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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gdaeone May 25. 2023

일본 브랜드 가격정책의 비밀(상)

(풋)아저씨의 패션 이야기 8

 코로나로 굳게 닫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곧바로 스케줄을 확인했다. 기다렸던 도쿄 방문 계획을 짰다. 필시 금번 방문에서도 빈 캐리어를 빵빵하게 채워오게 되리라.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19년도의 코로나 이전의 도쿄.. 길게 다녀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브랜드의 경우, 나는 현지에 방문하여 쇼핑을 하는 편이다. 간간히 빈티지를 찾을 때 일본옥션이나 메루카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시즌 컬렉션의 경우는 80% 이상 현지에서 구입한다. 직구에, 구매대행에, 공식 수입처에,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방법이 널려있는 마당에 웬 현지 방문이냐 싶겠지만 나처럼 일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캐피탈에서 쇼핑을 즐기는 나

 

 일본 현지에서 즐기는 쇼핑엔 여러 부가적인 혜택이 수반된다. 첫째로 즐거운 식도락 여행이 가능하다. 일본 음식 맛있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 메가시티인) 도쿄 구석구석에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식도락은 속된 말로 끝장난다.

맛있는게 너무 많아..


도쿄 도립박물관에서 진행됐던 동유럽 작가전. 에곤쉴레와 클림트의 실물을 볼 수 있던 좋은 전시였다.

 여기에 더해, 한국보다 수십 년 앞서 일궈온 일본의 선진 문화를 만나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나는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한 개 리상의 미술관을 정해 방문을 하는 편이다. 도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의 경우, 그 규모나 내용이 우리나라의 것과는 비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다. 전시 굿즈도 다양하고 잘 갖춰져 있어 소비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츠타야를 방문해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양서들을 구입하거나, (심지어 번안도 전부 일본어로 되어있다.) 멋진 플래그십스토어를 찾아다니며 건축미를 만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서적들도 많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쇼핑을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군침 도는 "현지 정가"다. 비즈빔, 캐피탈, 엔지니어드가먼츠까지, 한국에 공식 수입되는 브랜드의 일본 쇼룸을 방문해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도대체 한국에선 이걸 왜 그렇게까지 비싸게 파는 거야?"


각각 스컬프와 캐피탈 공홈에서 판매되는 같은 windowpane 1st jacket. 가격이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본 브랜드의 경우 현지 구매가가 한국 리테일 정가의 50-60% 수준이다. 그래서 나처럼 쇼핑을 많이 하는 사람은(..) 현지가로 제품을 구입해 텍스리펀까지 받으면, 비행기와 숙소값 정도는 아낄 수 있는 기적의 계산이 가능하다. 시즌오프 기간을 맞추거나, 엔(¥) 저일 때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가격 할인의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 본토와 한국의 가격 차이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일본 브랜드의 도매 공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말로 "오로시우리리츠(卸売, orosiuri-ritsu)"는 우리말로 번안하면 "도매 공급률"이다. 일본의 내수 브랜드들의 오로시우리리츠는 50-60% 수준이다. 이는 홀세일 가격이 30-40% 선에서 책정되는 유럽과 미국발 브랜드들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렇게 책정된 높은 완사입 가격은 우리나라로 넘어온 일본 브랜드의 상품이 막대하게 비싸지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


 다음 예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만 원짜리 같은 소매가의 유럽 브랜드 상품과 일본 브랜드 상품을 수입해 오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유럽 브랜드는 35% 수준인 3500원, 일본 브랜드의 경우 60%인 6,000원 선에서 도매가가 책정된다. 여기에 선박 컨테이너 운반 비용 약 20%를 고려하면, 운송비를 포함한 매출 원가는 각각 4200원, 7200원이 된다. 일본 브랜드의 경우, 여기에 관세를 더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이 패션 분야의 FTA협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세 비용을 약 10%가량으로 생각하면, 일본 브랜드 상품의 최종 매출 원가는 7,800원이 된다.


 보통의 의류 브랜드는 원가 대비 세 배에서 많게는 네 배까지 소매가를 책정한다. 백화점 유통과 대형 온라인 유통의 수수료가 30% 내외고, 이외에 들어가는 재고관리 비용, 홍보비, 세금 따위의 것들을 고려해 봤을 때 이러한 가격 책정은 꽤나 합리적인 숫자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도메스틱 브랜드들의 비싼 공임 가격에 대한 논쟁이 많은 것으로 보이던데.. 그 정도 가격 책정해도 먹고살기 힘든 게 현실이 맞다.) 이를 고려해 원가 대비 3.5 배수를 띄워 판매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만 원짜리 유럽 브랜드 상품의 최종 소매가는 14,700원, 일본 브랜드 상품의 최종 소매가는 27,300이 된다. 유럽발 브랜드의 경우 현지 소매가에 비해 40~50%가 높아지는 반면, 일본발 브랜드는 현지 소매가에 비해 170%나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유럽 등지에서 수입해 오는 브랜드의 가격 상승률에 맞춰서 일본 브랜드의 가격을 조정하다 보면 마크업을 두 배 이상 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원가 대비 낮은 가격 책정은 적자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본 브랜드를 바잉 하는 국내 편집매장의 경우에도, 브랜드를 공식 수입해 오는 총판 계약을 맺어 이익을 내고 있다. 한국의 다른 편집샵에 물건을 뿌려주는 역할을 통해 차익을 내는 것이다. 이름 대면 알만한 편집샵의 이름 대면 알만한 브랜드도 브랜드 매출로만 발라 보면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일본 브랜드 바잉은 결국 편집샵의 포트폴리오 강화와 감도 유지를 위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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