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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g Juha Nov 13. 2020

엄마의 부재, 그 속에서 발견한 예술

서른이 넘어도 익숙해지지 않던 (7)

엄마.

현재 엄마와 함께 살고 있든 그렇지 않든, 이혼이나 사별로 엄마를 잃었든 그렇지 않든, 이 세상에는 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다. 신이 아니고서야 누구의 몸도 빌리지 않고 이 세상에 오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며, 모두에게는 자신을 존재하게 한 원인자로서의 부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자신을 길러주기까지 하는 축복을 누리는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많지만은 않다. 여전히 나자마자 버려져 보육원에 맡겨지거나 입양되는 아이들이 있고 중도에 부모를 잃게 되는 일들도 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나 아빠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여전히 가슴 아프게 한다.

누구나 힘든 순간에 "엄마"나 "아빠"를 찾고 싶어 지는 건 어쩌면 생명을 가진 이들의 본능일 텐데,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이미 날개를 잃은 채 날기를 강요받는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공부하기 전, 나 또한 오랫동안 '엄마, 아빠, 자녀'로 이뤄진 가족 구성원을 '정상 가족'으로 간주하며 스스로를 '비정상 가족'의 범주에 놓고 자기 연민에 사로잡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에 그제야, 한부모 가족은 결코 비정상 가족이 아니며, 충분히 건강한 가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몸소 알게 되기까지 나는 수도 없이 '가족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한 고민에 사회복지나 상담이라는 분야가 도움이 되었지만 가족의 부재에 따른 근본적인 외로움을 해결해주진 못했다. 이십 대 후반에는 뒤늦게 문학과 영화에 깊이 빠지게 되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던 존재의 불안함을 예술 안에서 해소해보려는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

그 가운데 만나게 된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가와세 나오미의 작품들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세계에는 늘 다양한 가족들이 나온다. 그의 작품들을 마치 작가주의적 독서를 하듯 샅샅이 찾아보며 알게 된 건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가족'의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는 사실과 나와는 다르게 '영화'라는 예술적 장르로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의 이름을 내 삶에 각인시킨 첫 번째 작품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였다. 아주 평범한, 꽤나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가 어느 날, 지난 6년간 키운 아들이 친자가 아닌 출생 당시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결국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거기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참 많이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가족에 대한 그의 질문들'에 대해 가장 정점의 답을 내놓은 작품은 비교적 최근작인 <어느 가족>(2018)이다. 그 영화를 개봉하자마자 극장에 가서 보았는데 속으로 엄청 크게 감탄사를 내뱉었던 기억이 있다. '마침내 해냈구나!'라는 생각에 그가 얼마나 존경스럽던지. 한편으로 누군가는 이렇게 골몰하는 문제에 대해 예술로써 멋진 답을 내놓았는데, 나는 왜 안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영화를 소개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건 아니다. 나는 종종 인간이 가진 '결핍'이 인간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지를 생각하고는 했다. 결핍으로 인해 좌절하고 영영 일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더 큰 수렁으로 빠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처럼 정말 멋진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 어쩌면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늘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들을 던져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그걸 풀 수 있는 힌트들을 함께 던져주곤 한다. 그러므로 오늘도 용기를 잃지 말고 충분히 용기를 가질 것. 물러나거나 도망치지 말고 단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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