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수업 사례① -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역사교육 재구성(민주화운동)
≫ 김영주(광주여자고등학교)
본 글은 「<사례 3> 시민, 군사 독재와 싸워 승리하다」 『교육자치시대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과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 –역사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pp.216~234 내용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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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뭘까요? 민주 시민은요?’ 다들 자주 쓰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제한적이어도 개념정의를 해야 그 다음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서 질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샘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고정적으로 정하지 말고, 각 시대마다,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냥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민주주의를 '역사적 구성물'로 보고 역사적 형성 과정을 다룬다는 의미였다. 사회교과가 아닌 역사교과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작년에 기회가 되어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자치시대의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역사교육과정 재구성'하는 자리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그 중 나는 실제 '민주화운동' 부분에 적용해서 뭘 할 수 있나 고민한 시간을 가졌다. 민주화운동 시기는 4·19혁명부터 6월민주항쟁까지로 그 중에서도 일단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6월민주항쟁'을 대상으로 좁히고, 주제를 '시민, 군사 독재와 싸워 승리하다'로 정했다.
2019년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를 만들 때, 주제 중심 학습으로 구성하되 각 주제를 3~5시간 수업 가능한 형태로 필수 구성 틀을 5가지로 정했다. 첫째, 국가 서사를 상대화 하고 세계, 지역, 지방 차원, 자율적 시민사회의 존재 차원으로 구성할 것. 둘째, 시민 형성의 관점으로 구성할 것. 셋째, 구조와 구별되는 행위자의 관점으로 구성할 것. 넷째, 복수의 역사, 다원성을 드러낼 수 있는 논쟁적 요소를 주제 속에서 찾을 것. 다섯째, 기억을 둘러싼 투쟁, 기억의 정치, 공공 기억 문제와 관련지어 접근할 것이 그것이었다.
1. 시민 형성의 관점에서 민주화 운동 바라보기
국가 주도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발달한 도시의 거주민으로의 ‘시민’, 혹은 생계를 걱정하며 정치적 의사표현은 소극적인 ‘소시민’으로 시민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눌려왔던 시민들이 반유신 투쟁에 참여하면서 저항적 시민으로의 자각이 생기게 된다. 부마항쟁-5․18민주화운동이 6월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중요한 사건들로 여기면서도 그동안은 ‘독재-저항-좌절(독재)―저항’의 반복되는 과정으로 보고 각 사건들이 상호 단절되어 인식되었다.
마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번번이 좌절되고 독재가 반복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의 신군부는 박정희 정권을 이어받은 유신 세력의 연장으로 파악할 수 있고,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은 지역의 이름이 붙어있음에도 특정 지역의 일이라기보다는 당시 국가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의 연속으로 6월민주항쟁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저항 역량이 집결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본 주제에서는 세 사건을 포함하는 시기를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시민 형성의 과정’이라는 맥락 속에서 파악하되 사건 속의 다양한 행위 주체들을 파악하여 각각의 선택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현재의 사회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학생이 고민해 보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2.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 관점에서 민주화운동 이해
한국사는 냉전 체제와 그로 인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미소냉전 체제 완화시기에 오히려 아시아에서는 반공을 앞세운 독재 체제가 강화된 공통적 특성을 통해 한국의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흐름에서 비교, 대조하면서 이해하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아시아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연대를 추구해야 하며, 미국을 포함한 타국은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일지라도 언제든 자국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3. 다양한 행위자들의 선택에 대한 이해를 통한 역사 속 행위에 대한 성찰
이 시기 역사적 사건은 정치 권력자, 외부의 외교적 압박과 지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의 선택과 행동이 사회 경제적 상황을 배경으로 중층적으로 교차하면서 발생하였다. 역사적으로 잘못된 국가적 행위에 저항하는 시민의 도덕적 우위, 세계사적 흐름이 당시 국내에 미치는 영향, 시민의 힘이 조직화되는 과정과 한계 등을 파악하고 도덕적인 당위 이상의 정치적 차원으로도 사건을 판단할 수 있도록 시야가 확장하길 기대한다.
