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줄게요

“저, 위니랑 산책하러 갈 건데 엄마도 가실래요?”

오래간만에 집에 온 아들의 제안에 하던 일을 멈추고 따라나섰다.

우리 가족은 은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위니를 입양했다. 강아지를 간절히 바란 아들은 식구들을 설득했고 결국 강아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일상적인 돌봄은 내가 하지만, 은호도 보호자로서 많은 역할을 했다. 틈틈이 산책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강아지 행동 교정을 위한 교육에 참여하고, 동물병원 진료에 동행했다. 강아지가 생기니 사주고 싶은 게 많아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여 1년간 아빠 엄마 차를 세차하고 용돈을 벌었다. 열세 살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셈이다.

위니가 우리 집에 오고 얼마 후 코로나19가 터졌다. 무엇이든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하는 게 최고라는 인식이 만연했다. 인터넷에서 집 한 곳을 헬스장처럼 꾸며놓고 몸을 관리하는 유튜버를 본 은호는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이다음에 방 세 개 있는 집에 살 거야. 내 방, 위니 방, 홈트레이닝 방 하면 딱 맞아.”

“좋지, 나도 너희 집에 초대해 줄 거지?”

중학생 아들이 꿈꾸는 삶이 얼마나 원대한지 말해주는 대신,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들은 강아지 공동 보호자의 역할이 버거웠던지 어느 날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 어릴 때도 이렇게 키우는 게 힘들었어, 엄마?”

“그럼, 사람이 더 힘들지. 위니는 말이 없잖아. 아기는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니까 챙겨줘야 할 게 끝도 없지.”

“그러네… 나는 나중에 아기 키우지 말아야겠다.”

<체험 삶의 현장>을 일찍 경험한 은호는 육아 포기를 선언했다. 나는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먼 훗날의 자녀 돌봄 이전에 현재 가진 임무를 상기시키려고 이렇게 말했다.

“은호야, 지금은 엄마가 위니를 돌보는데, 군대 다녀오면 네가 돌봐야 해.”

“알았어. 근데, 엄마가 정들어서 데려가지 말라고 할 것 같은데?”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일단 목표는 네가 독립할 때 위니도 같이 이사하기로 잡자.”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아들이 기숙사로 간 후, 내가 전적으로 위니를 돌보게 되었다. 은호가 가끔 집에 오지만 할 일은 많고 잠이 부족한 고등학생인 만큼 웬만하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마음 내키는 만큼 위니와 같이 보내려고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기말고사가 끝나서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아들이 먼저 산책하러 가자고 했다. 걸으며 며칠 전에 동물병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돈이 많이 들었냐고 묻기에 약값이랑 검사비로 지출한 비용을 알려주자, 은호가 말했다.

“엄마, 내가 취업하면 양육비를 보내줄게. 사회 초년생이 되면 아주 바쁠 테고, 내가 사는 집도 크지 않을 테니까 위니가 나랑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 엄마가 계속 잘 돌봐주고 내가 양육비를 보탤게요.”

아들이 양육비라는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 직장 초년생이 방 세 개짜리 집을 구할 수 없다는 것, 불과 2년 사이에 은호가 이런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 놀라워 잠시 어지러웠다. 앞으로도 내가 계속 위니를 돌보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 아들에게 심적 부담을 주었구나 싶었다. 산책을 하며 머리를 굴렸다. 아들에게 양육비를 받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들이 책임을 다하는 걸 막고 싶지도 않은 나는 은호가 직장인이 되면 반려동물 보험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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