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상상력,
수업에서 어떻게 녹여낼까

수업이야기 >> 수업사례 특집1 –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활동

수업이야기 >> 수업사례 특집1 –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활동


**이재호 선생님께서 회원 선생님들을 위해 원고에 제시된 수업 자료(수업 디자인 계획서, 수업 영상-유튜브)를 아래와 같이 공개해주셨습니다. 클릭하면 전역모 홈페이지 수업나누기 자료실로 연결됩니다

(단, 이번 자료는 그 속성상-유튜브 영상 등- 보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본 원고 뒷부분에 별첨 형식으로 따로 또 첨부해두었으니 그걸 보셔도 되겠습니다)

http://www.akht21.org/archive/post/117/32657




≫ 이재호(서울 개운중)


편집자주] <역사교육> 편집부에서는 겨울 호에 실을 원고를 부탁드릴 때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 원고가 다수의 독자 선생님들께 올 한 해를 되돌아보게 하는가? 또한 내년 수업 계획에 유의미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가? 특히 올 2020년은 COVID-19로 인해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이 각기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기간 효과(period effect)를 체험한 시간이기도 했기에 고민은 더욱 깊었습니다. COVID-19로 인해 고군분투한 기록을 남기면서도 다음을 전망하도록 하는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수업이야기 특집으로 소개드리는 이재호 선생님의 주제선택활동 수업 ’팩션 프로젝트-2020‘은 그러한 점에서 뜻깊습니다. 선생님께서는 COVID-19로 인한 수업 활동 조직의 어려움이라는 변수를 맞은 가운데에서 팩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과거 수업에서 받으셨던 상처를 ’자기 치유‘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저는 이 원고를 첫 번째 독자로서 읽어보면서 여러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2010년대 중반, 교실 속 역사부정 상황 속에서 내가 알게 모르게 받았던 상처는 무엇이었을까. 그 상처 때문에 내가 피하고 싶었던 수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이 원고를 읽으시며 독자 선생님들께서는 어떤 질문이 떠오르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어 얼른 소개드리고 싶은 조급한 마음마저 듭니다.


1. 내가 바라는 수업은?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빨간머리 앤

어릴 때 산 능성을 타고 노을이 푸시시 타는 풍경만큼이나 좋았던 것은 5시 30분을 알리는 시계 분침이었습니다. TV 화면조정이 사라지며 방송이 시작되고, 다시보기가 되지 않는 tv 만화를 놓치지 않고 보는 것은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이었습니다. 그때는 빨간머리 앤이 하는 날은 조금 더 놀다 가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평화롭고 잔잔했던 서사가 시골아이에겐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나 봅니다. 날씨가 몹시 추웠던 어느 날, 친구와 다투어 마음이 상한 하루, 낮잠이 들었다 깨어난 글피, 마주친 빨간머리 앤은 마음 한자리에 잊히지 않는 모습으로 남았습니다.


빨간머리 앤처럼 세상을 바라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순수하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설레고 알고 싶고 마음껏 상상하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앤의 그 설레는 세상 바라기는 시골아이인 저에게도 스미어 있는 공통의 감성이었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모두 덧입혀진 감정이겠죠. 부정의 감정에 압도되는 것 만큼이나 부정의 감정을 씻어 내기 위해 긍정을 노력 하는 것 역시 삶을 피로하게 하는 듯 합니다. 긍정과 부정이 생겨나기 전 모든 것이 생경하지만 그 생경함이 설레던 시절, 어른이 되고 다시 읽는 빨간머리 앤은 그때의 무정을 찾고 싶었던 것인지, 너무도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나의 수업은 빨간머리 앤의 기쁨 같았으면 합니다. 매일 매일이 멋지고 놀라운 경험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루어지는 수업이었으면 합니다. 긍정의 감정도, 부정의 감정도 지니지 않은 채 낯설지만 설레고 그래서 알고 싶고 마음껏 상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끔은 날씨가 따뜻해, 친구와 다투어 기분이 좋지 않아, 어제 너무 놀아서 피곤해 수업을 놓치기도 하지만, 마음 한 켠 좋은 기억으로 스미어 있는 수업이었으면 합니다.