‘시민’은 단일한 불변의 계층이 아니고, 학생, 야당 정치인, 사회단체, 종교단체, 노동자, 농민 등의 다양한 계층들이기도 하면서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선택한 행동에 따라서는 저항의 주체로 혹은 수동적 방관자, 방관적 가해자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한 사건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현재도 우리는 시민의 일원으로 사고하고 행위를 선택하는 위치임을 자각하여 적극적 행위자가 되길 기대한다.
4. 지방(local)과 교사 차원의 교육과정 재구성
민주화 운동은 지방의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이 경우 국가 중심 서술, 중앙 중심 서술의 역사와 다르게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이 거대 서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이해하고 거대 서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특징에 따라 민주화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민주화운동기념 사업회 아카이브를 비롯한 인터넷 영상, 구술, 사진 자료 등을 확인하고 수업 자료로 재구성하여 활용할 수 있다.
인물이나 독재정권의 반인권적 탄압에 대한 사례는 학생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공감을 이끌어내기 유용할 것이다. 각각의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했던 인물들을 발굴, 조사해서 제시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우리 지역의 각종 기념공간이나 전개되는 행사, 기념물 등 과거사에 대한 기억을 기념하고 전승하는 것들을 찾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여 지금 공공의 역사가 어떻게, 무엇을 기념하고 있는지 또 기념해야 할지 논의해 볼 수 있다.
5. 논쟁성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 토의를 통해 민주 시민 역량 함양
평소 당연하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에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보게 하여, 각 행위자의 선택 동기나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같은 행위라도 서로 다른 이유가 있음을 의견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현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역사 부정을 시민으로서 자기 의견을 갖고 토론하며 문제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보고, 사법적 진실과 역사적 진실에 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시간이 지나 잊히는 일들에 대해 정해진 ‘도덕적 당위’가 아닌 현재의 관점으로,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기억할지를 논의하면서 시민으로서 공공 역사를 주체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시기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쟁적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보았다. 물론 수업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논쟁 주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인물의 행위, 인과관계에 대한 논쟁 : 민주화운동 과정의 가해자 범위, 피해자의 선택, 수동적 방관자 문제,
• 역사부정에 대한 논쟁 :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부정/왜곡 문제, 역사부정처벌법 제정 문제에 대한 찬반
• 역사적 이해와 관련된 기념 논쟁 : 국가 주도 의례화 이후 민주화운동 기억방식, 지역에 관련된 기념관과 기념물의 의미, 민주화 운동 시기 수많은 열사들에 대한 추모방법, '민주화 운동' 무엇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
• 역사적 사건을 이용하여 현재 갈등이 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 토론 : 무차별적이고 비이성적인 폭력과 인신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다수의 힘을 모으기 위해 소외되는 소수의 요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 당시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현재의 시각으로 되짚어보는 문제 : 5·18민주화운동에서 성폭력 문제는 왜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 되었나,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는 있는데 왜 민주화운동 유공자는 정하지 않았나.
1. 수업 핵심질문
교육과정 상의 수업 사례 작업을 할 때 주제 전체 분량을 적정한 차시로 나누고, 차시별 핵심 탐구 질문과 학습역량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진행하다보니 적정한 '차시'라기보다는 적정한 소주제로 다시 나누어졌다. 매 수업이 한 차시에 가능하지 않겠다는 모든 주제에 공통적으로 비판받았다. 크게 5개의 소재로 '동아시아 민주화운동',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역사 부정(5·18민주화운동)'으로 나누어 각각에서 생각해볼 질문을 수업 주제로 삼았다.
2. 유의점
1) 수업 시 유의점
∙ 행위의 동기를 찾을 때, 당사자 입장에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되 행위가 어쩔 수 없었다고만 판단하지는 않는다. 특히 가해자 입장에서도 다른 선택을 했던 정의로운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 불완전하고 확실하지 않더라도 증거와 논리적 근거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도록 돕는다.
