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립국 Apr 23. 2021

오늘의 서술, #38 나의 몸

#38 나의 몸


 오늘은 병원 두 곳을 다녀왔다. 오전에 간 곳은 맹인 안마사가 안마를 해주는 센터다. 치료가 필요해서 간 것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체험하러 갔더랬다. 안마사분이 어디 어디가 안 좋다고 말씀해주시면 이러이러한 자세를 취해서 그런 것 같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교정해야지라고 다짐을 했다. 병원은 아니지만 몸을 돌보는 곳이니 퉁쳤다. 오후엔 치과에 다녀왔다. 잔병치레가 없어서 병원에 갈 일이 없기도 하고, 괜스레 나의 나태함을 심판받는 느낌이라 많이 아프지 않으면 찾지 않는다. 내 몸을 돌보는 데 있어서 이러한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한 번씩 크게 눈탱이를 맞는다. 10여 년 전에 어금니에 금을 씌웠다. 그때도 아파서 갔으니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때 치료했던 크라운이 밥 먹다가 쏙 빠졌다. 집 근처에 치과에 갔더니 충치 치료를 포함해 120만원을 부르더라. 혹시 몰라 다른 치과에서도 견적을 받아봐야겠다 싶어서 오늘 다른 치과에 다녀왔다. 집 근처보다 저렴했고 시설도 더 나아 보여서 이곳에서 치료하기로 했다.

 

 요즘은 잘 안 들어가는데 한때 당근 마켓을 자주 했었다. 어플 카테고리 중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탭 말고, 생활 이야기 탭이 있다. 자유게시판 비슷한데 이런저런 질문이나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거기서 자주 봤던 글 중 하나가 저렴하고 잘하는(과잉진료 없는) 치과가 어디냐는 질문이었다. 그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에 문제가 있다 보니 다시 찾아보게 되더라. 실제로 집 근처 치과와 오늘 갔던 치과의 견적이 20만원 차이라고 했는데, 지인 추천으로 20% 할인받아서 20만원을 더 적게 냈으니 실제로는 40만원 차이다. 마진이 괜찮으니 20%나 할인을 해준다고 했을 텐데… 뭔가 싸게 치료를 받는데도 찝찝한 느낌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다. 바깥을 바꾸려면 내 안부터 살펴야 한다. 눈덩이처럼 병이 불어날 만큼 게을리하는데 밖의 일은 잘 될 리가 있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안은 살피지 않고 밖만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다 몸이 망가지면 무슨 소용이나 싶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쉽지 않다. 전에 읽었던 어느 시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시인 장철문의 카톡

 근데 말이여, 내가 존하는

 돌아가신 미얀마 큰스님이 그랬어

 너를 바꾸는 게 쉽냐

 남을 바꾸는 게 쉽냐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지금 나는 내 몸을 돌보는 일에 있어서 외면과 게으름 사이 어디쯤의 마음으로 방기한 벌을 받는 중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서술, #37 FLEX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