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야기 -
지역사를 활용한 세계사 수업

-냉전과 미군기지, 그리고 기지촌 문제를 중심으로

/ 맹수용(의정부고등학교)


* 본 수업사례와 관련된 수업자료를 맹수용 선생님께서 공유해주셨습니다. 다운 받으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www.akht21.org/archive/post/118/31994


* 아래 수업 사례는 2019 여름자주연수에서 수업 사례(맹수용, 이어라 선생님)로 발표된 글을 다듬과 수정/보강한 것으로 맹수용 선생님이 수업사례글로 다듬은 것을 게재한 것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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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지역과 세계사 교육과정의 만남

(1) 우리의 이야기 : 냉전 공간으로서 의정부


나는 의정부와 양주에서 청소년기를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양주로 이사를 왔는데 큰 논밭이 펼쳐지는 공간에는 듬성듬성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었고, 친구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군인이었던 상황들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당시에는 특이하게 주변에 군대가 많은 동네라는 생각을 가졌을 뿐 커다란 특별한 의구심이 들지는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든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당시 의여고에 다니던 우리 누나가 보여준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되었다. 자기 선배의 동생들이 이렇게 되었다며 보여준 사진은 바로 故효순·미선 양의 모습이었다. 그 때 미군기지가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경기북부 지역에 사는 내 입장에서 미군은 일상적으로 삶에 들어와 있었다. 내가 다니던 의정부고 앞에는 캠프 레드클라우드가 있었다. 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나는 항상 레드 클라우드의 기상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깼다. 4층의 기숙사 방에서 레드 클라우드 내 전경이 보이곤 했는데, 창밖을 보며 알 수 없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곤 했더랬다. 지하철은 ‘불편한 미군’을 만나는 장소였다. 대학생 시절 밤늦게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서 의정부로 들어올 때면 자주 한 무리의 미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지하철 내에서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곤 했는데, 이에 대해 마음으로는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이들이 왠지 무서웠으니까.


솔직히 고백건대 이 지역에 미군이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군대가 왜 내가 사는 곳에 주둔해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지역의 청년으로 성장하고, 내가 사는 곳에서 교편을 잡은 뒤에야 궁금함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미군은 1945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잠깐 철군한 적이 있긴 하지만, 한국전쟁의 발발을 계기로 미군은 UN군 자격으로 다시 한반도에 돌아왔다. 이후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이라는 열전을 경험했고, 이를 계기로 분단은 고착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미군기지는 인천·파주·의정부·동두천·부산 등지에 자리 잡았다.


결국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된 배경은 냉전시기와 상관관계가 깊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소련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한반도의 남쪽에 미군정으로 등장했고, 냉전 속 열전인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반도에 군대를 본격적으로 주둔시켰다는 점에서 현재의 주한미군은 냉전시기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군기지가 주둔했던 지역은 데탕트의 표면에서 냉전을 경험하고 있다. 냉전 질서 속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군이 주둔해야 했던 지역은 장기적 냉전을 마주한 최전선인 것이다. 의정부가 바로 그렇다. 의정부 지역의 역사는 냉전의 최전선으로서 세계의 역사와 만난다.



(2) 세계사 교육과정에 대한 변화된 시선 : 지역의 시선에서 세계사 바라보기


2015 세계사 교육과정에 따르면 냉전 시기의 역사는 내용체계 상 “현대 세계의 변화” 주제에 해당한다.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전후 냉전 체제의 성립과 전개, 붕괴 과정을 통해 현대 세계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오늘 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강조된 의미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학습 요소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맹1.JPG [표1 : 세계사 성취기준과 학습요소]


이러한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한 세계사 교과서의 경우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첫째,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진영이 대결구도에 진입하는 과정을 국제관계의 측면에서 조명하며 냉전이라는 개념의 정의를 다룬다. 양 진영의 갈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북대서양 조약기구, 바르샤바 조약기구, 코민포름 등이 만들어졌고, 최종적으로 양 진영 간에 갈등은 존재하되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쟁인 냉전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둘째, 냉전의 과정에서 양 진영 사이에서 나타났던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다룬다. 대체로 베를린 봉쇄와 독일의 분단, 쿠바 미사일 사건 등이 언급된다. 셋째, 유럽 지역에서는 차가운 전쟁인 냉전이 진행된 반면 그 대리전인 열전은 아시아 지역에서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다룬다. 대표적인 사건이 베트남 전쟁과 한국전쟁이다.


위의 내용들은 학생들에게 거대서사로 다가온다. 냉전 시기의 국제질서와 이와 연동된 굵직한 사건들을 탐색하는 공부는 물론 분단국가 한국에 냉전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현재 시점에서 그 기원을 찾아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현대 세계의 국제질서를 이해하기 위한 단초를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질서와 국가의 이야기로 채워진 거대서사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과는 동떨어진, 지나친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세계사 교육의 목적이 우리의 시선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전제로 세계 다양한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함에 있고,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복합적인 사고능력을 배양함에 있다면, 그리고 세계사 교육을 통해 그 목적을 탐미하고자 한다면, 거대서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사 교과서의 내용대로라면 냉전은 마치 1970년대 데탕트시기를 맞이하며 끝난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현재까지 북한과 갈등과 평화의 무드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특히, 아직까지도 정치권에서 레드콤플렉스를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수단화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냉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국가의 시선에서도 이러한데, 지역의 시선에서는 어떠할까? 냉전 시기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미군기지가 존재하는 의정부 지역의 시선에서 본다면, 현재는 20세기 중반의 국제질서와 단절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미에서 이제는 지역의 시선에서 세계사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벌어진 하나의 이야기로 세계사를 접하는 것을 넘어, 국가의 시선에서 더 나아가 지역의 시선에서 세계의 이야기를 해석해보는 공부가 필요하다. 실제로 세계의 역사가 내가 사는 지역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이 지대함을 역사가 증빙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정부의 현대사는 곧 냉전의 파고에서 견딘 다층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의정부는 한국전쟁기 교통의 중심지와 군사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하여 현재까지도 군사도시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당연 많은 국군 부대와 미군기지가 들어섰고, 지역 사람들은 군사 문화의 풍경이 익숙하다. 어떤 이는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60~70년대 번성했던 도시와 경제를 기억하고, 어떤 이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도와주는 미군에게 고마워한다. 또 어떤 이는 미군의 범죄로 죽어간 한국 사람들과 범죄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게 만드는 SOFA에 분노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한국의 클럽문화와 미군으로부터 착취당한 기지촌 여성들의 아픔을 떠올린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냉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그 영향 하에서 만들어진 분단체제와 관련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세계의 문제가 지역의 문제로 다가오고, 이후 내 삶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제 학생들은 세계의 일들을 보다 가까운 우리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3. 미군기지와 기지촌 문제에 대한 수업 구상


