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 뒷담회 : 회보읽는 독자 간담회(2020 가을호,130호)
>> 편집부 정리(담당 에디터 : 김진아)
편집부의 에디터들은 갓 발간된 회보를 읽어주신 독자 선생님들과 직접 만나고 싶었습니다. 상호성이 부족한 의견 청취, 책상 위에만 앉고 머리에만 머무르는 기획력과는 결별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장 속 다양한 역사 선생님들의 소망과 고민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독자들과 편집부 에디터들이 직접 만나 이전 회보에 대한 품평회를 가지는 평등한 대화의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편집부는 기획 회의에 앞서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해 130호(2020년 가을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독자 김희창 선생님(이하 김희창) :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글은 우현주 선생님이 쓰신 「아날로그 세대 중견교사의 코로나 19 분투기」와 오도화 선생님이 쓰신 ‘4·19 혁명’을 주제로 한 초협력교실 원고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분이 각각 의정부와 마산의 지역사를 심도 있게 다룬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제가 전남 보성에서 근무 중인데요. 작년 첫해에는 교과서만 따라가기도 벅차서 보성 지역사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년차인 올해, 이제야 보성군 주변 지역이 보이고 또 제가 고른 교과서에 주로 전남 지역사가 많이 쓰여 있어서 더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두 선생님께서 프로젝트식으로 여러 차시를 통해 각 지역사를 풀어주신 그 사례가 굉장히 저에게 충격이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저도 두 분의 활동지를 보성 지역사에 맞추어서 한번 사용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노슬아(편집부 에디터) : 초협력교실 담당 에디터로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맹수용 선생님께서 수업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셔서 염운옥 교수님과 연결해서 다음 호 초협력교실에 그 내용을 싣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담당자로서 미리 두 분이 메일로 주고받은 내용을 봤는데요, 연구자도 사실 이론적 틀이 있다고 해도 실제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고, 교사도 나름대로 잘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사례들을 수업에 적용하면서 느낀 어려운 점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나눠주셨는데, 저는 사실 학교 일하는 것에 과 외로 편집부 일을 하는게 좀 버거울 때가 가끔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 순간만큼은 그분들이 나누는 대화 장면을 미리 보고 있다, 마치 스포일러를 보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서 제가 오래 편집부 일을 한다면 그분들의 메일 덕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대해주세요, 겨울호도 봄호도!
독자 강화정 선생님(이하 강화정) : 저도 우현주 선생님의 글이 되게 좋았어요. 제가 꽂힌 부분은 우현주 선생님의 ‘역사교사로서의 낙관적인 실천성’이랄까요, 그런 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힘든 코로나 19 국면을 딱 맞이하였을때, 가장 먼저 본인이 가르쳤던 애들 중에 제일 배움에서 멀었다고 생각했던 ‘공고 애들’을 떠올렸다는 그 장면에서 약간 감동이 왔어요. 그러면서 떠올리신 장면이 ‘배움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신 거잖아요. 저도 고민했던 게 “만나는 순간에는 뭘 배워야 할까, 그리고 계속 만나지 못하는 지금 이 장면에서는 그럼 우린 뭘 해야할까”, 이 생각을 했는데 우현주 선생님을 보니까 그냥 그 질문을 몸으로 실천하고 계시더라구요. 단연 우현주 선생님의 글이 울림이 컸었던 것 같아요.
독자 유재현 선생님(이하 유재현) : 저는 먼저 블랙페이스를 다룬 특집 대담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수업실연을 준비하면서 민족의 모호성이라던지 더 나아가서 다양성 있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블랙페이스를 이야기하려고 했고, 이것을 수업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그리고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어떻게 희망적인 이야기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회보의 글을 통해 제 고민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로, 전공수업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게 되어 학부생들끼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저희는 블랙페이스 사건을 좀 거시적으로, 혹은 거리를 좀 둔 상태에서 바라보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의정부고 학생들이 받았을 상처라든지, 현장에서 교육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등 교육적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걸 보고 반성도 하고 희망도 보았던 것 같습니다.
