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립국 Apr 23. 2021

오늘의 서술, #30 소마 SOMA

#30소마soma



 올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소마soma라는 약이 나온다. 어떤 부작용도 없고 인위적인 행복을 만들어 주는 약이다. 감정적 고통이나 우울, 불편함을 없애고 쾌락과 행복으로 이끌어준다. 마약과 비슷하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스스로 복용한다는 점이다. 소마의 제작과 배급이 정부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수면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세뇌와 정치적 계략이 가미되지만 강제는 아니다. 소마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할 때,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행복해질 자유가 있다면, 불행해질 자유가 있다고 말이다. 만일 멋진 신세계에서 소마를 강제로 복용하게 했다면, 자유의지의 박탈이 맞겠다. 재차 말하지만, 신세계 문명인들은 스스로 복용한다. 불행에서 멀어지는 자유를 택한 것.

 

 불행을 제거해 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냐며 먹을 사람도 있겠다. 실제로 만나 소마에 대해 이야기했던 사람 중 그러겠다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반대다. 소마를 반대하려면 그것이 제거하려 했던 부정적인 것들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야 할 것이다. 자유의 박탈 같이 거대한 세력으로부터의 위압적인 꿍꿍이에 대항하는 반동적이고 거시적인 스케일이 아니라 이런저런 감정을 취사선택해야 하는 개개인의 미시적 스케일로 한정해야 할 듯싶다. 우울하고, 불행하고, 슬픈 감정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 말이다.


 쾌락의 수치를 숫자로 환산해보자. 최대치를 10, 최저치를 -10으로. 소마를 먹는 사람이라면 0~10까지의 쾌락을 느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최대 -10에서 10까지 느낄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은 7의 감정을 가진다고 해보자. 절대치는 같겠지만, 상대적으로 소마를 먹지 않는 사람의 쾌락이 더 크지 않을까. 그는 마이너스 영역의 감정을 알기 때문에 플러스의 감정을 더 크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이별의 감정을 알고 느껴봐야 사랑도 깊이 있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부재나 상실을 경험해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쾌락만 좇다 보면 그것도 어느새 평범한 것이 되어버린다. 약한 마약에서 결국엔 과다복용으로 생을 마감하는 마약중독자의 삶을 보면 쾌락의 메커니즘이 마냥 행복한 상태만을 상정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게임을 좋아하는데 이것도 주야장천 하다 보면 시들하다. 다른 일, 하기 싫은 일 좀 하다 해야 맛이 있지 평생 하라면 것도 못할 짓이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다.

 

 불편함, 슬픔, 불행의 감정상태는 단순히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다면 아 그래 나 모욕스러웠어하고 끝날까. 그 감정을 해소시키려 할 테다. 슬픔, 불행도 마찬가지다. 슬픈 일이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반대의 상황을 생각한다. 지금 불행하면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상태로 향하도록 추동한다. 인간의 의지가 여러 상황에서 발현되겠지만 이때야 말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지 않을까. 소마는 잊게 할 뿐, 일어서지는 못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서술, #29 하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