물론 그 바람은 아주 어려운 바람일지 모릅니다. 역사만큼 수업에 참여 하는 학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과목도 드물 것입니다. 긍정의 감정과 부정의 감정이 개인의 편견으로 굳어져 수업 속에 극명하게 드러나는, 비견하면 수학 정도일까요?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루어지는 수업을 만들어가는 것은 놀랍고 멋진 수업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숙제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수업 이야기를 공개할 때면 어느 멋진 날의 기억, 혹은 어느 멋진 날을 기대하며 했던 시도들이 다수인 것은 그만큼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수업이 소개하고픈 나의 수업이 되기 어렵다는 방증일 테니까요. 물론 오늘도 어느 멋진 날을 꿈꾸며 시도했던 시행착오를 소개하고 있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고 성숙한 교사가 된다면 꼭 한번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수업을 소개하며, 교사로서의 삶 자체를 나누고 싶네요.


2. 나의 수업을 소개합니다. [주제선택과목 팩션 프로젝트 2020]

(1) 주제선택이란?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I. kant)


중학교에는 자유학기제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덴마크의 애프터 스쿨 제도 등을 모범으로 삼아 전환기의 학생들이 시험 부담 없이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입시 부담으로 인해 중1 1학기에 적용하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부터 자유학기제를 2학기로 확대한 자유학년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고, 우리 학교는 자유학기 안정화 정책 연구학교를 2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핵심 담당자이고요. 지금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간단히 자유학년제 연구의 추세를 소개하자면, 자유학년제는 진로탐색 활동 연구에서 주제선택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내부자원인 교사의 역량강화를 통해 주제선택 과목의 다양성과 질적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기지속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연구학교를 운영하며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자유학기제 안정화를 위해서는 역시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주제선택 활동은 국가단위의 교육과정과 평가지침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자율성이 보장됩니다. 그렇기에 수업의 변화 가능성을 넓은 범주에서 실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수업은 변화하는 시대와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업은 시대와의 소통을 위해 필연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수업이 변한다는 것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교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인식하고, 시대와 호흡하는 것, 의미와 재미의 균형점을 시대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찾아 가는 것 그 자체가 변화이며, 그것이 수업 혁신의 길입니다.


이처럼 결론은 수업 혁신인데, 그럼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요? 혁신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것이 가장 도드라진 티내기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의 성찰에 기초한 내용이 없기에 공허가 뒤따르죠. 역시 해답은 고민보다 고(GO)이겠죠. 공허한 메아리가 될 연구 보고서의 운명을 막고자 그렇게 저는 담당자로서 주제선택 과목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미리 고민을 하고, 준비를 했기에 시행착오가 적었는데요, 사실 저의 경우는 연구학교를 위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미리 시간을 충분이 할애해 준비할 수 있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특수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각 교과에 학기 초에 주제 선택 시간이 할당되고, 충분한 준비시간 없이 교사들의 개인 역량에 맡겨집니다. 그래서 주제선택을 통한 수업의 연구라는 것이 사치라 불리워질 만큼 급급히 진행되는 것이 교육 현장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주제선택은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상세한 평가지침이 없기에 막연하고, 많은 자율성이 주어지기에 그 만큼의 책임감으로 불안을 야기하는 과목이기도 하죠. 하지만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그리고 수업에 대한 갈망을 자유롭게 실천하고 싶다면 주제선택 과목은 안성맞춤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구상한 수업은 팩션 프로젝트입니다.


(2) 팩션프로젝트2020


롤랑 바르트는 ‘즐거움’을 ‘플레지르(Plaisir)와 ‘쥬이상스(Jouissance)’로 구분한다.
쥬이상스는 ‘즉흥적 즐거움’ 플레지르는 ‘학습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즉흥적인 즐거움은 감상자가 대상을 보고 즉각적으로 느끼는 쾌감 같은 것이고
학습된 즐거움은 예술가의 생애, 예술적 특성 등을 이해한 사람이
작품을 보고 느끼는 이해의 즐거움이다.


