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서평2 -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
>> 김하늘(김포 사우고, 고등학생)
동아시아사 시간에 독서수업을 한다고 해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했는데, 한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바로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였다. 한일 근·현대사를 다룬 책들은 그동안 많이 보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일 근현대사라는 주제의 책은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장은 일본 제국주의의 확장과 조선 강제 점령을 주제로 근대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 구축하였던 법적 기반과 이로 인한 사회운동 및 여성 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장은 3.1 운동과 사회운동의 전개를 주제로 3.1 운동 이후 조선 여성과 일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3장은 생활과 문화로 교육의 확장으로 인한 여성의 생활, 종교, 노동, 가족과 성별 역할 등을 이야기하고, 제4장은 전시 동원과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일본의 군국주의 정책, 내선일체 이데올로기, 일본군 ‘위안부’제도, 전쟁 협력 등을 다룬다. 제5장은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을 주제로 전쟁 이후의 일본 여성, 이 점령기 여성운동 등 전쟁 직후의 여성 이야기하고, 제6장은 민주화 투쟁과 여성으로 민주화 투쟁, 노동·시민운동과 여성, 일본의 청년문화, 한국의 대중문화 등 여러 문화 이야기와 함께 다룬다. 그리고 제7장은 여성운동의 성장과 여성국제전범법정이 주제로 여성운동의 발전과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 그리고 앞으로의 운동 방향과 전망을 설명한다.
이 책은 기존 역사 수업시간에 배우지 못했던 여성들이 등장하여 흥미롭게 읽었다. 교과서 속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활동에는 김구, 이봉창, 윤봉길 등 주로 의거 활동을 했던 남성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활약상)만 들어 있어서, 그 속에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에 대해선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살림을 도맡았던 ‘정정화’라는 여성 독립 운동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밖에 미주 지역의 한국애국부인회, 대한여자애국단 등 많은 여성이 해외에서 민족 독립에 헌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우회 설립 선언도 기억에 남는다. “여성 스스로 해방하는 날, 세계가 해방될 것.” 이 문장 하나에서 근우회의 의지가 느껴졌다. 한국사 시간에 그저 ‘신간회의 자매단체’로만 배우고 끝났던 근우회가 독자적인 여성 단체로서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여성 노동자 운동에 대해서 들어본 적 없었는데, 1930년 원산 총파업에 이어서 1931년 5월에 평양의 평원고무공장에서 파업을 주도한 노동운동가였던 ‘강주룡’을 알게 되었다. 대동강변 을밀대의 12미터 높이의 지붕 위에서 9시간 이상 밤을 새며 ‘고공농성’으로 고무 여공의 파업을 알렸다고 한다. 어려서 아버지를 따라 서간도에 이주한 후, 항일 무장단체에서 활동했던 남편이 사망한 후 가족을 위해서 5년간 평양에서 고무 공장 여공으로서 일한 ‘강주룡’은 “근로 대중을 대표하여 죽음을 명예로 알 뿐입니다.”라고 외쳤다. 이후 이 사건은 ‘평양의 히로인’, ‘여류 투사 강여사’ 등의 제목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고 한다. ‘원산 총파업’은 1학년 한국사 시간에 배워 알고 있었지만, ‘강주룡’은 처음 들었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빠른 근대화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는 매우 낮아서 활동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가나코 후미코’라는 일본인 여성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나코 후미코’는 박열과 함께 〈대담한 조선인〉이라는 잡지를 내고 ‘후테이샤’를 조직하여 황태자 폭살을 계획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가나코 후미코’는 어린 시절, 계부와 그에게 의존하여 살았던 어머니로부터 극심한 고통을 받고 할머니에게 맡겨져 한반도로 건너가 일본인이 조선인을 멸시하고 학대하는 모습을 보았고, 할머니 일가로부터 학대받아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다정히 대해주는 조선 여인의 ‘인간애’에 감동하였다고 한다. 또한 3·1운동을 목격하면서 “내게도 권력에 대한 반역의 기분이 일어나 감격이 가슴으로부터 솟아났다”라고 했다. 그동안의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사적 관계 때문인지, 적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제 강점기 이야기만 듣다가 우리에게 우호적인 일본인을 알게 되니 느낌이 묘했다.
오키나와의 ‘집단 자결’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오키나와는 일제의 패전 이후 미국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는데, 오키나와 여성들이 ‘야수 미국 병사’를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집단 자결’을 했다고 한다. 적에게 잡히면 강간당한다는 증오와 공포심으로 자신의 아이를 먼저 죽이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군사체제 하에서 강요받았던 ‘현모양처’, ‘가부장제’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 같고, 이런 일본 여성의 모습이 우리가 일제에게 점령당했을 때의 우리나라 여성들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이후 오키나와는 1950년대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한국으로 출격하는 기지가 되어 개발되었는데, 역설적으로 여성을 둘러싼 환경은 악화되어 갔다. 개발이 집중되었던 오키나와 섬 중부 일대는 강간이나 살인·강도 사건이 자주 발생하였고, 열악한 상황 속에 놓인 여성들은 환락가에 발이 묶였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한 분들이 생각났다. 여성을 그저 성적 쾌락을 제공하는 용도로 노출시킨 정부의 행동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당시 저하되었던 일본 여성의 인권이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본 여성의 인권을 높일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우먼리브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일본의 우먼리브는 1970년 10월 21일 ‘국제 반전의 날’에 시위로 시작하여 1975년경까지 계속된 페미니즘 운동을 말한다. 패전 직후에 여성에게 참정권, 교육이나 가족관계에 대한 권리 평등 등 여러 권리가 보장되었는데 실질적인 성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당시 많은 여성이 우먼리브로 향하게 되었다. 일본의 우먼리브는 전후 일본 사회에서 재조직된 가부장제에 대해 정면 도전하였는데, 공적 영역보다는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의식, ‘여성스러움’의 이데올로기 등 사적 영역에 조금 더 집중되었다. 일본 여성의 역사는 더더욱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우먼리브 운동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일본 여성들 또한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의 시각에서 근대가 어떻게 전개되었지, 오늘날 한·일 여성이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사람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 예로 이 책에는 일본과 한국의 반성폭력 운동이 나온다. 일본 사회에서는 여성은 ‘직장의 꽃’이라 불리며 남성 직원의 보조적 역할을 강요받았고, 여성들은 이러한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1980년대 말, ‘성희롱’이란 말이 미국에서 들어오자 비로소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말을 찾았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1989년 ‘성희롱 재판’을 제소한 후, 각지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 그룹이 적극적으로 생겨났다. 한국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러 진보적인 여성운동의 적극적인 연대기구들이 활동이 주가 되었고,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 방지법이 제정되었다. 연대하고자 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많아서 같은 여성으로서 든든함을 느꼈고, 여성의 입장을 이야기할 때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