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너
머물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으며
묶인 채로 자유를 배우는 중이다
파도는 쉼 없이 들락이고
바람은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지만
너는 단지 흔들릴 뿐, 결코 가라앉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별을 대신하고
안개 속에서 길이 되어준 너
목적지 없이도, 바라는 건 없이도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어
기다림의 삶이 되고
흔들림이 존재가 되는 그 자리에서
너는 말없이 말하고 있었다
흔들려도 좋다고
흘러가도 괜찮다고
그리고, 날 밀어내도 괜찮다고
결국, 어디에 있든
어딘가에만 있을 수 있다면
나는 존재하는 거라고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어디로부터 왔는지 보다 그리고, 네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보다
마주하는 지금에 오롯이 집중해야 합니다.
아마,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그가 세상에 존재했는지는 아무도 몰랐을 테니까요.
지금 내가 여기 있고, 네가 여기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부표와의 우연한 만남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