주제선택 과목으로 팩션 프로젝트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윤종배 선생님이 강조했던 재미와 의미 사이인 ‘흥미’를 찾기 위한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치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팩션 수업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것은 2013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특성화고등학교로 옮겼던 해인데, 강의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높았던 해였습니다. 물론 그 자신감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토산이 무너지듯 허망하게 무너졌죠. 강의 이외에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몸서리치게 실감한 해였습니다.


50분의 적막과 공허하게 울려오는 메아리,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온 듯 멈춰버린 시간 앞에서 무관심 속에 발버둥 치고 있는 무력한 자화상, 그리고 누구와도 이 고통을 나눌 수 없다는 고독감, 교실은 지옥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나 방학이 왔습니다. 또 두어 달 지옥에 들어갔다 다시 방학으로 숨통을 트이는 반복의 시간, 그 시간을 수년 혹은 수십 년 해야 하는 걸까?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살아야 하니까요.


강의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강의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진단이었죠. 강의를 더 잘 하기 위한 노력과 변화의 시도는 기한이 짧은 진통제였습니다. 지구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릴 비법은 강의에는 없었습니다. 시지프스의 바윗돌을 굴리듯 해답 없이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방학을 기다리다 그러다 시도한 것이 팩션 프로젝트였습니다. 학생들을 움직이게 하고, 이야기 하게 하고,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떠들썩하게 하는 것, 그래서 이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 나의 계획은 많은 양보를 해야 했습니다. 고집이 깨지는 상황이었죠.


팩션은 하나의 돌파구이며, 모험이기도 했습니다. 팩션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직접 팩션을 제작해보는 수업이었습니다. 모둠별로 만들어진 이야기의 매력이 역사 소재들과 만나 시너지를 불러일으켰죠. 더구나 멀티미디어 전공의 학생들이라 머릿속에 구상된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는 탁월했습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때는 무척이나 기뻤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듯 했습니다. 영상으로 구현되어 생동하는 발표현장은 생경했지만 설레는 광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장벽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팩션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역사라는 거대한 서사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새롭게 재해석한 역사 속 서사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 과정이지만 그것이 의미 있는 즐거움이 아닌 즉흥적이고 쾌락적인 즐거움이 될 때 역사는 그 정체성마저 훼손될 수 있었습니다.


기억을 되돌리면, 2013~14년의 교실 안은 역사부정이 하나의 유희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역사부정이라는 개념이 교사들의 수업 담론 속에 자리하지 못했고, 그 민감성이 교실 수업 속에서 거름 틀로 작용할 만큼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학생들 역시 팩션을 제작하며 역사 부정을 나이브한 유희의 도구로 여기며 쥬이상스적 쾌락을 충족시켜나가고 있었고, 그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담론의 형식을 취한 성찰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드러진 역사왜곡, 의도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계와 저지는 있었지만 그 역시 너무 나이브한 것이었습니다. 재미를 위해 구성된 수업이 공통의 합의된 문제의식, 규범과 성찰 없이 진행될 때, 팩션 수업은 아주 위험한 역사 부정의 통로가 될 수 있었습니다.


2015년의 기억입니다. 특목고에서 근무하며 현대사 부분을 수업하게 되었습니다. 논쟁식 토론 수업으로 구성하여 진행하였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체계를 갖춘 역사부정과 마주하게 되었고, 선량한 차별주의와 맞닿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충분히 수업 속에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적 배려와 구성조건[학급당 학생 수 8명, 수업의 자율성 보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혹스러움을 수업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밀한 논리와 정제된 토론의 과정은 교사와 학생 상호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는데, 역사교사인 저 또한 많은 것을 성찰하는 기회였습니다. 그때 다시 팩션 수업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본 팩션 수업은 상처였습니다. 학생들과 재미있는 수업을 진행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복기한 팩션의 결과물은 아주 위험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뒤늦게 받은 상처란 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둔감함과 무지에서 기인한 부끄러움 같은 것이었습니다. 차별과 혐오, 역사부정과 맹목, 역사학의 정체성 훼손. 팩션 수업은 위험한 것 투성이였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팩션 수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3. 나의 수업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팩션 수업의 실재]


좋은 역사가는 전설 속 식인귀와 같다.
그들은 인간의 육체의 냄새가 나는 어느 곳에서든 그들의 재물을 발견한다.
- 페르낭 브로델


(1) 다시 팩션 수업을 시작하다.

