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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Jan 31. 2018

문제가 아니라 걱정에 관한 고찰

The School of Life, 인생학교

난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는 당장 먹고사는 것이 급할 것이다. 나도 안다.

다만 이 두 가지는 시대 흐름의 어디에서나 함께 있어왔고, 지금도 공존하고 있고, 이건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게 누군지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를 뿐, 두 가지 모두 중요하기에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쟁에 시간을 쏟기보다 그저 내가 더 관심 있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싶을 뿐이다.


내 일이 즐겁고, 그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한다면 좋겠다는 바람 -  




종이책을 선호해서 늘 책과 형광펜이 가방에 들어있다. 간혹 두어 권을 한 번에 봐야 할 때는 벽돌을 넣고 다니는 것처럼 가방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e-book으로 책을 보는 것이 나와 잘 맞는지 실험하던 중에 인생 학교 6권 전집이 반값 세일을 하길래 냉큼 샀다. 2018년 1월 책으로 낙찰 -


인생 학교 시리즈의 첫 번째로 읽은 게 <섹스, How to think more about sex> 편이었다.

이유는 참 단순하게도, 내가 알랭 드 보통 팬이라서 -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남겨본다.

우리 시대의 남녀관계를 지배하는 통념은, '이상적인 사람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한 사람을(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우리가 사랑을 유지하는 데 애쓰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유년기의 감정적인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에게 맨 처음으로 사랑을 준 사람들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자.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그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지 말해준 적이 없고, 우리에게 사랑을 베풀면서도 우리가 그대로 되갚아주길 요구하지도 않았다. 또한 자신들의 약점, 걱정, 욕구를 드러내는 일도 드물었다. 그리고 연인으로서의 행동보다는 부모로서의 행동을 더 훌륭히 해냈다.

그분들의 의도야 더없이 자애로운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훗날 우리에게 복잡한 영향을 미치게 될 환상을 심어주고 말았다. 꽤 잘 맞고, 무난한 남녀관계에서조차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처 그럴 마음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성인기의 사랑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에 사랑 받던 느낌을 기억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데 무엇을 감수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에 맞먹는 노력을 쏟아야만, 파트너가 은밀하게 불만의 화살을 쏠 때 그것을 감지하고 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더 행복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 p.102, 지금 바로 옆에 있는 한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
<The School of Life : How to think more about sex, Alain de Botton>

 

그다음에 읽은 건 <일, How to find fulfilling work>이었고, 세 번째로 <돈, How to worry less about money>을 펼쳤다. (대부분 200페이지 정도인데 세시간 정도면 다 읽었다. 평소에 많이 고민하던 내용이라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시간이었다)  


몇 장 넘기지 않아 만난 이 문단은 최근 나 포함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돈 '걱정'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나 사실을 언급하기보다, 돈을 걱정하는 당사자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쉽게 말해 걱정은 '내 통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p.29, 문제가 아니라 걱정에 관한 고찰   
<The School of Life : How to worry less about money, John Armstrom>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가 남긴,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실체 없는 그 무언가.

사실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무언가에 대한 걱정.


재밌는 건, 사람들은 그들이 지닌 걱정의 시작점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어서' 혹은 여러 다른 이유로 내 걱정의 시작이 어디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혹시 고민하더라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기도 하고.

그리고 이런 게 내가 생각하기엔 삶의 질에 속하는 영역이다.


아마도 인생 학교 시리즈가 의도했던 게 이런 게 아닐까.

내면의 깊은 고민거리를 드러내 담담히 마주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 -






책을 모두 다 읽고 나니 몇 가지 더 남기고 싶은 내용이 나와서 추가. 

잘 산다는 것은 당신에게 중요한 일을 하고,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당신이 관심 있는 것을 찾아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잘 산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를 최선의 모습으로 만들고 표현해, 마침내 진짜 열망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때 '잘 사는 것'이 '행복'보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인 이유다. 

- p.104, 왜 행복이 아닌 성공을 말하는가?
<The School of Life : How to worry less about money, John Armstrom>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는 데는 책 이외에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 단지 책 한 권만 있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읽는 데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천천히 생각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바심을 내거나 초조하게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책을 들고 침대로 가거나, 욕조에 눕거나, 카페나 공원에 앉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말이다. 내용에 집중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도 필요하다. 지력과 집중력의 많은 부분을 쏟아 독서에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당신의 높은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높은 필요는 거창한 것도, 가식적인 것도 아니다.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것,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의 내적인 삶과 만나는 것, 누군가의 감정을 정화하는 것 등이다. 이런 것들은 매일 매일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관심사다. 우리가 좀 더 다급하고 분명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동안, 높은 필요들은 충족될 수도 있고 충족되지 못한 채 남겨질 수도 있다.

- p.121, 정신적 여유라는 간접비용
<The School of Life : How to worry less about money, John Armst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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