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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 컷 일지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by 반고

기사가 나간 후 잡지에서 오자나 잘못된 사실을 발견할 때만큼 당황스러운 건 없다. 이미 매체가 만들어졌기에 다음 호에 정정 보도를 싣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 10월 월간 토마토 프리랜서 기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을 때 과월호를 몇 권씩 받았었다. 내가 가져온 것 중에 157호가 있었는데, 마지막 장에서 정정 보도를 발견했다. 사진 설명이 잘못되었기에 바로잡는다는, 다음과 같은 문구였다.


저번 156호와 함께 나간 엽서 중 <도솔산 끝자락에서 바라본 갑천과 가수원동>에 오류가 있어 알려드립니다. 사진 속 풍경은 ‘가수원동’이 아닌 ‘도안동’입니다. 올바른 정보 제공해주신 월평동 마을공동체 ‘반달마을 달맞이’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월간 토마토, vol. 157, p. 80)


월간 토마토는 크라프트 상자에 넣어서 배송하는데, 그 안에는 잡지 외에도 다이어리,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동봉된다. 독자들이 월간 토마토를 받을 때 선물 보따리를 여는 기분을 선사하는 것이다. 나는 156호를 읽지 못했지만, 157호 잡지를 보면서 지난달 선물로 나갔던 엽서에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매체를 꼼꼼히 본다고 하는 깨달음과 동시에 제보해준 ‘반달마을 달맞이’라는 이름의 공동체는 어떤 곳일지 궁금함이 생겼다.


점은 마음속에 찍어둘게요

내가 쓴 글이 월간 토마토에 실리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2월호 vol. 161부터다. 나와 직접 관계가 있는 매체라고 생각하니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된다. 161호에서는 시작부터 오류를 발견했다. 상자에서 잡지를 꺼냈더니 표지가 독특했다. 표지에 숫자 줄긋기 퍼즐이 실려있었다. 우리 집 첫째는 ‘재밌겠는데? 내가 해 줄게’라며 펜을 들었다. 아들이 숫자를 따라 순서대로 줄 긋는 미션을 완수한 결과, 눈앞에 ‘직업, 생계’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이번 호의 주제어를 디자인 테마로 사용한 것이다. 아들은 잡지를 나한테 돌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 에러가 몇 개 있네. ‘생’에 숫자는 있는데 점이 없는 게 있고, ‘계’에는 마지막 번호가 없어서 글자가 연결이 안 돼.”


나는 완성한 퍼즐을 사진 찍어 출판사에 보냈다. 담당자는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싶었는데 그 기획 의도가 통했다며 반색했다. 나는 향후 도움이 될까 하여 말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후 디자인 오류를 알려주었다. 이런 내용은 정정 보도를 할 만한 사안이 아니기에 담당자는 놓친 점은 마음속에 찍어두자고 농담을 하였다.

표지 오류.jpg 줄긋기 퍼즐로 된 잡지 표지

사실 웬만한 실수는 예방할 수 있다. 줄긋기 퍼즐은 인쇄하기 전에 직접 해보았으면 틀린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마감에 쫓겨 바쁘게 일하느라 미처 검토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단, 이 표지뿐이랴? 종종 글 본문에서 발견하는 오타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 더 검토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걸 알면서도, 나중에는 본인의 글에 무뎌져서 쳐다보기도 싫은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이럴 때는 시간을 두고 원고를 묵혀놓았다가 다시 봐야 하는데, 이게 가능해지려면 글을 일찍 완성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무슨 일이나 급하게 마무리 지어서 높은 완성도를 얻기는 어렵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지침이지만, 실수하고 나서 후회하기보다는 글을 보내기 전에 퇴고를 한 번 더 하는 게 낫다는 다짐을 해본다.


징검다리에는 이름이 없다더니...

신년 호인 162호에서 나는 대전의 징검다리를 소개했었다. 분명 PDF로 변환된 최종 원고를 확인한 후 이상이 없음을 알렸는데, 어찌 된 일인지 종이 잡지를 읽다가 사실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오타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내가 원래 작성한 문장은 “징검다리 자료에는 6개 경찰서의 이름이 적혀있다.”였다. 대전을 관통하는 3대 국가하천의 징검다리는 관리의 효율을 위해 6개의 경찰서 중 한 곳이 담당 경찰서로 배정되어 있다. 따라서 하천관리사업소 자료에는 징검다리마다 중부, 서부, 동부, 대덕, 둔산, 유성 관할서의 이름 중 한 개가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징검다리 자료에 6개의 경찰서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 것인데, 편집을 거치면서 “징검다리 이름 중엔 경찰서 이름을 따온 것이 6개 있다.”라고 바뀌었다. 아뿔싸! 바로 앞 문장에서 징검다리는 대개 이름이 없어서 인근의 큰 다리나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구분한다고 하였건만, 엉뚱하게도 기사에는 경찰서 이름을 따온 징검다리가 6개나 있다고 실린 것이다. 내가 쓴 문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편집한 것인지 상황 파악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실린 문장은 사실과 달랐다.

나는 출판사에 이를 알렸다. 편집장은 사과의 말을 전하며 2월호에 정정 내용을 넣겠다고 하였다. 월간 토마토 163호 마지막에는 편집국 뉴스라는 짤막한 안내가 실렸다.

편집국 뉴스.jpg 월간 토마토 163호 편집국 뉴스


내 기사의 수정사항 바로 위에는 다른 기사에 대한 정정 보도가 있었다. 지난달 기사에 나온 사진 중 청둥오리로 소개된 동물이 실은 흰뺨검둥오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어떻게 이 점을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출판사에 물어보았다. 담당자는 독자가 제보해주었다며, 대부분 구독자가 잡지에서 사실과 다른 점을 발견하면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이메일을 통해서 알려준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으니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사 직원과 글을 기고하는 사람이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은 독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글을 읽은 사람이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주면 오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관심사를 알게 되어 기획물을 준비할 때도 참고할 수 있겠다 싶었다.


월간 토마토가 지난 15년 동안 지역의 문화 예술 잡지로 그 자리를 지켜올 수 있던 바탕에는 독자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월간 토마토의 독자이며 프리랜서 기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내가 속한 매체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매체의 온도를 조금 더 훈훈하게 데우는 데 힘을 실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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