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살포시 드리운
여름 골목 끝자락 담벼락 위로
주홍빛 능소화가 피어올랐습니다.
살아생전 당신이 가장 좋아하던 꽃
한 줄기 바람에도 고운 살결처럼 흔들려
보다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능소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올랐습니다.
손끝으로 닿기엔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늘 발끝을 들어 바라보던 그 꽃
마치 어머니 당신처럼
한 발짝 다가가면 멀어지는 그리움 같네요.
꽃잎 하나 툭툭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이 저려오던 어느 날
당신의 손길을 닮은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갔습니다.
말없는 능소화는 그저 한들거리는데
미처 전하지 못할 말들만 입안 가득히
맴돌고 있습니다.
어머니,
능소화 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당신의 미소가 피어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내 어머니,
능소화 핀 이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그 길 끝에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세요.
내년에도 지금처럼 말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세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내가 바로 알아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