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올해도 능소화가 피었습니다. / 자작시(37)

by 시 쓰는 소년
photo by 시 쓰는 소년

아침 햇살이 살포시 드리운
여름 골목 끝자락 담벼락 위로

주홍빛 능소화가 피어올랐습니다.


살아생전 당신이 가장 좋아하던 꽃
한 줄기 바람에도 고운 살결처럼 흔들
보다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능소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올랐습니다.

손끝으로 닿기엔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늘 발끝을 들어 바라보던
마치 어머니 당신처럼
한 발짝 다가가면 멀어지는 그리움 같네요.

꽃잎 하나 툭툭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이 저려오던 어느 날
당신의 손길을 닮은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갔습니다.

말없는 능소화는 그저 한들거리는데
처 전하지 못할 말들만 입안 가득히

맴돌고 있습니다.

어머니,
능소화 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당신의 미소가 피어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내 어머니,

능소화 핀 이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그 길 끝에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세요.


내년에도 지금처럼 말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세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내가 바로 알아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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