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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Apr 22. 2021

오늘의 서술, #18 소울

#18 소울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을 봤다. 재즈 피아니스트가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아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의지로 달려왔고, 이제 곧 그곳에 도달하겠지만 이게 맞나라는 의문을 가진다. 꿈을 위해 달려온 수많은 시간을 희생해 결국 도달한 경지가 여기?라는 느낌. 영화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경지에 도달하지 못해도 스스로 즐거움을 느낀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수많은 영혼들에게 등을 도닥여준다. 가르치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뇌과학(뇌-인공지능)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모르는 내용도 알려주고 익히 알고 있는 것도 왜 그런지 풀어서 설명해줬는데 굉장히 유익했었다. 그중에 하나가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뇌는 저장장치이고 각종 정보를 저장한다. 어렸을 때는 초기 정보라 새로운 경험에 대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기록하기 때문에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낀다고 한다. 반면에 나이가 들어서는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경험이 아니라면 비슷한 카테고리로 분류해 신속하게 저장하고 불러오기 때문에 빠르게 간다고 느낀다고 한다. 시간이 실제로 빨리 가진 않을 것이다. 뇌가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다. 특히 올해 코로나로 집에 있게 되면서 더 격하게 느끼는 것 같다. 특별한 일 없이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다. 요즘은 요일 개념도 없다. 작년 여름 이후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반복되는 일상과 그것 때문에 빠르게 가는 시간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강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엔 중요하고 기억될 일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시간을 보낸다면(집중한다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힘들게 연습생 생활을 하고 성공한 연예인들이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때 엄청 고생했지. 그래도 재밌었어 그때. 지금 자신을 돌아볼 때 미래의 내가 이 순간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과거의 힘듦이나 반복이 버려지는 기억이 아닌 필요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 일종의 트릭인데 마음가짐을 바꿔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표를 끊고 픽사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보러 갔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이때 이 시간을 그냥 버려도 되지만 그렇지 않게 하려면 집중해서 옥의 티라도 찾으면 된다는 말이다. 뭐 대단한 방법은 아니다.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데, 처음엔 끔찍하게 생각하다 인생이 하나씩 바뀌어 나간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는 말이 있듯.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다른 시각으로 혹은 좀 더 세심하게 본다면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왜 사람들은 새로움을 위해 여행을 가는지, 여러 삶을 살아보는 배우들이 왜 잘 늙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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