문순창(편집부장) : 강화정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셨나요? 당시 대담에서도 정리한 ‘랜선집담회-혐오를 성찰하고 폭력에 연대하는 아이들을 위한 역사교육’에도 참석 하셨어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화정 : 저는 우선 편집부 선생님들께 굉장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게요, 선생님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되게 민감하고 예민하게 잘 짚어내시는 것 같아요. 특히 역사교육의 역할과 관련해서. 그래서 사실 블랙페이스와 관련한 대담을 마련해주신 것 자체도 굉장히 감사했어요. 인종주의라는 문제가 우리 안에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인종주의, 혹은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맹수용 선생님에게 위로와 응원, 지지를 보내는 자리가 되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유재현 : 저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회보가 PDF합본 파일로 탑재되고, 브런치에서도 연재하고 있는 방식이 참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미 강의실에 종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일동 탄식) 거의 태블릿 하나만 가지고 강의 자료나 전공 책 이런 것을 거기에 넣어서 그것 하나만 들고다니구요. 그런 점에서 이렇게 바뀐 점이 굉장히 접근성에 있어서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태블릿으로 이 합본 파일을 보니까 굉장히 고화질로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회보에 자료로 올라온 사진을 확대해서 볼 수 있게 되니, 예를 들어 초협력교실에서 4·19혁명 수업 내용을 봤을 때 학생들이 적은 글씨가 다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놓친 점까지 다 볼 수 있는 것 같아 최근에 이렇게 바뀐 형식이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순창(편집부장) : 이야. 진짜 미래 세대 맞네요(일동 웃음). 예전에 소년 과학잡지 같은 매체에서 ‘머나먼 미래 2020년에는 수업 시간에 종이를 쓰지 않는대요’라는 식의 예측한 것을 읽으면 ‘그렇게까지 되겠나’ 싶은 마음을 품곤 했었는데…. 정말 그런 미래가 이미 와 있었군요. 아직 충격이 가시질 않는데요(일동 웃음) 강화정 선생님께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화정 : 보통 역사 교사들의 고민은 교실과 수업 속에 있잖아요? 그걸 좀 더 벗어나서 꾸리는 방식의 기획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역사라고 하는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이 역사가가 아니고 요즘은 다큐멘터리 감독, 그림책 작가, 박물관 큐레이터 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공공역사’의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수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문학적인 역량을 교사에게 요구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공공역사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에 공공역사와 연결된 역사교육의 역할에 대한 지점들을 회보에 실으면 재밌는 기획이 되지 않을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문순창(편집부장) : 객원 에디터로 위촉하고 싶을 정도의 구체적인 제안입니다. 공공역사라는 개념으로 다양한 역사 생성의 주체와 연계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희창 : 제가 가장 잘 보고 있는 건 ‘고민보다 Go’입니다. 항상 회보를 보면 성공하고 훌륭한 수업만 나와있는데, 이 코너에는 제가 실패했던 내용도 많이 들어 있어서 좋습니다. 다만 여기에 보충한다면 조금 더 고민 사례나 실패 사례를 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수업 방법이나 수업 과정들 사이에서 초임 교사들끼리의 고민과 대화, 나눔과 해결 이런 것들이 드러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충해주시면 저경력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화정 선생님이 수업 말고도 다른 걸 넣어보자고 하셨는데, 저는 각 지역 모임별로 지역사회에 대한 짧은 답사 루트를 정리해주실 것을 제안드리고 싶었어요. 코로나 19 때문에 자주연수가 취소되었는데 아쉬움을 달랠 수는 없겠지만, 각자 루트를 짜보고 간단하게 5분 정도 영상을 QR코드로 인쇄해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순창(편집부장) : 오늘 방송으로 치자면 ‘방송 분량’이 잘 나왔네요. 이제 마지막 코너로 편집부원이 독자분들께 한 마디씩 여쭈어보는 코너입니다. 저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유재현 선생님께 질문하고 싶은데요, 사실 이번 회보의 백미는 강화정 선생님이 쓰신 ‘교실 속 역사부정’에 대한 원고입니다. 읽어보시면서 예비교사로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고 또 젊은 세대 입장에서 역사 부정에 대한 체감이나 문제 의식을 얘기해주시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유재현 : 네, 저는 역사 부정을 여러 번 강독했었거든요. 되게 좋았습니다. 저도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역사 부정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교라는 공간이 토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도 하구요. 사실 요즘 20대가 극우 성향에 있기도 하고 대체로 화가 많이 나 있습니다. 물론 불의에 대한 분노는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다루거나 아예 기계적 중립으로 ‘난 잘 모르겠어’라고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제가 가장 많이 접한 역사부정 사례가 ‘세월호는 추모하는데 왜 천안함은 추모하지 않느냐’였습니다. 사실 다른 역사 부정 사례들과는 달리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하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이 말을 되게 많이 들었던 것 같거든요. 더불어 사실 대학교라는 교육 공간에서 학생 대 학생으로 역사 부정을 다룰 때랑, 역사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선생님으로서 대응하는 것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현실 속에서 갈등을 마주하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역사 수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이후 겨울호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다양한 사례들이 구체적이고 현장적인 사례가 되어서 저와 같은 예비교사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안적 교과서로서 볼 수 있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순창(편집부장) : 진아샘이나 슬아샘 질문이나 궁금한 점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진아(편집부 에디터) : 「역사교육」은 전역모의 대표 소식지이자 회보인데, 혹시 독자분들이 보셨을 때 블랙페이스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비롯한 사회적 이슈를 회보에서 다루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문순창(편집부장) : 독자분들이 읽으시면서 진아샘이 질문하신 것처럼 사회 현안을 다루는 방식이나 저희가 다룬 꼭지들에 대해 민망하게 느끼신 것은 없었는지, 설익어 보였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나요?
