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로 그림 여행. 감상과 휴식되세요.
한 여인이 등불에 의지해 무엇인가를 찾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흔히 보는 중세 명화들의 화려한 색채나 강렬한 주제가 담긴 그림이 아닙니다. 여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명화입니다. 화가부터 알아볼까요?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화가 도메니코 페티(Domenico Fetti)는 1589년 로마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화가입니다. 페라라 출신의 화가인 아버지 피에트로 페티(Pietro Fetti)로부터 어릴 적부터 예술 훈련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며, 시골리 (루도비코 카디, 1559-1613)의 제자로 알려지며 종교적 주제가 녹아 있는 소형 풍속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그가 특별한 것은 모라비안 경건주의를 일으켜 수많은 선교사를 배출한 진젠도르프 백작을 회심시킨 명화 ‘이 사람을 보라’(Ecco Homo)의 저자입니다.
이 그림에서 장소는 작품의 내용을 알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재 여인의 상황이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등불이 켜져 있죠? 밤일수도 있지만 가난함의 상징입니다. 당시 중동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에는 창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낮이라도 집안에 들어가면 등불을 켜야 했답니다.
생활 용품을 살펴볼까요? 넘어진 의자 하나, 엎어진 소쿠리 하나, 물 항아리와 나무 대야가 보입니다.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들이 보이고 옷들을 담아놓은 나무 상자가 열려있습니다. 단출하죠?
앞쪽의 바닥을 보니 내려앉았습니다 매우 불편했을 텐데 고칠 비용이 없었음을 나타냅니다.
이 작품에 여인의 심정을 나타내는 상징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제가 3가지만 찾아보겠습니다.
먼저는 벽에 담긴 그림자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죠? 이 짙은 그림자는 여인의 속 타는 심정이며 불안한 마음을 나타냅니다. 찾아야 되는 물건이 있는데 찾지 못해 애타는 그녀의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마음입니다. 이렇게까지 표현한 것을 보면, 찾는 그 무엇은 그녀에게 생명과 같은 소중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음으로는 흩어진 물품입니다. 생활 용품들이 흩어져있죠? 그만큼 열심히 뒤져서 찾았다는 뜻입니다. 이 역시 여인의 애타는 심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여인의 옷에 담긴 주름입니다. 여인의 몸을 확대해 보면 의상에 주름들이 많습니다. 특히 등 뒤에는 뭔가를 엎고 있는 것 같은 형상입니다. 겹쳐있는 여러 주름들은 걱정 많은 마음의 상징이며, 등에 짐을 진 것 같은 것은 그녀의 가볍지 않은 마음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등불을 들고 애타게 찾는 것은 잃어버린 동전입니다. 의외죠? 이 그림은,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구절을 참고해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림의 배경 되는 구절을 소개해 드립니다.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누가복음 15: 7)
이 여인이 애타게 찾는 묘사에는 당시 시대 배경이 담겨 있습니다. 여인이 찾는 동전은 중동에서 혼인을 위해 남편 될 사람이 신부에게 주었던 예물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여인들이 이 동전들을 잃어버렸을 때 혼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동전은 단순한 돈이 아닌 것입니다. 남편 될 사람의 결혼 증표이니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열 드라크마를 주었다는 구절은 당시 이스라엘의 결혼 풍습을 예로드신 사례였습니다. 듣는 민중들이 곧바로 이 비유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라크마는 당시 헬라 화폐였습니다. 로마의 한 데나리온과 같은 값어치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라고 합니다. 열개 드라크마라고 했으니 그 값어치는 열흘 치 품삯이 됩니다. 당시 여인들이 이 동전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여인들은 이것을 목걸이처럼 만들어 장식품으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결혼할 여인으로서의 증표이며 기념이며 자랑과 자부심을 나타냈던 것입니다. 열흘 치 품삯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러니 잃어버린다면 그림처럼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야 했을 것입니다. 이제 이 여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죠?
여인의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열 개의 동전 중에 하나를 잃었고 그 하나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이 의미는 당시 혼인 풍습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귀한 성경적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중동의 풍속화이면서 기독교 그림인 셈입니다.
성경적 상징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재림 때, 예수님이 한 명이라도 더 구원받을 사람을 찾으신다는 의미입니다. 여인이 잃어버린 한 드라크마를 찾듯이 예수께서 구원을 잃어버린 한 사람을 찾으시는 그림입니다. 그럼 이곳에 예수가 있다는 얘긴가요? 등불을 들고 열심히 찾는 이 여인이 예수의 모습입니다.
여인의 오른손을 보실까요? 왼손과 비교하면 분명히 다른 점이 보이죠? 등불을 들고 있는 것과 손목 부분에 꽃장식 같은 것으로 두른 것입니다.
등불은 빛으로 오셔서 어둠을 물리치며 잃어버린 한 사람을 찾으시는 예수를 상징합니다.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요한복음 8:12)
손목에 두른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머리에 쓰는 화환의 상징 같아 보입니다. 구원받은 승리의 월계관으로 해석하면 좋겠습니다.
작품에 흥미로운 부분이 발견됩니다. 여인이 찾아놓은 동전들이 보이고 애타게 찾고 있는 동전도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화가는 배경 되는 구절대로 묘사해 놓았습니다.
"어떤 여자가 열(10)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9),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
왼쪽에 넘어진 의자가 보이죠? 그 위에 아홉 개 동전들이 있고, 바닥이 꺼진 곳에 동전 하나가 들어가 있습니다. 화가가 친절하게 관객들이 잘 볼 수 있게 그려놓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동전을 숨겨놓기 위해 바닥을 꺼져있게 묘사했네요. 참 좋은 구성입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한 여인의 애타는 마음을 잘 표현해 낸 명화를 살펴봤습니다. 떠나며 그림을 쳐다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동안 너무 유명 작품만 살펴보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자주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만나볼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등불 덕분에 잃어버린 동전은 찾게 됩니다. 저 등불만 있으면 잃었었는데 찾게 되고, 모자랐는데 채우게 되고, 떠났는데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원죄가 없는 원래의 내 모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래선지 어둠을 환히 밝히는 저 등불을 더 자세히 쳐다봅니다.
그럼, 저는 다음 그림여행을 준비해 곧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주님의 평안에 머무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에 흩어진 명화를 찾아 세밀히 그 내용을 살펴보는 명화 해설 코너, <내 집은 미술관> 제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