(1) 문제의식 : 수업의 방향과 내용구성 방안


냉전 시기에 미군기지가 자리 잡은 ‘군사도시’ 의정부의 역사성, 이성에 대한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들, 이와 마주한 교사는 교실에서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또 무엇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하는 이유는 냉전 시기에 만들어진 분단의 경계에서 아픔을 현재까지 지니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 학생들과 나누는 수업이 교육적이어야만 하는 것에 있다.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왜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군사도시라는 이미지에 담긴 빛과 그림자는 무엇인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역사적 문제는 무엇인지, 톺아본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적 관점에서 어떤 미래를 상상해보아야 하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을 때 지역에서 살아가는 자신과 그 위치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냉전의 배경에서 의정부의 미군기지가 어떤 과정으로 우리들의 주변에 자리 잡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의정부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미군기지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했던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이곳에 왜 미군기지가 있을까?’, ‘언제부터 미군기지가 있었던 것일까?’라는 의문은 늘 미군기지를 곁에 두고 살았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낯선 문제제기이기 때문이다. 당연했던 내 주위의 환경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느껴보고 나면, 낯선 의구심은 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미군기지가 우리 지역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톺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수의 한국 사람들은 국가 안보차원에서 미군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군기지가 들어선 곳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과 돈이 지역으로 흘러가 경제적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부대고기로 만든 부대찌개가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로 자리 잡아 홍보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안보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실제로 미군기지가 자리 잡은 지역은 1960~70년대에 먹거리를 찾으러 몰려온 사람들이 많아져 도시화가 진행되고, ‘시’로 승격되었기에 경제적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모두 해당 시기에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있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본 이야기 아닌가? 실제로 지역 사람들의 삶도 그러했는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검토해보아야 할 일이다.


이러한 내용은 의정부시·의정부문화원에서 2014년에 편찬한 『의정부시사』를 참고하여 구성해볼만 하다. 『의정부시사』는 총 8권으로 편찬되었는데, 그 중 『의정부시사 6권 - 역사 향기 깃든 의정부』의 제3편 제5장에는 「주한 미군, 그리고 의정부 사람들」이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은 의정부에 미군기지가 들어선 뒤 기지촌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기지촌 여성 문제와 미군범죄 등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의정부시사 5권 – 의정부 주민의 삶과 생활』은 구술사 방법론을 기초로 연구한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증언을 소개한다. 동족 마을의 토박이, 시 발전을 함께 했던 토박이, 해방 전후 의정부 지역으로 왔던 사람들, 시 승격 이후 이주한 사람들, 미군부대 주변의 여성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기억을 정리해놓았다. 이들의 증언은 다양한 시선에서 살아왔기에 여럿일 수밖에 없는 과거 의정부의 편린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 편린들은 미군기지가 의정부 지역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이 사람들의 기억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미군기지가 자리 잡은 곳에서 들리는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 바로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이다. 2014년부터 기지촌 여성들은 우리 정부가 국가권력을 동원해 자신들의 성을 통제했다는 점을 고발하며 재판정에 섰다. 현재 이 재판은 1심, 2심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쌍방이 항소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미군의 성욕을 해소시키기 위해 여성들의 성을 도구화했고, 이를 위해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여성들을 통제하고 관리했다. 이러한 사실은 학생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을 ‘위안’한다는 명목으로 여성들의 인권을 짓밟은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미군을 위해 자행했다는 측면에서 충격을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국가권력이 여성의 성을 도구화하여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을 성찰의 관점에서 돌아보게 해준다. 여성의 성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으며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는 태도, 모든 군인남성들을 이성애자로 간주하고, 여성의 성을 매개로 성적 만족감을 느껴야 하는 야만적인 대상으로 간주하는 이성애 남성 중심의 군사주의의 본질, 국가의 처참한 폭력 행사로 파괴되었던 여성인권의 현실, 이러한 메시지를 학생들과 나누어 보면 좋겠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해볼 수 있는 연구들이 2000년대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한국전쟁 시기에 나타난 국군 위안소와 UN군 위안소에 대한 연구였다. 지금까지의 한국전쟁기와 관련된 연구 성과를 정리한 박정미의 논문에 따르면, 김귀옥과 이임하의 연구는 한국전쟁기 이승만 정부는 국군과 연합군을 위한 ‘위안소’를 설치하고, ‘위안부’를 동원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이임하, 이나영, 최을영은 종전 이후의 경우 신문기사나 정부 통계에서 기지촌 여성들이 ‘위안부’로 불리기도 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박정미는 ‘위안부’라는 명칭이 법령에도 등장하는 공식명칭이었음을 밝혔다. 이후 박정미는 보건부가 한국전쟁기에 결재한 공식 문서를 토대로 정부가 연합군 전용 ‘위안소’설치에 개입한 동기를 밝히고, ‘위안부’통제를 위해 마련했던 지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미군이 한국 정부에 ‘위안소’ 설치를 요청했다는 것과 ‘위안부’ 통제에도 긴밀하게 협조했음을 말해주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상과 비정상은 유동적이며 사회적인 시선에서 구성되는 것이라는 푸코의 통찰을 빌어 당대의 ‘위안부’라는 표상의 배후에 있는 정치적·사회적 시선으로부터 발현되는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한편, 박정미는 한국전쟁기 국군 위안소와 UN군 위안소가 일본군 ‘위안부’와 형태의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으나, 설치와 경영의 측면에서는 어떤 유사성과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박정미는 이유를 일본군 ‘위안부’의 경우 문서기록과 함께 생존자의 증언이 위안소 운영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뒷받침해주고 있지만 한국전쟁기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상황에서 찾는다.


한국전쟁 이후의 시기의 기지촌 문제에 대해서는 이나영의 연구를 참고해볼 수 있다. 이나영은 한국전쟁 이후 유신정권 이전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 기지촌이 공고화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한국전쟁과 미군병사 위안하기가 어떻게 한국 정부의 이해와 결합하는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건설과정에서 국민 만들기와 양공주 만들기가 외화벌이, 국가경제 발전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 국면의 변화를 중심으로 기지촌이 공고화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미군의 충실한 조력자로 기지촌 경제에서 흘러나오는 이익을 누린 반면, ‘위험하다’고 분류된 여성들은 ‘안전하게’ 구획된 공간에서 억압당하며 민족과 젠더, 그리고 여성 내부의 경계 속에서 도구적으로 사용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이나영은 국가의 정책이 법령상 원칙적으로 여성들의 성매매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법령의 변칙적인 운용으로 사실상 여성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지촌 성매매정책의 특징을 ‘공식적인 금지주의’와 ‘비공식적 규제주의’가 혼재한 ‘위선적 금지주의’라는 결론을 주장하였다.