2020년 한동안 다루지 않았던, 팩션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상처가 아물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또다시 반복할지도 모를 오류들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직면하고, 상처에 대한 회복의 경험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수업 준비과정에서 아주 치밀하게 준비하고, 문제의식과 민감성을 지닌 체 수업을 진행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역시 또 다른 변수와 마주치며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 외에도 팩션 프로젝트를 역사관련 주제 수업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들어온, 곧 역사를 근원적으로 싫어했던 다수의 아이들이 변수였습니다. 특히 역사적 배경지식이 전무한 중1 한 아이는 패션 수업이라고 생각해 들어왔는데 자신이 제일 어려워하는 역사수업이라고 해서 좌절했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며 푸념까지 하였습니다. 또 다시 팩션을 처음 시도했던 때의 상황과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고민보다는 고(Go).


(2) 역사의 정체성을 고민하다.

팩션 수업의 시작은 역사의 기본을 이해하는 과정부터였습니다. 팩션이 역사를 다루는 장르임을 설명하고, 역사에서 사실과 상상력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수업을 통해 함께 배우고 고민하게 했습니다. 예년에는 아주 간단히 다루었던 내용을 이번 수업에서는 아주 천천히, 신중하게 다루었습니다. 16차시라는 주제선택의 시간은 프로젝트 학습을 계획성 있게 다루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16차시의 수업이 궁금하실 텐데요. 간단하게 수업을 소개하겠습니다. 수업을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2차시는 역사가 무엇인지, 팩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팩션이라는 것보다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는 내용을 더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그것은 역사학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다짐인 동시에 이 수업의 위험을 벗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팩션은 사실과 상상력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상력 보다 사실에 대한 성찰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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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과 구전을 역사화 하는 것은 괜찮을까?(좌) / 팩션에서 사료는 어떻게 활용될까?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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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에서 사료와 기억은 어떻게 쓰일까?(좌) / 팩션에서 기억은 어떻게 활용될까?(우)


3-4차시는 역사의 기본인 사실을 다루는 수업입니다. 3차시는 사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역사학에서 다루는 사료의 의미와 종류를 살펴보고, 각각이 소개한 팩션 작품의 사료를 직접 찾아보고, 팩션 작품들이 사료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를 활동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4차시는 기억에 대한 수업입니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는 기록의 학문이기도 합니다. 사실이 지니는 양면, 기록이 지니는 특징 등을 배우는 수업이며, 공적기억과 반 기억을 다루어 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역사가 지닌 다양한 접근법을 경험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팩션 속[궁예와 정도전에 대한 상반된 기억과 기록, 그리고 이것이 팩션에서 다루어지는 모습]에서 기억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펴보며, 조금씩 이해를 넓혀가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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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간과 삽입은 무엇일까?(좌) / 노예해방론자 링컨과 연방주의자 링컨 중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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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좌) / 나는 처용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까?(우)


6차시는 대안적 해석과 관련된 수업이었습니다. 처용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대안적 해석의 백미였습니다. 처용 이야기는 세 가지 대안적 담론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하나는 코로나 시대와 연결하여 전염병과 사회변화라는 현 시대와 연결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처용의 이야기를 통해 젠더 담론을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고대의 결혼 풍습에 대한 이야기인데, 역사 속 고정화된 남녀차별의 계보가 만들어진 허구일 수 있다는 것이며, 아이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다문화 담론인데 처용과 쿠쉬나메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에서 다문화사회의 모습을 발견하는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이 세 가지 해석은 현재와 연결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능했습니다.


(3) History& story

역사의 정체성을 충분히 이해 한 후 수업은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팩션 수업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영화 선생님, 국어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서 좀 더 촘촘한 과정을 구성했습니다.

