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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Apr 22. 2021

오늘의 서술, #6 귀멸의 칼날

#6 귀멸의 칼날


 일본에선 ‘귀멸의 칼날’이 핫하다고 한다. 혈귀라고 인간의 피와 살을 먹는 괴물을 때려잡는 내용인데 만화책은 완결이 난 상태이고, TV 애니메이션은 1기 방영이 끝났다. 얼마 전 왓챠에 뭐 볼 거 없나 기웃거리다 궁금해서 1화를 보기 시작해 3일 만에 26화까지 다 봤다. 완결된 만화책의 ¼ 분량 정도가 애니메이션화 되었는데, 재미있게 봤다. 특히 혈귀로 변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한계를 넘어서는 19화는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잔인하면서도 진지하지만 코믹한 요소도 있어 그리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성장과 괴물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여정만 담았다면 귀멸의 칼날은 나에게 시시하게 다가왔을 거다. 하지만 이 만화의 정서는 퇴치가 아니라 조화에 있다고 본다. 혈귀로 변한 여동생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살대(혈귀를 잡는 무리)에 들어가게 되는데,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같이 다닌다. 이런 설정부터 시작해 그가 물리치는 혈귀에게 나름의 스토리를 부여해 인간이길 포기하고 왜 괴물이 되었는지도 다뤄준다. 좋은 이야기, 좋은 캐릭터는 입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나의 잣대로만 사건, 인물을 그려낸 이야기는 교과서와 다를 바 없고,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떠한 질문이나 지적 동요도 일으키지 못한다. 선과 악이 명확하게 나누어진 캐릭터/이야기는 그저 좋네, 나쁘네라는 감정만 소모시킬 뿐. 귀멸의 칼날은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


  이 만화를 보면서 ‘충사’가 생각났다. 충사 또한 만화가 원작이고 애니메이션화가 됐는데, 애니메이션만 보고 만화는 보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이 워낙 잘 표현됐다는 평가 때문에 굳이 원작을 찾아보지 않았다. 충사는 한자 그대로 벌레 선생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벌레를 퇴치하는 내용인데, 역시나 단순하게 없애버리지 않고 달래거나 공존을 도모한다. 분위기 또한 굉장히 서정적이고 다운된 느낌이고, 성장을 동반한 액션이 없기 때문에 귀멸의 칼날과 맥은 비슷하지만 다른 맛이 있는 작품이다.


  "두려움이나 분노가 눈을 가리게 하지 마라. 모두들 그저 각각 존재하는 방식대로 존재하는 것일 뿐."

 – 충사 속 대사


   장르 특성상 귀멸의 칼날은 때려잡지만, 충사의 기본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같이 살아보려고 애쓰는 삶!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많이 보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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