이에 덧붙여 박정미는 유신시기에 ‘묵인-관리’로 점철되는 기지촌 정책이 1990년대 중반까지 유지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연구는 다양한 통계자료, 개정된 법령을 검토하며 사실상 박정희 정부에 의해 완성되었던 ‘묵인-관리’체제가 90년대 초반까지도 유지되어 여성들의 성이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되어 왔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상의 연구 성과에 덧붙여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할 당사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연자는 20대부터 20년 간 기지촌에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자전의 형태로 담아 『아케리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2005)라는 책을 내었고, 김정자는 새움터 활동가 김현선의 도움을 받아 기지촌이 존재했던 곳이자 자신이 살았던 여러 장소를 답사하며 당시의 경험을 복기하는 기록을 『미군 위안부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2010)이라는 책으로 남겼다. 최근에는 기지촌 여성들이 2014년부터 국가를 상대로 재판을 제기하면서, 법정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지역사회의 현안과 연결 지어 공부해볼 수 있다. 2003년 미군에 의해 발표된 재배치 전략에 따라 현재 미군기지는 경기도 남부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의정부 내에 있는 여러 미군기지도 현재 이전한 상태이며, 미군에게 공여된 토지는 반환이 이미 이루어진 곳도 있고, 그 절차를 밟고 있는 곳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의정부시는 미군기지가 떠난 자리, 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의정부시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학교 앞 레드 클라우드가 철수하면, 그 지역을 '안보관광 테마파크'로 바꾼다고 한다. 이에 시민사회는 시에서 일방적으로 방향을 정해버린 점에 유감을 표했고, 미군 공여지 활용방안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의 논의를 활성화하며 시의 일방적인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매월 ‘의정부시 평화포럼’을 개최하며 미군기지와 관련된 역사를 월례강좌의 형태로 탐구하고, 공여지 활용문제와 연계지어 공부를 시작했다. 시민사회의 논의와 사회적 논쟁을 교육에 접목시켜본다면 학생들은 세계의 문제, 과거의 문제, 우리 지역의 문제가 곧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냉전시기부터 미군기지가 자리 잡았던 ‘군사도시’ 의정부는 반환된 미군 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어떻게 활용해야 건강한 기억을 기반으로 우리 도시를 바라볼 수 있을지를 학생들과 이야기해볼만 하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미군 공여지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보조 자료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미군기지가 이전하면서 경기도는 반환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기도연구원에 발주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10년 간 반환된 미군 공여지를 각 지자체가 개발하면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정리하며 앞으로의 개발 방향을 제안한 연구, 국가주도로 진행된 개발계획의 결과를 성찰하고 지자체의 관점에서 나온 의견이 개발의 방향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연구가 있는데, 두 보고서에는 현재까지 국가와 지자체가 어떤 구상을 가지고 반환된 공여지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활용하면 학생들과 우리 지역의 문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생각을 해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2) 수업안


앞에서 언급한 수업의 방향성과 내용구성을 반영하여 총 3차시의 수업을 계획해 보았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냉전과 미군기지, 그리고 의정부가 어떤 관계를 맺고 시간을 보내왔는지를 공부해본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기지촌 여성의 인권문제를 우리 정부에서 행한 국가폭력에 방점을 두고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세 번째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환된 미군 공여지 활용문제에 대해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을 나누어 본다. 구체적인 차시별 수업안은 아래와 같다.

맹2.JPG [표2 : 차시별 수업안]

위 수업 계획에서 교사가 가장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수업은 두 번째 차시였다. 그 이유는 첫째로 ‘교사가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관련하여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제시한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기지촌에서 나타난 제 상황들이 사실이지만, 그 사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를 직면하는 것은 위에서 박정미가 언급한 바처럼 ‘증언’으로 뒷받침 될 때에야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민해보면 한국전쟁기에 있었던 정부의 성매매정책은 학생들에게 언급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생긴다. 학생들이 ‘여성들은 어떻게 동원되었나요?’, ‘여성들이 있던 그곳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였나요?’라는 질문을 하였을 때, 교사가 제시해줄 수 있는 자료는 제3자인, 게다가 가해자의 입장인 예비역 군인이 남긴 자서전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자료는 1960년대 이후의 자료로 한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두 번째로 기지촌의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공부한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 행위를 자발적인 것과 강제적인 것 사이에서 마치 법관이 된 것 마냥 여성들을 재단하곤 하는데, 학생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성의 성을 대상화시키는 문화에 익숙한 남학생들은 기지촌 여성을 남성들에게 소비되는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음을 유의해야한다. 여성들의 삶에 놓인 구조적인 폭력을 외면한 채 자발적인 행위인지 강제적인 행위인지를 따지는 일은 ‘순결한’ 성이 고귀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을 구분 짓고, 순결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여성은 자신이 폭력적인 상황을 선택하였으므로 그 피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을 짓는다는 점에서 인권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멀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둔다면 교육적인 시선으로 준비한 세밀한 장치가 필요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재판정에 서 있는 할머니들이 경험한 피해사실에 공감하는 것이다. 자신과는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의 인권문제를 생각해보는 것은 당사자가 되어보는 공감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보았을 때, ‘자발적으로 기지촌에 들어가 성매매를 행한 여성’이라 판단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직접’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의 첫 단계를 마주해야한다. 동시에 할머니들을 일방적인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조력해야한다. 사회의 왜곡된 시선에 맞서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처음으로 고발한 김학순 할머니처럼 “피해자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범죄를 기록으로 남기고 사죄를 받아야겠다.”며 증언의 장에 선 기지촌 여성들을 연민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인권 운동가의 길로 접어든 그들의 삶을 협애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교사는 현재 기지촌 여성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재판정에서의 발언, 증언록 등을 활용하여 생생하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는 여성들의 경험이 자발적·강제적이었다는 점과 상관없이 국가권력이 여성의 성을 통제하고 관리하여 마땅히 존중받아야할 ‘인간의 신체적 자유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어야 함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러한 메세지를 직시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의 행위를 비판적·성찰적으로 톺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국가권력이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행위가 모든 사람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시선에서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인지 성찰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결국 국가권력의 가해행위는 본질적으로 성을 군대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는 오히려 이성애 남성을 반인권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잠재적인 존재로 상정한다는 점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임을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마련해보아야 한다.



3. 수업의 전개


(1) 1차시


첫 번째 수업은 내가 사는 곳에 미군기지가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시작하였다. 의정부고 후문 바로 앞에 캠프 레드클라우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우리 지역에 미군기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군기지가 존재하게 된 연원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막연히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와주기 위해서’, ‘북한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미군기지가 북한과의 냉전적 적대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산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후 학생들은 교사가 제시한 읽기자료를 읽었다. 읽기자료는 ➀ 냉전의 역사와 아시아에서 벌어진 열전(베트남 전쟁과 한국전쟁), ➁ 냉전 공간으로서 의정부에 자리 잡은 미군기지, ➂ 미군 기지를 기억하는 1960~70년대 의정부 사람들의 기억(구술자료)으로 구성하여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읽기자료를 읽고 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모둠별로 진행하였는데,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정리하고 구술 자료에 드러난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통해 미군기지가 우리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탐구하였다.


학생들과 수업의 마지막에 나눈 내용은 1967년 의정부시에서 진행된 실태조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조사는 읽기자료에 포함되어 있는데, 해당 자료에 따르면 당대 의정부 시민들은 지역의 가장 큰 사회문제를 ‘윤락여성들의 존재’로 지목했다. 그 이유는 윤락여성들의 존재 자체가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다는 논리였다. 이 자료를 읽은 학생들이 보인 반응 다수는 당대 의정부 시민들의 인식처럼 윤락여성들의 존재 자체가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기지촌 여성들의 삶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연히 그들의 삶을 대상화하여 구성된 시선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기 위해 3가지의 질문을 학생들과 나누었다.


Q. 1967년에 진행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정부 주민들이 심각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 대상은 ‘윤락 여성’이었어요. 이 여성들은 당시 ‘양공주’, ‘양색시’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질책을 받았다고 해요. 다음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1) 윤락여성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나요?

(2) 함께 있었던 윤락여성을 찾는 사람들도 나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요?

(3) 그런데 왜, 실태조사에서 사람들은 윤락 여성의 존재만을 부정적으로 인식할까요?
맹4.JPG [사진1 : 질문에 대한 학생의 생각]

다시 생각해보니 위 질문은 교사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질문이었던 것 같다. 몇몇 학생들은 교사의 의도를 눈치 채었는지 기지촌 여성들만을 문제로 삼은 생각들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였지만, 반대로 상당수의 학생들은 자신의 몸을 파는 것은 절대적으로 나쁜 행위이며 사회적으로 좋은 행위가 아니라며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교사는 몇몇 학생들의 생각을 언급하며 우리 안에는 윤락여성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동시에 우리는 현재 제3자적 입장에서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당대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다음 시간에 알아보자는 예고를 하며 수업을 마쳤다.


