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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gitarius May 02. 2019

스포츠브라는 나의 빛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21km를 쉬지 않고 걸어본 적도 없는데, 단 한 번도 걷지 않고 달렸다. 작지만 큰 기적 같은 일이다.


하프마라톤 완주에 대한 감상은 여럿이지만, 난 유독 스포츠 브래지어의 공로를 꼽고 싶다.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좋은' 스포츠브라는 한줄기 빛 같은 존재다. 실제로 여성운동인들 사이에서 영국의 스포츠 브래지어 전문 브랜드 shock absorber의 등장은 혁명 같았다고 전해진다. 


나이키 모델, 가수 엠버


가슴이 옷위로 두드러지던 중학교 때부터 나는 체육복 입는 것, 체육복 입고 뛰는 것을 거부했다. 막 그때 살도 찌고 가슴까지 커지면서 스스로도 불편했지만 타인의 시선은 정말 고문이었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노골적 농담이 지금보다 훨씬 심할 때였다.


그때도 스포츠브라라고 불리는 제품은 있었지만,  그냥 후크없이 머리 위에서 입는 점 외에 제대로 된 기능은 전혀 없었다.


체육시간에 운동 잘해서 인기 있는 여학생들은 쇼트커트에 깡마르고 보이쉬한 타입이 많았다. 당시에는 그런 친구를 엄청 부러워했다.


살집이 있거나 가슴이 큰 편인 학생들은 달리기 할 때 팔을 옆으로 흔들기 일쑤다. 출렁이는 가슴을 조금이라도 보이기 싫어하는 본능 같은 동작이다. 그러니 운동을 잘 할리가 없다.

그렇게 많은 여학생들이 체육, 운동과 멀어져 왔다 생각한다.


세월이 훌쩍 지나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기능성 운동복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단순히 디자인이나 원단이 좋은 게 아니라 신체를 잡아주고 보완해주는 '무기' 같았다.


처음 구입한 유니클로 스포츠브라도 나름 좋았다. 달리는데 가슴이 없는 것 같은 느낌. 이렇게 편할 수가. 


같이 구입한 라이크라 셔츠는 땀을 많이 흘러도 젖지 않고 러닝 타이즈는 더 빨리 달리게 만들었다. 좋은 운동화는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 구입한 언더아머 스포츠브라는 받쳐주는 정도가 아니다. 지방덩어리인 가슴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약간 어깻죽지까지 끌어당기는듯했다. 그걸 착용하고 달리면 상체가 위로 솟는 것 같고 더불어 자신감도 향상된다.


좋은 스포츠브라를 입으면 달리고나서 가슴 통증도 없다. 일반 브래지어를 하고 달리면 가슴이 얼마나 무겁고 아픈지 고통스럽다. 근육도 많이 상한다.


언더아머


스포츠브라를 하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모든 저항이 사라듯하. 나이 든 나를 쇼트커트의 깡마른 10대 소녀로 변신케 해 한없이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나이키 등 다른 스포츠 브랜드 다양한 스포츠브라도 각각의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도 쇼크 업소버가 최고라고 해서 직구를 해볼 참이다.

전문 스포츠브래지어 브랜드 쇼크업소버

세상의 반은 여성이지만 그동안 스포츠계에서 여성은 양념같았다. 1960년대에야 마라톤대회에 여성이 공식 출전할 수 있었으니.


스포츠용품 업계에서도 근래 들어 여성이 운동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신경 쓴 제품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전 운동복은 여성을 이쁘게(?) 보이도록 했다면 말이다.

 

운동하면서도 핑크핑크한 여성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탄탄한 몸에 강하게 버티는 여성이 되기 위 운동한다. 걸 가능케하는 옷이나 장비들을 선택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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