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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May 17. 2021

(견생 7주)1일차. 우리집에 아기 풍산개가 왔다!

5/14(금). 우리집에 아기 풍산개가 왔다!!

얼마 전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키우던 개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재작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연로하신 할아버지 혼자 시골에 계시는데, 마당에 개가 있으면 인기척에 반응이라도 하니까.. 싶어서 다시 멍뭉이를 한마리 들이기로 했다.



"근데 미진아, 강아지가 너무 어려"

이번주에 엄빠가 시골에 가신다고 했더니 형부가 풍산개 한 마리를 데려왔단다. 밖에서 키울거라 너무 작으면 곤란할텐데 싶어 오후 오프한 김에 보러 가기로 했다.

부모님과 형부를 밖에서 만나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갔다.



"강아지 어딨어?"

옥상 마당 한켠에 놓여진 상자에 담긴 강아지를 그렇게 처음 만났다.

차 타고 오면서 멀미할까봐 하루를 굶긴터라 집에 도착하고 두유를 주셨던 모양인데 온몸에 두유 칠을 하고 바닥에 다 쏟은걸 보니 하나도 안먹은 것 같았다.   



"헐, 내 손에 쏙 들어오잖아. 너무 작은데?

그냥 딱 봐도 얘는 시골집 마당에서 키우면 안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밖에서 키우긴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시골에 보내더라도 접종은 해서 보내야하니 동물 병원에 먼저 가보자고 했다.

일단 몸에 두유칠을 해놨으니 좀 씻기자는 엄마. 집에 개샴푸가 있을리 없어서 사람 샴푸로 씻겨도 되나 찾아봤다. 산성도가 달라서 사람 샴푸를 쓰면 안된다고 한다고 강아지를 씻기던 엄마에게 전달했다. 물로 씻길 수 있을 만큼 씻기고 드라이기로 털 말려주기.



"얘 접종은 했데?"

형부에게 아이 보내온 곳에 접종 여부와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등등을 물어봐달라고 했다.

태어난지 한달 반 됐고, 젖을 뗀지 일주일 되었다고 한다. 한달 반 된 아기라 아직 접종은 안했고 우유를 주면 될거라고 했다.



일단 동물 병원에 가자

엄마, 아빠, 나 모두 이렇게 작은 강아지는 너무 오랜만이었다. 재빨리 네이버 맵을 열어 집 주변의 동물 병원을 검색했다. 다행히도 집 근처에 별점이 높고 리뷰가 괜찮은 동물 병원이 있었다. (플레이스 정말 짱이다. 리뷰랑 별점 없애지마라)


'어디에 넣어서 데려가지..' 부모님 댁에 있는 내 옷방에 가서 옆과 아래가 열리는 가방을 찾았다. 가방을 열고 수건에 싸서 넣어 얼굴이 밖으로 나오도록 해서 병원까지 조심스레 안고 갔다. 엄마 아빠도 함께 가셨다. 가족 중 누가 한 명이 뭐 하나를 해도 다들 관심 가져주는 우리 집ㅋㅋㅋ 



동물 병원 처음 와보는 사람 셋

방금 우리 집에 온 아인데 시골에 보내려고 한다. 엄마랑 있다가 떨어져온거라 지금 당장 밖에서 키우면 안될 것 같은데, 상태 체크 겸 접종 가능 여부, 앞으로 어떻게 돌봐야할지 등등을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보호자 이름과 연락처를 묻더니 강아지 이름을 묻는다.

"온지 두시간도 안돼서 아직 이름이 없어요..."

강아지 이름이 있어야 한다길래 대충 아무 이름이나 말해주고 잠시 기다렸다가 원장님을 만났다.



1.18kg, 여아, 체온 정상, 이제 나기 시작한 유치도 부정교합 없음

태어나서 줄곧 엄마랑 형제들이랑 있다가 막 거처를 옮긴거라 접종은 안된다고 했다. 일단 옮긴 집에서 최소 일주일 동안 상태를 보고 나서 다시 데려오라고 했다.

그동안은 밥 잘 먹는지, 응가는 잘 하는지를 살펴보라고. 밥을 안먹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목욕도 지금은 말고 접종 하고 나서나 하라고 한다. 그동안은 뭐가 묻으면 물이나 물티슈로 묻은 곳만 살살 닦아내라고.



"뭘 먹여야 하죠..."

젖 뗀지 일주일 됐다고 들었는데 함께 온 먹이는 아무 것도 없다고 했더니 로열캐닌 스타터를 한 봉지 주셨다.