(2) 2차시


두 번째 수업은 2016년 기지촌 여성들이 재판정에서 증언했던 내용을 읽으며 시작했다. 여성들의 진술은 여성들이 경험한 피해사실을 직접 접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로 우리 정부를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삶을 대상화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정부에 의한 국가폭력 사례를 성찰적으로 공부해볼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였다. 학생들에게는 ‘위 재판에서 발언한 피해자는 가해자로 누구는 지목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제시하였고, 학생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우리 정부라는 답변을 하였다.


[2016년 7월 8일, 9차 변론기일 : 당사자 본인 신문]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우린 태어난 이 나라에서 버려졌습니다. 우리나라가 개입하여 만든 곳에서 우리는 폭력과 갈취, 이용만 당했습니다. 아무도 우리 입장을 생각해주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그곳으로 들어가게 만든 직업소개소와 포주를 다 묵인해주었습니다. 거기서 우리가 번 돈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몸을 버렸으면 돈이라도 벌었어야죠. 돈 버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포주만 돈을 버는 이런 구조를 만든 우리나라가 우리를 이용해 먹고 버린 겁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원해서 그곳에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직업소개소에 속아 그곳으로 빚을 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빚은 돈을 벌수록 이상하게 더 오르게 되고, 10대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와주는 어른도 없었습니다. 하루에 상대하는 군인은 하루 거르지 않고 5명 이상입니다. 이런 것이 너무 무섭고 싫어서 도망가면 찾아 잡아오고 때리고,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면 포주한테 일러서 빚을 올려 다른 곳으로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판사님! 이런 상황에서 제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억울합니다.”

- 출처 : 하주희, 「기지촌 ‘미군 위안부’ 판결의 의미와 과제」『‘미군위안부’문제 심포지엄 자료집』, 2015.

이후 학생들에게는 ➀ 기지촌에 대한 정보, ➁ 기지촌 여성들의 삶에 대한 정보, ➂ 1960~70년대 삶에 대한 여성들의 증언과 한국 정부의 국가폭력 행위로 구성된 자료를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자료를 읽으며 기지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형성 과정, 주변 풍경)를 정리하고, 기지촌에서 여성들이 국가로부터 어떤 통제를 경험하였는지를 분석하였다. 이후 이번 차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질문 몇 가지를 모둠 친구들과 나누었다. 이 질문들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남자 학생들만 모여 있는 교실환경에서 고민해봤으면 하는 교육적인 지점을 반영했던 것이었다.


맹5.JPG [표5 : 학생들에게 제공된 학습 과제]

첫 번째 질문 (1)은 기지촌 여성 문제도 국가권력(정부)이 여성의 성을 이성애 남성으로 구성된 군대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였고, 그 방법은 폭력이었다는 점을 탐구해보는 것이었다. 이전 주제에서 공부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생각해보면서, 기지촌 문제에서 우리가 성찰해 봐야하는 여성인권 문제를 짚어보는 방식이었다. 질문에 교사의 의도가 지나치게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기지촌 문제가 모두 국가‧군대‧정부‧남성‧전쟁을 위해 일본군이, 우리 정부가 여성이 인권을 유린한 사례라고 결론을 지었다.


맹6.JPG [사진2 : 질문에 대한 학생의 생각]


그러나 교사의 수업 의도와는 다르게 기지촌 여성들이 놓인 폭력상황이 정당한 것임을 주장한 학생도 있었다. 이 학생은 모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교사가 제시한 질문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를 동등하게 비교하며 여성 인권를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수업시간에 밝혔다.


“저는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수업을 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엄연히 다른 문제잖아요. 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그곳에 가서 그 행위를 한거고. 이런게 옹호되면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도 다 옹호해야 되어요. 그리고 엄연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와도 구별되는데, 이걸 왜 같이 이야기해야하죠?” - 의정부고 2학년 김OO -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해당 학생의 발언에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들도 여럿 보였다. 이에 교사는 해당 모둠으로 가서 학생들에게 질문하였다. “여성들 자신이 자발적인 의지로 기지촌 주변에 살았다 하더라도, 국가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니?”, “자발적이건 강제적이건 그 중간 어디쯤이건 여성들이 살았던 공간에서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경험을 했던 사실이 있지 않았니?” 학생들은 질문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꼈는지, 숙연한 태도를 보였다. 아마도 학생들이 생각하기에 질문을 했던 교사의 말투와 어감이 이견을 보이는 학생에 대해 비판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질문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은 예전에 훗카이도에서 일본 교원노조 선생님들과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수업 사례를 나누는 자리에서 히라이 선생님이 공유해주셨던 수업을 참고하여 만든 것이었다. 일본의 히라이 선생님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수업하실 때, 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의 본질중 하나는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들은 성적 만족감을 충족시켜 관리해야한다는 생각’임을 일깨우기 위한 대화를 나누신다고 한다. 학생들은 히라이 선생님의 수업을 참고하여 만든 질문(2)로 수업 후반부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사의 제안으로 전체 친구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공유해준 학생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밝혔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에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나라에서 군대에 있는 사람들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그저 사람들에게 성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야하는 동물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의정부고 2학년 김OO -


맹7.JPG [사진3 : 질문에 대한 학생의 생각]


(3) 3차시


세 번째 수업은 최근 의정부시에서 사회현안이 된 반환한 미군 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정부에 기지촌이 확대되었던 1960~70년대의 주민들이 아직까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분들은 현재 의정부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안보테마 관광파크 개설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를 상상해보았다. 또한 의정부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해보고 지역 주민으로서 의정부시에서 제시안 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누었다.

멩8.JPG [사진4 : 질문에 대한 학생의 생각]



4. 에세이를 통해 본 학생들의 반응과 고민


(1) 학생들의 반응


의정부고의 수업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삶은 수업 전체의 맥락상 ‘부분’으로 다루어졌다. 그리고 에세이의 주제가 지역사회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것이어서 기지촌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아쉽게도 다소 소략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학기 말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1학기 수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나왔던 수업이야기를 함께 참고하여, 학생들은 기지촌 문제를 다룬 수업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의 반응은 학생들이 작성한 에세이와 학기말 수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적은 의견을 바탕으로 분류해본 것이다.


➀ 평소 알지 못하는 우리 지역사회의 역사를 접하며 흥미를 느꼈다는 의견


‘냉전과 의정부 미군기지의 역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역사적 사실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자세히 알진 못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미군부대가 왜 생겼는지도 자세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점만 있는 줄 알았던 미군부대가 여러 가지 이면이 있다는 내용을 배운 후 인식도 좀 달라진 것 같다.

