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favorite' 공간에 집착한다.
소음과 인스타감성이라고 불리는, (나에게) 불편한 공간이 싫어서 더 그렇다.
주말마다 가게 오픈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카페가 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사람이 거의 없다. 높은 키의 테이블은 내 독차지다. 커피도 맛있고, 음악도 귀에 거슬리지 않아 소음방지 이어폰이 필요없다. 그 곳에 앉아 있으면 일기같은 글이 막 써진다. 평소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못읽던 소설도 잘 읽히는 편이다.
사소하지만 유리 물컵이라든지, 화장실 내부와 비누까지 맘에 든다. (그렇지 않은 카페가 너무 많다)
그러나 이곳도 낮 12시 즈음해서는 손님들이 몰려든다. 특히 인근 교회에서 예배를 끝낸 단체 손님들이 들이닥치면 자리를 떠야 한다.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범벅된다.
카페가 공부하는 곳도 아니고, 나 혼자 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도 아니니 불평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래도 난 좀 더 조용한 공간을 찾아 다닐 뿐이다.
다음으로 좋아하는 곳은 바로 명동성당이다. 늘 아름답고 좋은 곳이지만 어느날 마음이 힘들때 무작정 들어가서 벤치에 앉기만 했는데도 눈물이 쏟아졌다. 카톨릭신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성당이 주는 엄숙함, 경건함이 있다.
극도의 고요함, 스테인드글라스로 살짝 들어오는 빛, 미사포를 쓴 기도하는 사람의 간절함.
이 모든 환경이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닿는다. 까닭모를 눈물도 그래서 나온듯하다.
그 이후로 종종 이곳을 찾는다. 언젠가 카톨릭신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지난 주말은 명동성당내 작은 지하성당에 앉아 있었다. 작고 어둡고 조금은 무서운 분위기. 눈감고 앉아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소용돌이치던 감정의 파도들이 잔잔해졌다.
명동성당은 몇년전 공사를 하며 지하에 카페 빵집 등도 입점해있는데 모두 맛이 훌륭하다. 기념품 가게 구경도 재미있다. 난 특히 카톨릭서점과 유럽 수도원에서 만들었다는 유기농 화장품을 좋아한다.
명동성당에 커피리브레가 있다. 몇 주 전에는 파주 출판단지에 갔다. 예전에는 허허벌판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갔더니 너무 내 취향으로 변해있었다. 잠깐 파주에 살면서 이곳을 무대로 삼아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명필름아트센터가 마음에 쏙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로망으로 꼽을만한 곳이다.
커피 책 영화가 한곳에 있다.
그것도 구색맞추기가 아니다. 카페는 넓고 나무 테이블과 의자는 훌륭했다. 주인장이 애정으로 모은 듯한 책들과 커피원두도 누구나 마시고 싶어하는 브랜드다.
직원들은 따스하고 친절했다.
더군다나 내가 찾은 그날은 밖에 안개가 자욱했고, 시간이 멈춘듯했다. 그 공간에서 나오기가 아쉬웠다.
비록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선별된 영화도 버릴게 없었다.
내 취향의 욍국이었다.
명필름아트센터 1층 카페 '모음'. 2000년 전후 영화 전성기를 이끌던 명필름 제작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다.
인생의 후반부로 쑥쑥 빨려들어가는 요즘, 더 열심히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가야 한다.
그곳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 감정을 느끼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옆에 두고 음미하는게 얼마나 행복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살아있을 때 보고 듣고 맡고 좋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