∙ 수업 전에 학생들이 미리 가지고 있는 사건과 관련된 평가, 이미지, 선지식을 파악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수업을 구성하도록 한다.
∙ 개인 간의 고통과 고난을 비교하지 않는다. 희생자 또는 피해자들을 특권화하고 위계화거나, 영웅화하고 이상화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기 위한 자료 준비나 지역과 관련된 내용 조사 시 교사는 참고 사이트나 자료를 수업 전에 찾아 내용을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그 때 그 때 안내해줄 수 있도록 준비한다.
∙ 역사 부정을 다룰 때, 기억 투쟁으로의 오월운동을 자세히 소개해주어 6월민주항쟁까지와의 연결은 물론 역사 사건은 점처럼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현재까지 유의미하게 이어짐을 알게 한다.
2) 이 주제에서 피해야 할 방식
∙ 주제 중심으로 수업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내용 지식의 부족, 자료 이해 부족으로 질문을 하거나 의문을 표시할 때 그냥 지나치거나 넘기지 않아야 한다.(학생이 스스로 의미 있는 질문을 갖는 거 자체가 이 수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 개별 사건들의 자세한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많은 내용의 나열이 되지 않도록 하고 한 차시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맥을 분명히 한다.
∙ 수업에서의 주제는 다양하게 재구성되어 제시될 수 있으나,(제시된 주제 외에 ‘경제와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으로, ‘독재 체제가 세워지고 정당화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등) 시민들의 희생이 어쩔 수 없었다거나 폭력적인 인권탄압이 정당화되는 방식으로 왜곡되지는 않도록 유의한다.
∙ 6월민주항쟁으로 민주화가 완결된 것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1) 1차시 – 냉전 체제 하의 아시아 독재체제와 민주화 운동
아시아 독재체제 강화 배경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저항
필리핀, 대만의 민주화 운동 비교, 한국과 공통점 비교
동아시아 민주화운동이 상호 영향을 주었을까?
부끄럽지만 광주에서도 불과 얼마 전까지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는 5‧18민주화운동 평가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이 있었다. 5‧18민주화운동과 아시아 민주화운동과 연결되어 영향을 주었다는 얘길 하면 겉으론 표현하지 않지만, 지역의 역사라 평가가 과장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이해하고 재구성 하는 체화된 이야기가 아니라 정해져있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당시 아시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반공 개발 독재 체제로 전환하는 국가들을 볼 수 있다. 국가의 배경에 따라 저항 주체나 전개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반인권적 진압 양상이 비슷하며 시민들은 각국의 저항 사례를 공유하며 힘을 얻거나 응원하거나 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민주화 된 이후 이행기 정의시기 역사적 재평가 문제로 갈등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민주화운동을 한 국가 안에서의 개별 사건이 아니라 아시아 관점에서 보여주며 시작하는 것이, 기존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한 지역적, 일국가적 관점을 깨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미국의 정책과 행동이 아시아에 큰 영향을 주는데 그 점을 잘 정리하지 못해 아쉬웠다.
2) 2차시 – 부마항쟁(국가의 잔인한 폭력)
유신체제의 반인권적 모습 사례로 제시 : 생활의 억압(금지곡,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통금 등),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 중앙정보부 폭행과 고문/조작사건(인혁당 사건 등)
유신체제에서의 사회경제적 어려움 ; 학생들 유신 반대 운동에 시민도 참여
부산, 마산 항쟁 ; 경찰서 등 관공서 습격, 계엄령과 위수령
→ ‘폭도들, 소요사태’로의 언론보도, 경찰과 군인을 동원한 폭력적 진압 시도(전두환(신군부)에도 이어짐)
10・26사태
⇒ 시민 참여 계기 유추, 잔인한 폭력 진압의 동기 파악(이후 민주화운동시의 폭력적 진압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 연장되었음.)