‘미군부대 활용 방안에 대한 나의 생각’ 이 질문을 받고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에 좀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친구들과의 토론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서로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우리 지역보다는 내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지역도 생각해볼 수 있어 유익했던 것 같다.(의정부고 2학년 김OO)
‘냉전과 의정부 미군기지’주제를 공부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배워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지역의 역사를 세계사에서 한국사에 이르기까지(냉전-6.25전쟁-미군기지)의 과정을 공부하면서 의정부 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다. 함께 나누었던 질문 중에서 인상 깊은 질문은 일본군 위안부와 기지촌 여성들이 경험한 폭력에 대한 질문이다. 두 사례의 공통점에서 내가 생각했던 부분 중 하나가 제대로 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었다. 그 부분이 내가 했던 프로젝트 발표 주제였던 ‘베트남 전쟁’의 라이따이한 문제와 또 연결되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고 인상 깊은 것 같다.(의정부고 2학년 윤OO)
내가 세계사 수업 중 가장 인상적이라 느꼈던 주제는 ‘기지촌 여성들’이다. 그 이유는 세계사 수업 중 가장 현대에 가까운 사건이기도 했고, 내가 공부하는 우리 학교의 앞 지역에서도 굉장히 활성화되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두고 기지촌 여성들을 비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부분에서 깊이 생각해보았고 그것이 친구들과의 토론에서도 가장 대립이 심한 부분이었다.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의정부고 2학년 배OO)


가장 기억에 남은 것 같은 주제는 아마 의정부 기지촌에 대한 수업이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한 과거의 일들을 접한다는 것은 그저 책으로 전해지는 의미 이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 의정부에 기지촌이 운영되는 점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점은 알겠지만 그 점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생각 끝에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있었기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의정부고 2학년 김OO)


➁ 기지촌에서 유린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여성의 성을 도구화했던 국가권력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보인 의견


우리 정부는 기지촌 여성들을 통제했다. 당시 국가는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했으나, 일부 특수구역은 성매매를 허용하여서 기지촌을 묵살하고 육성하며, 많은 기지촌 여성들에게 아파트 제공과 노후혜택 보장을 약속하며 기지촌 여성들을 독려하였다. 특히 미군들이 많이 이용하는 기지촌은 미군의 사기충전, 외화벌이 등을 목적으로 과세를 면제받는 등의 혜택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 공무원들은 기지촌 여성들에게 미군을 잘 대하는 법, 영어회화 등을 가르치며 보건증에 성병검진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끌고 가는 토벌과 성병감염 미군이 같이 성관계를 맺었다고 지목하는 콘텍트로 지목된 기지촌 여성은 수용소에 감금당하는 등 국가 주도 하에 미군에게 성병 안심을 목적으로 지독한 성병 검사를 당하였다. 과거 기지촌 여성들에게는 아픔으로 남을 수도 있는 미군기지가 이전하게 되어 의정부시는 이곳에 ‘안보관광 테마파크’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안보관광 테마파크를 통해 관광객이 급증하여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테마파크 중심으로 많은 일자리 창출로 경제 활성화가 된다면 의정부에 큰 이익이 될 것 같다. 그러나 한쪽 작은 공간에라도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곳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기지촌 여성들은 기지촌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공장에서 일하는 줄 알고 속아서 오는 사람이 다수였고, 직업 소개비 등으로 고율의 이자가 있는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도 많았다. 경찰서도 가거나 도망치면 다시 포주에게 잡혀와 폭행을 당하거나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또한 성병검사에서 제대로 된 검사 없이 토벌, 콘텍트라는 이유로 감금되어 큰 고통이 있는 페니실린 주사를 맞으며 한 공무원이 기지촌 여성들을 불러 외화를 벌어다 주는 애국자라고 칭하며 미군 상대를 더욱 부추기는 등 기지촌 여성은 인권을 짓밟혔다. 이번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수업이 없었다면 나는 의정부에 살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아마 현재 의정부에 살고 있는 청년층들은 거의 모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안보관광 테마파크 옆 한 구석에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공간을 조성하여 사람들에게 여성들의 슬픈 과거를 알리고 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의정부고 2학년 서OO)


➂ 우리 지역사회의 현안과 연결지어 ‘무엇을 기억해야 의미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 속에서 우리 지역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는 의견


기지촌 여성들의 아픔이 깔려있는 기지촌과 미군기지를 현재 의정부시에서는 반환받은 뒤 관광, 문화 등의 목적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한 의정부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손실에 대한 목적으로 문화, 관광시설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하였다. 나는 미군기지를 다른 시설로 바꾸어 홍보함으로써 그 속에 잠들어 있는 수 많은 일들(기지촌 여성, 윤금이씨 살인사건 등)이 지워지고 잊혀져 사라질 것만 같아서 슬프다. 나는 미군기지와 얽혀있는 깊은 상처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생각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의정부에서 살아온 나도 처음으로 기지촌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저 미군 하면 미군기지와 부대찌개 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내가 이 사실들을 알고 나니 미군기지를 다소 씁쓸하게 보게 되었다. 이 미군기지를 그저 관광시설로 만들어 사람들을 모으기 보다는 기지촌 여성과 같은 미군과 관련된 여러 달갑지만은 않은 사실들을 알리는 것이 국가가 이들에게 해야 하는 최소한의 보상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의정부시의 발표가 시민들과의 협의 없이 결정되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의정부 시민과 오래전부터 기지촌 여성들을 도와주었던 두레방과 함께 힘을 합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의정부고 2학년 김OO)


➃ 여성들의 아픔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택한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



전쟁에서 여성 혹은 남성, 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짓밟히는 일은 되게 흔한 일이다. 하지만 휴전국가 그것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성들의 인권이 묵살되었다는 것은 충격이 큰 것이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전쟁 당시의 피해, 즉 인권을 말 그대로 개나 줘 버렸던 시대에 비하면 비교 자체가 쑥쓰러운 일이다. 이들이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말로는 맨날 맨날 강제로 끌려가 성병을 확인해야만 했고, 고위 간부직 공무원들이 착하게도 은퇴 후의 삶을 보장해준다 하였고, 만에 하나 성병이 의심되기라도 하면 상당히 고통스러운 주사를 놨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자의적으로 그 일을 하였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법률상 성매매는 불법이다. 물론 사고파는 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관계없겠지만 성매매는 성을 파는 것에 대한 금지법이다. 따라서 불법적인 일을 한 사람들이 위 3가지에 대해서 국가를 비난한 것이 된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이건 마치 살인자가 자신이 감옥에 사는 것은 주거권 침해 즉, 인권침해라 주장하는 것과 같다. 쉽게 많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자신의 명예를 팔고 나서, 이제 와서는 명예를 지킨 사람까지(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욕보이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나는 레드 클라우드를 안보 관광 테마파크로 만드는 데에 있어 조금은 긍정적이다. 미국과 한국ㅇ의 군사동맹에 굳건함과 의정부의 짧은 역사를 시각적·공간적으로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 의정부고 2학년 김OO -



(2) 교사에게 남은 고민


학생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몇 가지의 불편한 지점과 만난다. 첫 번째는 대다수 학생들의 의견이 교사가 수업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의 의도와 충실하게 맞물린다는 점이다. 수업을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된 질문들을 다시 살펴보니, 학생들에게 해당 질문들이 어떻게 다가왔을 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지나치게 ‘당위적’이었거나,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질문의 성격이 이러했던 까닭은 수업을 디자인한 교사의 ‘불안감’때문이었다.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수업에서 반보편적인 생각들이 교실을 지배하지는 않을까? 이 수업이 오히려 재판정에 서 있는 여성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남기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재판정에서는 정의의 관점에서 진실을 밝히는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정치적‧사회적‧인권 친화적 감수성에 따라 달리보고 있기에 수업이 불필요한 민원을 낳게 되지는 않을까?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시한 질문을 다시 마주하면서 솔직한 교사의 내면을 만나게 된다.


