨에 묻은 땀을 훔치고 눈 부신 햇살 밖으로 나오니
뜻밖의 어느 여자가 보인다.
안방에선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땐 늘 담배 냄새가 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곤 늘 장롱 냄새가 났다.
잠에서 막 깨어 기분 좋게 만드는 건 개운함이 아니고
가끔 누나에게서 났던 방안을 가득 메운 향긋한 향이다.
TV에선 무더위가 시작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여자는 잠에선 깬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벽지보다 더 화려한 꽃장식의 커튼이 햇빛을 가르고
여자의 긴 여리 결에 닿아 뽀얀 먼지를 일렁이며 그림자를 만든다.
두꺼운 유리 덮인 자개 문갑 앞, 비단 장침에
여자는 한 손에 책을 내려 들고 편하게 기대어 누워있다.
하늘 한 파란색 원피스가 아름답게 몸매를 드러낸다.
그 여자 반대쪽에도 책들이 많다.
여자 곁, 비어있는 낯익은 목각 쟁반이
이미 가족들에게 풍성한 대접을 받았나 보다.
가족들의 인기척은 없고, 온전히 공간을 독차지하고
“우르비노의 비너스”처럼 누워있는 이 여자는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