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N Oct 17. 2024

고3 중3 아이들 입시를 앞두고...

고요 속의 불안, 엄마의 하루

오늘 아침 둘째 아이 예고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왔다. 큰아이 때도 서류제출은 해 봤지만 새삼 기분이 묘하다. 혹여나 가는 길에 사고라도 날까 봐 1시 반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남편에게 동행해 주길 부탁해서 같이 다녀왔다. 이건 정말 잘한 것 같다. 입학원서 제출하러 가다가 차사고가 나서 힘들었다는 이웃언니의 얘기를 듣고 여건이 된다면 꼭 누군가 같이 가는 게 좋을 듯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제출기한 임박해서 갈 때는 아이든 부모든 같이 가기를 권한다. 사고를 정리하고 처리할 동안 한 사람은 서류접수를 하러 갈 수 있으니...


일주일 뒤면 둘째 아이 고입실기 시험이 있고, 한 달 뒤면 큰아이는 수능을 본다. 제법 해가 짧아져서  큰아이 스쿨버스 타러 나가는 6시 반이면 이제 어둡다. 둘째 아이까지 등교하고 나면 하루종일 쓸 시간은 정말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예전 같으면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시시껄렁한 것까지 카톡으로 수다를 떨고, 본격적인 얘기는 통화를 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한지라 다들 아이들이 고3이다 보니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생각하며 전화통화도 잘 안 한 지  오래다. 친구가 넷플릭스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 있다고 그거나 보란다. 그 대답에 나는 "너는 뭐가 재미가 있어? 지금 내상태가 뭐가 좋은지, 뭐가 재밌는지, 뭐가 맛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마치 무생물 우리 집에 있는 소파나 화분 돌덩어리 같아." 누구는 수능 작정 새벽기도도 하고, 자식 잘되라고 물고기반지도 사서 끼고 정성을 다하는데 나는 왜 아무것도 해 지지가 않지? 혹여 나의 정성이 부족해서 아이들 결과가 조금의 영향이 미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렇게 구체적인 생각도 잠시 뿐 다시 멍하게 하루를 보낸다. 갱년기에 맞는 환절기라서 그런지 몸이 너무 힘들어 잠만 자도 자도 쏟아지게 올뿐이다. 비교적 다른 아이들에 비해 두 녀석 다 미술전공, 영화연출 전공으로 각자의 꿈을 빨리 찾아 노력하는 아이들이니 마냥 대견할 법도  한데 욕망덩어리 엄마는 그 마음만 오롯이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잘하는 애 위에 더 잘하는 애 그 위에 독한 애도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럭저럭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내고 겨우 아이들 올 즈음 혼신의 힘을 다하는 마음으로 딱 한 끼 밥을 준비한다. 오늘은 소고기와 낙지 무와 각종 버섯을 넣고 전골을 끓이고, 제육볶음에 전복장을 썰어 전복껍데기에 담아 내주었다. 김과 김치, 어묵볶음, 콩나물 무침등의 밑반찬과 함께... 이게 내가 입시를 코앞에 둔 아이들에게 해 주는 최선이다. 일과를 마치고 10시쯤 귀가한 아들은 뜨끈한 소고기 낙지전골을 먹으며 걸출한 아저씨 소리를 낸다. "캬 술은 안 마셔봤지만 해장되는 느낌이다. 시워언 하다" 말은 이쁘게 한다. 이렇게 하루 한 끼 한 그릇 맛있게 먹어주면 고맙고 내 소임은 잘 해낸 것 같다. 내 마음이 불안과 초조 동요 없이 잔잔하고 고요했으면 좋으련만 며칠째 위경련이 올라고 해서 진경재를 먹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불안한 엄마의 마음이 조금만 들켜지길 바라며 (이미 충분히 다 알겠지만 ) 빨리 이 입시가 끝나고 올해가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나는 지금도 힘 빡 준 하루 한 끼 내일의 메뉴를 고민 중이다.


대한민서 입시를 치르는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님들 으쌰으쌰 화이팅 나한테도 화이팅 응원의 말을 건네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