두 번째, 교사의 걱정대로 소수의 학생들은 자발성과 강제성 사이에서 여성들의 삶을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여성들의 행위가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 행위가 합법적인지 불법적인지를 따져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학생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지촌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기지촌에서 거주하며 성매매 행위를 하여 불법에 가담했기 때문에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를 구분 짓는 시선을 만난다. 강제적으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자발적으로 기지촌에 들어갔다고 판단되는 여성들 사이에 구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수업으로 재생산되는 만들어진 구분을 학생들과 어떤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 교육적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를 느낀다.


마지막은 학생들이 에세이에 담은 언어가 당사자의 입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학생들의 에세이에서 나타나는 거리감을 의정부여고 학생들의 글을 읽기 전까지 느끼지 못했다. 의정부여고에서 근무하는 이어라선생님은 여학생들만 있는 교실공간에서 자신의 고민거리를 바탕으로 같은 주제의 수업을 실천하셨다. 그리고 수업 이후 의여고 학생들도 에세이를 작성하였는데, 여고 학생들의 에세이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글과 사뭇 다르다. 학생들의 글은 나 자신도 여성들이 느끼는 삶의 문제를 동일한 공감대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이번 세계사 시간에 한 여성 인권에 대한 활동들 모두 유익했다. 몰랐던 사건들도 새로 알게 되었고 그 사건들을 알게 됨으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특히 우리나라가 직접 위안소를 설치했다는 사실은 너무 놀라서 화가 나기도 하면서 누군가에게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배신감이 들었다. 위안부, 위안소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 때 일어났던 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만 쓰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쓰이고 있었다. ‘국군 위안소’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 홧김에 정신이 다 이상한 것 같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런 여성 인권에 대해 말할 때, 조심히, 또 깊게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단순히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남자들이 문제’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면 안된다. 그 보다 더 큰 원인을 생각하고 찾아내야 한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당시 여성들이 윤락여성들의 삶을 택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국가와 ‘국군 위안소’를 설치한 까닭,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부터 여성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이렇게 어두운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한동안 난리였던 ‘버닝썬 사건’이 이 활동과 많은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 의정부여고 2학년 최○○ -



우리 역사에 있던 윤락여성들이 떠오른다. 몸을 파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앞서지만 대체 그 대가로 얻은 것이 무엇이길래 ’팔았다‘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인가? 누가, 왜, 감히? 여성들을 그런 곳으로 내몬 것은 여성 스스로가 아니라 사회와 제도이다. 돈으로 다른 사람을 사려는 행위를 왜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것일까?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당연하게 찾는 남성과 배우자가 있는데도 룸을 방문하는 남성들은? 순진한 학생들을 랜덤 채팅으로 끌어들여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들은?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달아서 불법 촬영을 하는 남성들과 그 영상을 소비하는 남성은? 간호사복과 교복을 성적으로 인식하고 직업여성을 남성들과 다르게 보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더러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은? 윤락여성이 나쁘거나 나쁘지 않다는 건 사실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건 숨어 있는 더 나쁜 사람들이다. - 의정부여고 2학년 김○○ -


위안부, 성폭행 등을 벗어나서 ’성매매‘만을 두고 모둠 친구들과 토론을 해 보았다.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성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주장도,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난 모든 걸 다 떠나서 성매매 자체는 본인이 개인 의지로 성을 판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매매를 불법으로 해두는 의미를 모르겠다. 만약 성매매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성매매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를 신고할 수 있을텐데 성매매가 불법이라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 의정부여고 2학년 전○○ -



여고 학생들은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여성들의 인권이 동등하게 보장받지 못했다는 관점에서, 그리고 차별받고 억압받는 삶이 최근에도 있었고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나갔다. 학생들의 생각은 국가권력의 개입문제를 떠나 성이 상품화되고 있는 지속된 현실과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글을 읽다보면, 기지촌 여성의 문제가 국가권력이 인간의 성에 대해 보호 또는 규제의 관점으로 관계 맺는 지점에서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역사적으로 여성의 성을 도구로 보아왔던 남성 중심의 군사주의 문화가 국가권력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10) 여고 학생들의 에세이가 말하는 당사자들의 관점을 남자 아이들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10) 특히 마지막 학생의 글은 성매매에 대한 현재의 관점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눈에 띤다. 학생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받아야한다는 입장에서 국가권력이 성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법률 자체를 문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쟁점들 가운데 자유주의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여성주의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곧 성노동의 개념을 도입하여 성매매를 전면적으로 비범죄화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낙인을 줄여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성매매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다음의 글을 참고해보면 좋다. 이나영, 「성판매자 비범죄화를 위한 시론」『페미니즘 연구』15, 한국여성여성연구소, 2015.




5. 주변의 반응을 통해 본 기지촌 수업


수업 주제가 정말 민감하고 논쟁적인 것이었음을 수업 이후에 재차 느끼고 있다. 그 계기는 수업 이후에 마주한 몇 가지의 경험들이었다. 첫 번째 계기는 본 주제의 수업을 참관한 우현주 선생님이 sns를 통해 수업을 했다는 사실을 공유하면서 나타난 주위 선생님들의 우려였다. 그 우려는 아무래도 국가안보를 미군으로부터 일부 도움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자칫 기지촌의 문제를 다룬 수업이 정치적 관점에 따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반미감정으로 비쳐질 수도 있고, 정치적 문제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버린 수업은 교사를 정치적 중립성에 가둔 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학생들도 국가안보에 도움을 주는 미군을 자칫 부정적인 존재로만 바라볼 수 있다는 우려를 수업 과정에서 언급한 바 있기에 선생님들의 우려를 수용하여 해당 sns 게시물을 내렸다


이런 우려를 접하면서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로 실천한 수업이 사회적으로 공유되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논란의 가능성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수업의 주제는 정치적·사회적·종교적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사람들이 각자 시선에서 비판을 제기해볼 일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비판이 대부분 수업을 실천한 교사를 대상으로 하면서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 수업 실천에 대해 ‘금지주의’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정치적·사회적·종교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염려하는 교육현장에서 어렵게 실천하는 교사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된다.


교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자신의 수업이 공유되면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에 휩쓸리는 것을 피해야할까? 아니면 오히려 이에 맞서 적극적으로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가 교육적임을 이야기하고, 수업주제에 대한 판단은 학생의 몫이므로 교육주체들에게 맡겨달라는 당위적인 당부를 재차 사람들에게 설파해야할까?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이번에 공유된 수업을 개방적인 sns에 올리고 내린 일은 교사들의 교육실천이 마주한 어려움을 확인시켜주면서, 더불어 미군기지가 안보와 경제에 이익을 가져다주었다는 국가의 시선과 이익과 손해를 넘어 다종다양한 개인·지역 주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충돌할 때, 교육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제기되는 문제제기를 우려하여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현실을 직면케 하여 슬프기도 했다.


