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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Apr 23. 2021

오늘의 서술, #31 I AM LOVE

#31 I AM LOVE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I AM LOVE”에 삽입된 영화가 있다. 주인공 엠마가 아들의 친구와 사랑을 시작하고 가족들과 소원해질 무렵 침실에서 남편과 함께 TV를 보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화면 상으론 굉장히 짧게 나오지만 배경음으로 계속해 흘러나온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필라델피아”인데, 삽입된 부분은 이 영화의 정점이다. 아이 엠 러브라는 영화 제목을 어디서 따왔는지는 모르지만, 남자 주인공(톰 행크스)이 직접 하는 대사다.

 


 

 “필라델피아”에서 전도유망한 변호사인 톰 행크스는 큰 로펌에서 승승장구를 하는 와중에 에이즈가 걸린다. 임원진은 이를 알고 부당하게 해고한다. 차별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이 소송을 하고 결국엔 이기며 끝나는 영화다. 선이 승리하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아이 엠 러브에 삽입된 이 장면은 몇 번이고 돌려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를 변호하는 덴젤 워싱턴의 캐릭터 또한 현실적이라서 좋았다. 톰 행크스가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변호를 하지만 그를 전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며 변호하던 그가 마지막 변론을 앞두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도중, 톰 행크스가 갑자기 오페라를 튼다. 격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톰 행크스. 당신은 어떤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하던 덴젤 워싱턴은 멍하니 바라만 본다. 심취해 “나는 사랑이다”라고 말하는 톰 행크스. 사랑 때문에 얻은 병이다. 그것이 죄인가.

 

 나는 동성애를 찬성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시간을 할애해 그들과 어울리거나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차별을 받고 있다면 힘을 보태고 싶다. 좋아하는 것도 자유고, 싫어하는 것도 자유다. 혐오하고 차별하지 않는 이상 죄가 되진 않는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이 대단히 나쁜 것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성애자와 똑같이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은 아마도 인간이 가진 감정 중 격정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존재를 뒤흔드는 이 사건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더 나아가 더러운 것, 없어져야 할 것으로 취급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영화 한 편을 다 보진 못해도, 이 장면만큼은 가끔 돌려 본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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