유신체제의 반인권적 모습을 다양하고 입체적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단편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을 연결선상에서 파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주제를 잡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계엄군이 폭력적으로 진압한다는 것에 생각이 머물렀다. 박정희 정권 때의 경제 위기가 시민들도 학생 시위에 참여하게 하였다고는 생각했지만, 여전히 경제까지 엮어서 민주화 운동을 설명하는데 한계를 느낀다.
최근 있었던 사북항쟁 학술 포럼에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대한 광산업에 대한 기여에 대해 제대로 얘기되고 있지 않고, 더불어 민주화운동에서의 노동자의 위치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부마항쟁-사북항쟁이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과 노동자, 민주화운동을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인권적 측면에서 외에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3) 3차시 – 행위자 중심으로 본 5·18민주화 운동
서울의 봄, 전두환 쿠데타(유신 세력), 시민 저항에 대한 폭력적 진압(계엄령의 전국 확대, 광주에서 충돌-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었던 일)
사건의 설명을 참여한 다양한 행위자 중심으로 진행 : 잔인한 진압 (*무고한 희생자) – 시민들의 저항(늘어나는 집회 참여) - 집단발포와 시민군의 형성(*적극적 저항자1) – 광주 고립과 시민공동체의 형성(*다른 저항방식 1,2) – 목숨을 건 도청 사수와 군인의 진압(*적극적 가해자, 수동적 가해자, 다른 선택을 한 경찰) - 진상규명(*피해자에서 활동가로)
1) 무고한 희생자(첫 희생자 청각장애 김경철; 폭력에 삶이 무너지는 시민)
2) 적극적 저항자1(시민군 ; 목숨을 걸고 도청에 마지막까지 지킴)
3) 다른 저항방식1: 지원하는 시민(시민공동체의 형성 : 마스크를 만들고 헌혈을 하고 물자를 지원 등)
4) 다른 저항방식2: 당시의 일들을 기록(주소연 일기)
5) 피해자에서 이후 활동가로(김길자 어머니; 아들이 죽은 후 진상규명 활동으로)
6) 적극적 가해자(적극적으로 진압하는 계엄군)
7) 수동적 가해자(명령에 복종하는 군인 ; 군가 부를 때 고개 숙인 군인 사진)
8) 가해자 입장이지만 다른 선택을 한 경찰(안병하 경찰국장 ; 상부의 지시 불복종)
자료 여러 번 다시 보게 하는 다양한 발문
; 예) 시민들이 저항했던 방법들 정리, 각 인물들을 다양한 공통점으로 나름대로 분류해보기, 각 분류의 인물들 중 대표적인 인물 한명씩의 속마음 한 마디씩 만들어보기, 사건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 찾기, 8)의 인물은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 ‘방임자, 소극적 가해자’에 대한 문제 논의 ; 당시 방임자, 소극적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 누구나 언제든 방임자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하고, 되도록 행동하는 시민이 되도록. 소극적 가해자로 몰아가는 사회가 되는 걸 사전에 미리 막는 것이 중요
10일간의 항쟁 과정의 나열이 아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업 소재가 기존에도 있었다. 특히 근래의 5·18수업은 진압에 의한 희생보다는 당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연대와 공동체 모습을 강조해서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도 어딘가 선악의 단면적인 구조인 것 같아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향인 '행위자'를 찾아보기로 했다.
① 참고자료 - 책임 있는 행위자
리프턴이 지적하듯이, 개인은 ‘본래 악하지도’ 않고 ‘살인자나 학살자’도 아니다. 그러나 어떤 조건들 아래에서는 누구라도 이 둘 다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심지어 동일한 사람 안에도) 다양한 자아들이 있다. 자아는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을 인지하는 방식, 자기가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방식, 집단과 국민과 그 밖의 다른 제도들과의 동화, 자신이 발전시켜온 생존적 순응적 메커니즘의 표상 혹은 상징화인 것이다.