"얼만큼씩 먹여야 하죠..."

사료는 하루에 55g 정도. 컵으로 하면 3/4컵 정도를 3-4회로 나누어서 주기

견주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번, 잠자기 전에 한 번은 반드시 주기. 주인이 자는 동안 아기가 밥 못먹으면 당 떨어질 수도 있음

아직 단단한 사료는 먹기 힘들테니 물에 불려서. 1시간 정도 충분히 불려서 주기



새로온 집에서 먹는 첫 번째 맘마, 첫 사료 급여

다음주 금요일로 다시 일정을 잡고 부모님 댁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알려준대로 사료 급여.

엄마가 찬장을 여시더니 '밥그릇으로 뭘 할까...' 하다가 스텐 용기 두 개를 꺼내셨다.


굶어서 그런가 너무 잘먹네....

잘먹는 줄 알았는데 입 짧은 듯...




"내가 한 달만 키워서 보낼게"

아직 접종도 안한 애를, 사료를 물에 불려서 줘야 하는 애를 시골집에 보내서 마당에 놔둘 수가 없었다.

일단 부모님 댁에서는 동물을 키울 수가 없었고, 남편이 몇 번 개 키우자는 이야기를 했던 터라 부모님께 시골에 보낼 정도가 될 때까지 내가 키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동의했지만, 우리가 작은 생명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해 여전히 걱정이었던 터라 '시한부로 강아지라도 케어해보면서 작은 생명체를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인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선택지가 별로 없기도 했다.


동물 병원에서 사온 사료와 배변패드를 챙겼다. 아빠가 취미로 다양한 나무 가구를 만들고 계셔서 개집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개집까지 만들면 시골로 안보낼 것 같다고 안만들어주신단다. 일단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야겠는데 싶어 울타리를 만들어 주려고 화분 다이로 쓰던 나무 선반 두 개를 챙겼다. 바닥 마루에 오줌이 배면 관리가 어려우니까 바닥에 깔으라고 방수가 되는 벽지도 챙겨주셨다.



자, 여기가 한달 동안 네가 지낼 집이야!

집에 오자마자 거실 티비 오른쪽, 안방 문 왼쪽, 인터폰 아래에 강아지 자리를 잡아주었다. 찬 바닥을 좋아하는 듯 해서 벽이 타일인 쪽에다 마련..

바닥에 벽지를 잘라서 깔고, 그 위에 화분 다이였던 나무로 울타리를 쳐주었다. 수건에 둘둘 싸서 데려온터라 방문에 가까운 쪽으로 잠자리를 내주고, 반대쪽엔 배변 패드를 깔았다.   


하루에 두 번이나 이사 다니느라 힘들었는지 계속 잠을 잔다.


한 시간쯤 자더니 일어남. 몹시 피곤해 보이네...


그러더니 혼자 또 잘 놀기도 하고..


금새 지쳐서 다시 잔다.


그러더니 금방 또 일어나서 먹방.....

하지만 입이 짧아서 얼마 먹지 않지...


그리곤 다시 잠 ㅋㅋㅋㅋ 

갓난 아기의 하루 일과는 먹고-자고-싸는거라더니 사람이나 개나 똑같....

갖고 놀라고 테니스공 하나를 넣어주었지만 입에 물리는 크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별 관심이 없네..



어????뭐야????????????!!

사실 남편에게 미리 말을 안하고 데려왔다.

왜냐면 개를 키울 마음이 없던 내게 여러 번 개를 키우자는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남편이라 보면 좋아할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

아니나다를까 보자마자 남편은 소리를 질렀고

강아지를 보고는 어쩔줄 몰라 하다가 안아야 하니 손을 씻고 오겠다고 했다.


그리곤 냉큼 안아보기

아름다운 투샷-



하얘서 하얀이라고 불렀는데, 이름을 뭘로 짓지? 한달 뒤에 안보내면 안돼? 같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집에 식구가 하나 늘어난지 몇 시간 안됐는데도 좀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PM 3:50 동물 병원 방문

PM 4:36 사료 두 스푼, 쉬 1회, 응가 1회(단단한 응가),

       :     사료 좀 더 먹고 나서 물이 많은 응가 함.

PM 6:30 우리집 도착, 쉬야 1회. 낑낑대며 자다 깨다 함.

PM 8:30 사료 먹음. 쉬야, 응가. 쉬는 배변 패드에 함. 응가는 집 밖에서 누려고 하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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