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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Dec 23. 2015

대기업회사원의 3주 휴가 (2) Airbnb 첫 경험

처음 가는 나라에서 친구 만들기

비행기 표를 끊고 다음에 한 것은 숙소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유럽에 3주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했던건 가격이다.

그렇게 따지면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6인실 도미토리였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 앞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었다.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조용해야 했고, 화장실과 욕실이 깨끗해야 했다. 그래서 한 방을 여러 명이 같이 써야하고 욕실이 좁은 도미토리같은 곳은 견디기 힘들었다.

깔끔하지만 싼 곳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Airbnb. https://www.airbnb.co.kr/


Maker Faire Berlin이 열리는 곳의 주소를 넣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난 애초에 차비를 여행 경비에 넣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가까울수록 좋았다.


그 중 눈에 띈 사진 한 장.

Cozy Penthouse라고 소개하고 있는 45유로 짜리 집이었다. 45유로라니..!!!

방 한칸을 렌트하긴 하지만 집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호텔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냉큼 예약을 눌렀다.

예약을 하고 나서 찬찬히 사진을 살펴보고 본문을 읽어보니 집주인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써있었다.  

.................


하지만 호스트가 여자였기 때문에 큰 고민은 안했다.

Airbnb는 처음이지만, 그래도 입소문이 그렇게 날 정도면 괜찮은거 아닌가?!!!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호불호도 없었다. 근거없는 믿음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베를린에 도착해 메시지로 도착했음을 알렸다. 어떤 버스를 타면 되는지, 어디에 내려서 갈아타야하는지 다시 한 번 자세히 알려줬다.

길에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었고, 버스 안에서 만난 친절한 미국인이 지하철로 갈아탈 때 입구까지 데려다줘서 집 앞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집 앞에서 발생했다.

그 동네 집들은 아파트/빌라 형으로, 입구에 있는 각 세대의 초인종에 이름이 붙어 있고 방문하려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면 주인과 대화하고 대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내가 알고있는 주인언니의 이름이 써있질 않았다. 헐?????

이름이 아니고 성을 써둔 것 같은데 뭘 눌러야할지 몰라서 못누르고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옆 건물의 상가 주인 언니가 나오더니 "뭐 문제있어? 전화할래?"라고 물었다.

오 갓! 이런 구세주.


다행히도 미리 전화번호를 적어둬서 무사히 주인 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늦었는데,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냉큼 문을 열어줬다.

'널 위해 과자와 젤리를 준비했어'라며 예쁜 접시에 담긴 간식을 건냈다. 몹시도 반갑게 맞아주곤 이것저것 설명한 뒤에 시크하게 출근한 주인언니.


짐을 풀고 집안을 둘러보니 정말 사진이랑 똑같았다!!!


게다가 베를린 시내에서 불과 3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었고 베를린장벽(Berlin East Side Gallery)이라고 부르던 그곳도 걸어다닐만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http://www.eastsidegallery-berlin.de/


한번은 집의 반대쪽으로 한참을 걸어갔더니 동독의 느낌이 물씬나는 곳이 나오기도 했다.

집 근처와 East Side Gallary 쪽은 번화한 도시의 느낌이고 치안이 잘되어 있어서 한 번도 노숙자를 본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노숙자가 나오고 냄새나는 동네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정도로 주변에 볼거리가 많았던 곳에 머무를 곳을 마련한 덕에 일주일동안 전철을 딱 두번탔다.

도착해서 처음 오던 날과 투어하고 너무 다리가 아파서 한 번.

이처럼 Airbnb에서 검색할 때 내가 원하는 곳의 주소를 넣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을 찾는 것이 팁인 것 같다. (물론 번화가에 가까울수록 가격은 올라간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해질녘마다 너무나도 멋진 야경을 선사해준 나의 첫 Berlin 집, '이 동네 정말 살만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곳의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 몹시도 만족스러웠던 일주일.


하루 45유로에 방을 뺄 때 청소비 15유로. 일주일을 예약하면 조금 깎아주는 정책까지. Airbnb는 내게 매우 만족스러운 첫 경험을 선사했다.

그래서 나중에 짐을 뺄 때는, 우리집의 남는 방 하나도 이렇게 내놓고 외국에서 오는 친구들에게 공유하면 내가 가본적 없는 곳의 문화를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host로 등록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사실 집도 집이지만 집주인 언니가 너무 예쁘고 도착하기 전부터 주고받던 메시지가 너무나도 친절해서 머무는 동안 얘기를 많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바빠 주말에도 출근을 했고, 난 아침 일찍 나가서 하루종일 걸어서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피곤해서 일찍 잠들곤 했기 때문에 거의 마주치질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저녁엔 집에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간 소이캔들을 선물하며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갈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한국을 사랑한다는 그녀의 남자친구를 소개받기도 하는 등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다음에 Berlin에 간다면 꼭 또 가고 싶은 집!!

지구 반대편에 좋은 친구를 한 명 만들어줘서 매우 고마운 Airbnb!!



* 방을 빼기 이틀 전에 안 사실인데, 집주인 언니는 사람을 가려서 받고 있었다. 사진과 후기가 훌륭해서 사람들이 예약을 많이 하는데, 여자 혼자 사는 집을 공유해서 써야하니까 여자를 주로 받고, 자신이 안가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받으며 대화를 좀 해본 다음에 수락한다고 했다. 하하- 난 선택받았어!


** 한국에 돌아온 후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됐는데, airbnb는 매우 복불복이라고 한다. 내 경우엔 몹시도 친절하고 좋은 호스트를 만나서 처음 간 독일의 첫 도시에서 참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대기업 회사원의 3주 휴가, 전편 보기

1편. 3주 휴가의 시작  : https://brunch.co.kr/@banglab/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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