이러한 요인이 모두 발전의 맥락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정체성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혹은 살아남은 역할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어떻게 정치적 맥락에 영향 받는지 확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선택의 개념이다. 사실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개인을 책임 있는 행위자로 복권시키는 것이며, 개인과 자아를 정치적 행동의 계산 안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데프레가 적었듯이 ‘여전히 자유로운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② 참고자료 – 1980 광주와 자기 성찰의 기억
물론 12・12 쿠데타 지도부와 유신체제의 반민주적 기득권 세력에게 광주 학살의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광주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전두환 일당에게만 학살의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구성되는 것은 너무 단세포적이다. 국회 청문회에서처럼 자꾸 발포 명령자를 가리는 문제에만 천착하면, 광주에 대한 기억은 정치권에서 몇몇 불한당을 탄핵하고 성토하는 데서 그치고 말 것이다... 대중독재는 소수의 악당들에게 초점을 맞춘 ‘위로부터의 독재’에서 대중의 동의와 지지에 기초한 ‘아래로부터의 독재’로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었다...
민주주의를 민주화한다는 21세기의 문제의식을 보면, 1980년 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 군복을 입고 있던 아주 평범한 한국 청년들의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광주에 대한 사회적 기억은 신군부 살인자들을 비난하는 차원을 넘어 이 평범한 청년들이 왜 아무 의심 없이 사살 명령을 이행했는가를 묻기 시작할 때 책임감 있는 기억으로 바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공수부대의 일원으로 광주 학살에 참가한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20년 이상 정신병원을 전전한 김동관 씨나 조현병 판정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숨진 하태형 씨를 사회적 망각에서 건져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들이 확신을 갖고 자원했는지, 아니면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학살에 가담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휘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군인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기보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점이다. 광주의 기억이 성숙되기 위해서는 이들 우연한 가해자들의 정신병을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학살에 참여한 그 비극적 기억을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을 때, 한국 현대사의 트라우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은 훨씬 더 건실해질 것이다. … 대부분이 광주 학살의 방관자였던, 그래서 사실상 수동적 공범자였던 자기 자신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때, 한국 사회의 기억 문화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또 다른 학살의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사건 속 어떤 행위자를 수업 시간에 살펴볼 것인가? 가해자와 피해자 뿐 아니라 '의인', '방관자', '협조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가해자 역시도 적극적인 가해자와 소극적인 가해자로, 피해자에서 적극적인 저항자로 전개 상황과 개인의 선택에 따라 무수한 행위자가 존재하고 있다. 올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어 적극적으로 증언을 하는 분위기로 이전에 잘 듣지 못한 얘기들도 듣게 되었다.
이전부터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해왔던 사람들이 전망하고 준비했던 내용이나 서클활동으로 조직화되었던 고등학생들 이야기 등 지역에서의 활동의 연장선상에서의 행위자와 농민 운동과 노동 운동 차 광주를 방문했다 저항자가 된 외부의 시선까지 더 다양하고 복잡한 얘기들이 있었다. 이런 전형적이지 않는 구체적 행위자들을 통해 삶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시민형성의 관점', '지방(local)에서의 관점', '논쟁성'을 살리는 방향을 붙잡고 가야 할 것이다.
어떤 행위자를 어떤 맥락에서 얘기할 것인가? 5·18민주화운동에서는 삶이 무너지는 시민 뿐 아니라 다양한 저항방식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제시되는 자료의 양이 너무 많아, 충분히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텍스트랑 비텍스트 자료를 섞고, 자료를 다시 보는 질문으로 자료와 질문을 오가며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었지만, 어떤 이야기를 나눌 건지 명료하지 않아서 양이 방대해진 것 같다. 또 자료 한계상 구술과 증언에 의지하게 되는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점에 유의해서 재구성해서 좋을지는 아직도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