7차시는 인물을 창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주요 인물)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반면 인물)로 구성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역사의 서사는 인물의 서사이기도 한데요, 역사는 영웅의 서사부터 소시민의 서사까지 인물을 통해서 서술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극의 주인공인 프로타고니스트와 그에 대항해 극의 매력도를 좌우하는 안타고니스트의 창조과정은 아이들을 역사를 넘어 팩션의 세계로 몰입하게 하는 통로였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역사의 무거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 재해석된 인물과 사료 그 자체로 구현된 인물, 시대 속의 무명의 창조적 인물과 같은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여 아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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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 팩션 작품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앱 설치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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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bmp [평가] 패들렛을 활용한 과정중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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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구상 (좌) / 스토리보드 작성(우)


8차시에서 10차시까지는 소설과 연극의 기본을 배우며, 시놉시스를 작성하고 스토리보드를 구성하고, 소설의 구성요소와 단계를 적용하여 이야기의 매력 있게 구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영화 선생님과 국어선생님의 조언과 도움을 얻어 수업은 좀 더 흥미 있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11차시와 14차시는 영상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구상했던 스토리 보드를 토대로 파워포인트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구상했던 인물을 찾아 이미지화 하고, 발단에서 결말까지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파워포인트에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야기의 서사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영상으로 내보내기를 통해서 완성합니다.’ 여기까지가 가장 기본적인 팩션 영상의 원칙이며 방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밤새며 해야 했던 과제라며 등교수업 때마다 투덜댔지만, 자신의 개성과 열정이 담겨있는 작품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각자의 욕심으로 다양한 영상편집기술을 가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충한 아이들도 있었죠.


(4) 팩션 프로젝트의 마지막

15차시와 16차시는 팩션에 대한 이야기를 토의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실시간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토의과정이었지만, 아이들은 진지하게 응했습니다. 먼저 전체 회의실에서 패널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팩션을 다루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역사학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의 차이, 그리고 그 중간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 등 다소 예견된 이야기들이었지만, 학생들의 생각과 표현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진행된 소모임 회의는 팩션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소모둠 회의실을 이용해서 모둠별로 토의를 진행하고, 잼보드를 통해서 토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소모둠 회의의 단점은 실시간으로 회의의 과정을 관찰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팩션 수업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이기에 모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힘들었다는 점, 역사학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진행한 초반의 수업들이 아이들에게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는 점, 그래서 의미를 찾다 흥미를 잃게 할 위기에 놓일 뻔 했다는 점, 여전히 남아있는 과정중심평가의 문제, 역사적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중학교 1학년에게 적합한 수업이었는지에 대한 반성과 숙제를 많이 껴안은 채 수업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별첨자료[수업]


1. 수업 디자인 계획서(아래 클릭 후 다운)


2. 수업결과물(실제 수업에 사용된 유튜브 동영상&패들렛 페이지)


[편집자주] 영상을 클릭하시면 바로 영상이 뜨지 않고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뜰수 있습니다, 그럴때는 당황하지 마시고 클릭! 해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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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시] - 팩션의 개념 이해[역사학의 특징]

역사란 무엇인가?(https://youtu.be/Vf3X7cI48bs [자체제작 영상])

팩션이란 무엇인가?(https://youtu.be/GsZfgkh6cmo [자체제작 영상])

(https://youtu.be/LmwKViqrHPM [피드백 영상])


[3-4차시] - 역사학 소재[사료와 기억]

팩션의 소재[사료의 활용](https://youtu.be/eTOyKTBbh0k [자체제작 영상])

팩션의 소재[기억의 활용](https://youtu.be/VGRv6vsBQtk [자체제작 영상])

(https://youtu.be/EWi1cuWBkfk [피드백 영상])



[5-6차시] - 역사의 해석

상상력의 활용[보간과 삽입](https://youtu.be/M4nF6Aggg-Y [자체제작 영상])

상상력의 활용 [대안적 해석](https://youtu.be/fH29eGm1B1Q [자체제작 영상])


[8-14차시] - 팩션 제작하기

시놉시스 제작하기(https://youtu.be/jE1quZ0frn8 [자체제작영상])

스토리보드 작성하기(https://youtu.be/X3VpR5vbM4s [자체제작영상])

플롯 구성하기(https://youtu.be/MvxkZoFcIVU [자체제작 영상])



수업의 과정 공유, 피드백(https://padlet.com/gwteach13/ewdrtsugt1zoo3ej [패들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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