한편으로 선생님들의 우려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주제의 수업이 어떤 시선에서 비춰질지를 성찰하게 해주었고, 그 영향으로 교사의 수업이 기지촌에 거주했던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만들었다. 현재 70대, 80대가 된 할머니들의 마음은 어떨까? 2014년부터 시작된 재판으로 자신들이 국가로부터 당한 폭력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두레방·새움터 등의 시민단체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직까지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삶을 직면할 때에 상당히 힘들어 한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정서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지촌에서 벌어진 일을 교육의 소재로 삼는 것은 당사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올까? 교사의 수업이 지나치게 교육적 목적만 생각한 나머지 당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려 깊게 살펴보지 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두 번째 계기는 수업 주제에 대한 동료 선생님의 비판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낸 동료 선생님은 기지촌 여성의 문제를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국가 권력이 여성의 성을 도구로 삼았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여긴 인식과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구성한 수업의 방향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선생님의 논지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 상황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의 측면이 강하고, 강제적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기지촌에서 자발적인 성매매 행위를 했던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와 동일선상에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수업자의 인식과 의도가 교육적으로는 온당할지 몰라도,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특수성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스럽다는 지적이다.


둘째, 자유주의적 여성주의자들이 제기한 성노동의 개념처럼 인간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성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성을 판매했던 기지촌 여성들과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이 경험한 과거의 유사성에 주목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성 노동을 했던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행위가 마치 전쟁범죄로 발생한 피해사실과 동일시하게 만드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경우 우리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지나치게 우리의 시선에서 재단하는 일이 되므로 조심스러워진다는 의견이었다.


셋째, 결론적으로 국가가 여성의 성을 폭력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였다는 점과 국가와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이어진 기지촌 문화를 대상으로 수업의 소재로 삼는 것은 아주 의미 있으며 필요한 수업이지만, 성매매와 성노동자의 관점에 대한 우리사회의 합의가 아직 성숙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성노동자의 관점으로도 다각화하여 역사를 보려는 노력도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시선에서는 이번의 수업사례는 교육적으로 온당하지 못한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국가가 여성의 성을 폭력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므로 이를 수업의 소재로 삼는 것은 문제로 보이지 않지만, 수업이 학생들로 하여금 기지촌 여성들을 오로지 피해자로만 바라보게 한다면 여성들의 삶을 섣부르게 판단한 교사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으로 비춰지므로 문제처럼 보이게 된다.


나는 첫 번째 논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였다. 자칫 일반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역사수업이 역사적 사실의 구체성을 흐린 채 학생들에게 당위적인 메시지만 전달하게 될 위험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논지에는 불편함을 느낀다.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는 동료 선생님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왜 불편하게 만들고 있을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동료 선생님의 이야기는 나와 다른 젠더 감수성에서 비롯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성매매는 성노동일 수 있다는 일부 여성주의자들의 생각인 것이다. 실제로 기지촌 여성들은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기지촌에 거주하게 되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다양한 맥락이 있다는 이유로 혹여나 구조적이고 문화적으로 행사된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흐려질까 걱정이 된다.


두 가지의 경험을 되돌아보니, 우리 지역의 문제가 다층적인 논쟁적 이슈가 만나는 지점에 서있어서 더욱 논쟁적이고 민감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으로부터 안보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을 달리 보는 정치적인 시선들, 구조적·문화적 폭력에 놓인 여성들의 삶의 맥락을 달리 보는 사회적인 시선들이 기지촌의 문제를 바라보는 공부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 냉전시기 미군기지가 자리 잡으며 우리 지역 주민들이 경험한 아픔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수업이 학생들에게도 교사에게도 복잡함만 낳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통해 1960~70년대 기지촌 여성들이 경험한 폭력을 짚고, 피해사실에 공감을 학생들과 나누어보았다는 점에 의미를 두어보고 싶다. 기지촌 여성들은 2014년부터 재판을 제기하며 증언대에 서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이긴 하지만 여성들의 피해사실에 대한 국가의 가해책임이 법의 측면에서도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이 주제가 민감하고 논쟁적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논의가 한층 활발해지고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지역사회의 아픔을 소재로 실천한 세계사 수업 사례를 진행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선생님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6. 마치며


※ 참고문헌

○ 단행본

- 장문석 외, 『세계사』 교과서, 금성출판사, 2012.

- 의정부시, 『의정부시사』vol1~7, 2012.

- 문승숙 외, 『오버데어』, 그린비, 2017.

- 김정자·김현선, 『미군 위안부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 한울, 2011.

- 김연자, 『아메리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2005.

○ 논문

- 박정미, 「한국전쟁기 성매매정책에 관한 연구」, 『한국여성학』27, 한국여성학회, 2011.

- 박정미, 「한국 기지촌 성매매정책의 역사사회학, 1953-1995년 – 냉전기 생명정치, 예외상태, 그리고 주권의 역설」『한국사회학』49, 한국사회학회, 2015.

- 이나영, 「기지촌의 공고화 과정에 관한 연구(1950~1960) : 국가, 성별화된 민족주의, 여성의 저항」『한국여성학』23, 한국여성학회, 2007.

- 이나영, 「성판매자 비범죄화를 위한 시론」『페미니즘 연구』15, 한국여성여성연구소, 2015.

- 하주희, 「기지촌 ‘미군 위안부’ 판결의 의미와 과제」『‘미군위안부’문제 심포지엄 자료집』, 2015.

- 장윤배 외, 「경기도_미군반환공여구역_개발__쟁점과_대안」『이슈&진단』, 경기연구원, 2016.

- 장윤배 외, 「미군 반환공여지 국가주도 개발에 따른 경기도 대응방안」『정책연구』, 2018.

- 교육부, 「사회과교육과정 제2018-162호」, 2018.

※ 인터넷 신문

- 뉴스핌, 「“군사도시 의정부를 평화의 도시로” ...의정부 평화포럼 창립총회 개최」, 2019.02.25.자, http://www.newspim.com/news/view/20190225000770

- 한겨레, 「기지촌 위안부 생존자에서 증언자로 거듭났던 박언니」, 2019.02.23.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3286.html




[별첨] 수업사례에 대한 토론 기록

2019년 7월 26일~18일, 2박 3일 동안 의정부에서 자주연수가 진행되었다. 해당 수업사례는 의정부여고 이어라, 의정부고 맹수용 두 사람이 발표하였고, 수업사례에 대한 선생님들과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수업사례를 두고 나눈 이야기의 기록을 함께 실어본다.


<2019.07.26.(금) 수업사례에 대한 토론 기록>


Q1. ‘여고와 남고의 수업을 두 선생님이 바꿔서 해보시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았어요. 먼저 선생님의 수업 속 깊은 고민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Q2. ‘교과서, 교육과정을 교사에게 돌려주자’라는 의견에 적합한 수업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의 역사교사가 자기 지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자할 때 교육과정을 어떻게 재구성하면 좋겠는지를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한편으로 이번 수업은 남고와 여고가 각각 따로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남녀공학에서는 어떻게 진행될지가 좀 궁금합니다. 제가 남녀공학에서 근무를 하는데, 이 상황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관점에서 수업을 하였을 때, 남학생들은 엄청나게 긴장한 모습을 보일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2. 맹수용 – 그래서 2학기 때 효자고 이건주 선생님이 우리 지역의 문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해보시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과 같이 수업안에 대해 재차 고민해보고, 수업을 진행한 뒤에 그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어라 – 처음에는 남고와 여고의 공동수업안을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남학생들의 특성과 여학생들의 특성, 사고방식이 다르고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수업해야하는 것을 생각해보니 문제의식이 서로 달라지더라고요. 결국엔 서로 큰 틀의 생각과 자료만 공유하고 다른 수업안으로 수업을 했어요. 맹수용선생님의 경우에는 수업설계를 하면서 선생님의 문제의식에 주변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더랬죠. 그래서 마지막 차시를 우리 지역의 현안을 소재로 수업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게 되었어요.