유재현 : 저는 사실 블랙페이스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면 오히려 굉장히 아쉬웠을 것 같아요. 이런 시의성 있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 회보의 어떤 상징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예비 역사교사이기는 하지만 아직 학부생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았는데, 이 회보를 통해 내가 놓쳤던 점이 되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될 입장에서, 또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강화정 : 저 또한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교실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교사들이 좀 두려워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안전망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게 가지고 있는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큰 가, 우리가 얼마나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의미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도 사실은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그 집담회를 통해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여기게 되었어요. 아무튼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주제를 선정하신 것에 대해 감사했어요.
김진아(편집부 에디터) : 덧붙여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초협력교실 원고를 재밌게 보신 것 같은데, 원고에 나오는 사례를 실제 수업에서 활용하고 싶을 때 회보에서 이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좀 더 친절하게 현장에서 도움이 되게끔 다룰 수 있을까요? 혹시 이에 대한 제안이나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희창 : 사실 이번호에 실린 4·19 파트를 보면서 일단 활동지만 봐서는 이해가 잘 가질 않았어요. 어떻게 해서 이 활동지의 질문이 나왔고, 이 활동지를 만들게 되었는지 등이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요. 이 활동들을 만들 때 하셨던 선생님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고민, 그리고 어떻게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과 교수님이 이 활동에 대한 제언을 해주셨다고 하셨는데 그 교수님의 생각까지 넣어주신다면 저처럼 이 활동지를 쓰고 싶은 선생님들이 계실 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했던 고민의 과정들을 자세하게 풀어주시면 제가 이것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노슬아(편집부 에디터) : 저희도 안 그래도 이것을 기획하고 처음이었어요. 코로나19 창궐 때문에 이 연재가 봄호, 여름호, 가을호 너무 길어지게 된 거에요.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일년 내내 4·19만 이야기하게 되는 건데, 저희가 이번 겨울호에는 반영을 해서 기획 단계에서 선생님의 기획과 연구자님의 조언을 한 세트로 묶어 겨울호에 담고, 그리고 성찰 기록을 봄호에 담는 형식으로 연재를 해나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편집상에서 길어지는 문제점? 그런 것들을 보완하려고 하는데 다음 호까지 지켜봐주세요.
강화정 :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역사 교사와 역사가의 위치를 너무 역사가에게 조언을 듣는, 그들을 너무 권위자로서 높여주는 방식에 대해 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분들이 많이 공부했고 우리가 역사가들에게 배워서 교사가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제의식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희 교사들이 역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을 만날 때의 약간 마치 상하관계인 양 느껴질 때도 있곤 했어서요. 우리는 우리의 문제의식이 있고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만나는 지점과 방식이 문제이죠.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거나 혹은 그들을 높여주는 방식에 대해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더불어 앞으로는 젊은 역사 연구자들과의 교류도 추진해보시면 어떨까해요.
문순창(편집부장) : 구체적인 지적과 예리한 말씀들이 나오는 과정이네요. 학자와 교사가 평등한 우정의 관계가 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이번에(겨울호에 실릴 블랙페이스 문제 관련 수업을 주제로 한 ‘초협력교실’ 원고) 어떻게 잘 이어지게 된 것이고요. 그것을 잘 포착해서 전개한 것이 노슬아 선생님이세요. 슬아샘께서도 편집부원으로서의 질문 부탁드립니다.
노슬아 : 사실은 질문이 여러 개가 있었거든요. 첫 번째 질문은 ‘공공역사를 수업에서 실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해서입니다. 저도 되게 관심있거든요. 뭐, 역사를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교사가 관심있는 맥락이라든지 아니면 시대의 호흡과 닿아있는 맥락이라든지 이런 관점에서 다뤄보고 싶은 욕망이 있기는 한데, 그런 것들을 어디서 찾아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일단 있고, 더불어 질문들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걸 수업으로 구현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요. 역사 수업의 호흡을 담아내야되는 편집부로서도 그렇고요.
두 번째 질문은 신규교사들끼리 고민을 나누는 모임에 대한 건데요. 사실은 코너명을 고민할 때도 저는 그런 고민이 있었는데, ‘수업 흑역사’라고 하면은 아저씨 냄새 그런 것도 있지만 (웃음) 사실은 흑역사라고 하면 누구도 꺼내놓고 싶지 않잖아요. 저만 해도 다른 사람한테 꺼내놓고 싶지 않거든요. 근데 누구나 이런 고민을 안고 있고, 그런 고민들을 나누는 것 자체가 교사의 동료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실 저는 처음 학교에서 마음을 많이 다쳤거든요. 어떤 고민이나 문제를 이야기하면 거기에서 “뭐 이런 거 가지고 심각하게 그래.” “필수적인 일을 하기에도 바쁜데 그런 걸 꺼내서 일을 가중시킨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동료 교사들, 저랑 동년배 교사들한테 많이 느껴지거든요. 마음을 많이 못 열어 놓고, 자기 내부에서만 문제를 해소시키려고 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한다든지, 이런 식의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요. 어떻게 동료성으로 이 문제를 녹여낼 수 있을까. 이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고민은 나누면서 더 해소될 수 있는거다라는 의제를 우리 세대에게 던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일단 듭니다.
김희창 : 제 생각에도 이번 대담 같은 형식을 마련해서 신규교사와 윗세대 교사가 수업과 관련해서 어떤 주제를 정해놓은 다음, 수업에 대한 논의나 고민거리를 함께 해결해보는 대담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신규교사들은 몰랐던 내용을 들을 수 있고, 윗 세대 교사분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세대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화정 : 아까 저희가 나눈 정일배 선생님의 글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요, 제 생각에는 분명히 지역에 다문화의 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교사들이 많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젊은 교사들을 모으고 조직하는 방식 중에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이렇게 자리를 한번 마련하거나 고민을 엮어내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저경력의, 혹은 이런 문제를 처음 맞닥뜨리는 사람들을 주제 중심으로 또는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을 묶어서 그런 고민들을 연결해주는 그런 역할도 편집부에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구요.
문순창(편집부장) : 더 질문을 드리면 좋은데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아요. 제가 제안하고 싶은 마무리는 우리 미래 세대의 교사이신 유재현 선생님께서 여기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나 어떤 역사교사가 되고 싶으신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유재현 : 사실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들을 가지고 지금처럼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대학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하지만 정작 현장에 나가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이 들 거라고 벌써부터 예상이 되는데요. 회보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교육과정 재구성’이었어요.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동기들이나 3, 4학년 학부생들끼리는 공부에 매몰되어서 생각해 볼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교과서가 표준화된 지식이고 진리가 아니라는 것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지만 교과서 밖으로 벗어나서 재구성을 하고, 다시 주제사별로 묶고.. 이게 상상의 유니콘처럼 보이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점을 회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선생님들께서 배움책이나 학습지 올려주시고 하잖아요. 전역모에서 따로 책도 나오구요. 이런 것들을 접하면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것에 힘을 싣고 앞으로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편집하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제가 지금 18년도부터 회보를 받아보고 있어요. 회보를 읽기 전까지는 계속 이론적 공부만 하고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 역사교육과목이 있으면 그에 대한 딱딱한 교과서만 읽는 것 같은. 그런데 회보를 읽게 되면서, 이 회보는 저에게 대안적 교과서라고 생각될 정도라 읽을 때 열심히 분석하고 문제의식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다고 너무 잘 읽고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문순창(편집부장) : 예비교사로서 너무 든든하네요. 후생가외(後生可畏)라고 후배 세대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게 진짜인 것 같아요.
유재현 : 사실 여기 계시는 문순창 선생님이 제 중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이셨거든요(일동 놀람). 고입 비평준화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저 중학교 때 수업하실 때 선생님께서 입시라는 것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라는 걸 알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되게 논쟁적인 발문이나 역사글쓰기를 경험하게 도와주셨어요. 아무도 안 하는 것을 선생님만 계속 그렇게 던져주셨던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낍니다. 선생님을 중학교 때 만나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때 다른 진로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웃음)
문순창(편집부장) : 이런 분위기 굉장히 좋네요. 계속해보세요.(함박웃음^^) 농담입니다. 대학생이기 전에 어엿한 예비교사이고 그 전에 전국역사교사모임의 회원으로서 유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해주셔서 .더 반갑고 의미가 깊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겨울호는 더 잘 만들겠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 ‘뒷담회:회보 읽는 독자 간담회’는 독자 분들에게 활짝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지난 호를 읽고 나누고 싶은 제안이나 떠오르는 바 그대로를 편하게 이야기 나누시면 됩니다. 온라인플랫폼 혹은 오프라인에서 편집부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편집부에서 공고한 신청 통로를 통해 많은 참여 신청 부탁드립니다. 참가한 독자 분들께는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