Q3.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한 수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냉전 시스템의 산물을 어떻게 해체해야할까? 혹은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아픈 일들이 재현되지 않게 하기 위한 즉 구조적 부분, 노력해야하는 부분에 대한 수업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의정부의 미군기지는 이제 이주하고 있는 것이고, 평택의 사람들은 반대의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잖아요. 종국에는 미군기지, 냉전 자체를 문제시 삼는 이야기를 해야되는 것은 아닌지?

A3. 맹수용 – 맞아요. 이전한 평택은 어떤 상황일까?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어요. 제가 잘 몰라서 좀 더 공부하고 다음 수업에서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추리 사람들의 삶은 더 아프잖아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3번을 사는 지역에서 쫓겨나야했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지금 미군기지가 나간다고 박수치는 상황에 와 있어요. 의정부의 문제를 평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Q4. 성평등, 인권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성의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왜?’라는 질문을 하게 돼요. 성의 문제로 수업을 하면 ‘앞으로 이런 수업하기 힘들겠다. 나도 헷갈려... 젠더 문제로 봐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젠더의 문제로 이야기하다보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이어질까 걱정되는 거죠. 그래서 국가 폭력의 문제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이건 수업을 해야 되나 말아야하나? 의정부고 반응과 관련해서, 선생님은 남학생들이 정말 성을 대상화한 것이라 생각하나요?



Q5. 이 수업이 필요할까요? 성과 관련된 문제는 민감한 문제에요. 광주 선생님이 50대이신데 성평등 교육에 앞장선 남선생님이시죠.(배이상헌) 수업하는 과정에서 문제제기가 될 것 같지 않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이 문제가 잘못 번져서 직위해제를 당한 상태에요. 북유럽사회에서 70년대에 발생했던 상황이 현재 우리나라가 맞이한 상황이라고 봐요. 국가폭력 안에서의 논의는 필요하겠지만서도 맹선생님이 의여고에서 이 수업을 진행했을 때 수업에 대한 학부모나 학생의 반응 등의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네요.

A4+5 맹수용 – 그래서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후에도 혼란스러웠고요. 솔직하게 고백하면 수업에 대한 생각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지금 말씀드리는 발표문도 어제 부랴부랴 마무리 지었어요. 수업에 지역에 아픔을 담았다는 것에서는 의미를 둘 수 있겠지만, 이 수업이 어떤 가치가 있는 수업인거지에 대한 고민이 수업을 진행한 이후에 보다 커지더라고요. 국가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충분히 이야기해볼 수 있지만... 젠더의 관점에서는 발표문에 담았던 것처럼 인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고민이 됩니다. 혼란스러워요.


이어라 – 그래서 맹수용선생님이 수업 자료에서 많은 논문과 책 등의 인용을 확실하게 했다고 생각해요. 그 만큼 수업설계가 타당성의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수업사례의 글이 길어졌다고 봐요. 글을 보면 선생님의 인간적인 갈등이 드러납니다.

맹수용 – 솔직히 고백해본다면 저도 보호받고 싶은 본능을 수업 준비과정에서 느낀 것 같아요. 실제로 수업진행 과정에서 한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동료 선생님들도 수업이 공유되자 혹시나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가봐 우려를 해주셨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지역사람들의 삶 자체였는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상황을 직면해야하는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6.(중3 학생) 그런데 기지촌은 이곳에만 있는 것인가요?

A6. 맹수용 – 기지촌은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상권의 확대와 인구 증가로 만들어진 부분도 있지만, 국가가 개입하게 만들어낸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국가가 여성들의 성매매 행위를 묵인하고 조장하고 관리한 사례죠. 제가 알기로는 송채은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에도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들었어요. 전북에서도 오셨는데, 예전에 티비에서 군산의 기지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방송도 있었지요?



Q7. 미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부를 같이 이야기 한 배경이 궁금한데요?

A7. 이어라 – 우리 정부의 문서에서 기록해서 더불어 당대 신문기사들 속에서 위안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단은 용어의 사실에 근거해서 같이 보고 싶었어요.

맹수용 – 또한 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여성의 성을 도구로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성애 남성을 위주로 사고한 군사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미군 ‘위안부’의 문제는 유사한 점이 크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관점에서 성찰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싶었어요.


Q8. 저도 남고에 근무하고 있는데요. 남학생들이 성에 대해가지고 있는 인식, 과잉 조작, 정치적 확대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가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의 인식을 바꿔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했을 때, 성 혐오적 발언이나 생각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수업을 해야할까요? 어떤 점을 보충해야할까요?

A8. 맹수용 – 돌이켜보니 제가 계획한 수업은 젠더적 관점에서 성에 대한 관념을 묻는 수업은 아니었어요. 성매매와 관련해서 토론한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생각에 대해 의견이 갈려서 조심스럽고 철학적 문제라서 그것을 저의 관념으로 재단하면 오히려 교육적인 의도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국가폭력의 관점에서 주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혐오의 발언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만 두자고 생각하고 질문을 설정했어요. 하지만 수업 이후 학생들이 작성한 수업 에세이를 보면서, 남고 여고 학생들이 젠더적 관점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문제를 보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 고민을 낳게 되었습니다.



Q9. 수업을 전체적으로 보니 젠더문제에 갇힌 느낌도 좀 듭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이 이야기들이 흩어져 있고, 또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훅 들어오는 문제제기가 많이 당황스러웠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수업을 3가지의 측면에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먼저 첫 번째는 지역사를 살펴보면서 하면서 세계사의 맥락을 파악해보는 수업일 수 있겠죠. 그리고 두 번째는 기지촌 여성들의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군 공여지 반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죠. 1차시의 수업은 미군기지가 의정부에 자리 잡게 된 배경을 공부했다는 점에서 부드러웠어요. 그런데 2차시 기지촌 여성 문제를 다룬 부분과 3차시 학교 앞 반환된 미군기지를 다룬 수업이 서로 결이 다르다고 느껴져요. 차라리 1-2차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혹은 1차시와 3차시의 문제를 연결 지어 심층적으로 따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 뒤 교사도 학생도 힘들어진 수업이었을 것 같아요. 위의 상황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요.

한편, 기지촌 여성 문제를 다룬 수업에서는 젠더적 관점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따라서 남학생만, 여학생만 모여있는 공간보다는 정말 남녀공학에서 중, 고에서 이야기해보면 다를 모습이 나올 수 있겠어요. 오히려 면전에 이야기하다보면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며 이야기해볼 수도 있죠. 그것이 진정한 민주적인 수업방식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또한 질문의 층위를 다양하게, 조심스럽게 디자인해서 제시하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팩트 자체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는거죠. 그리고 다른 지역, 다른 나라와 다른 우리의 상황을 비교하여 검토해보고, 이후에는 나라면? 그들은 왜? 현재는 어떠한 상황이지?라는 의미부여의 형태로 질문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보는 것이 필요해요. 학생들의 입장에서 질문이 불편하지 않게 전근대사에서도 여성이 역사의 주체로 공존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전제해온 상황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수업운영이 필요하겠고, 이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학생들이라면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인 학생들과는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A9. 맹수용 –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질문을 학생의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도록, 편안하게 단계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다듬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수업 이후의 고민, 그리고 선생님 말씀을 통해 내년에 같은 수업을 한다면 어떤 지점들을 배려하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 같아요.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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