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찾아오는 작고 귀여운 손님
요즘 사랑니 염증이 심해져서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가 아프고, 씹는 것도 힘들고, 가끔은 통증이 귀까지 퍼지기도 하니 정말 괴롭기도 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나만의 고통. 아침에도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사랑니라는 이름이 참 재미있다. 일본에서는 오야시라즈라고 하는데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치아라고 하고(어렸을 때에는 부모가 아이의 치아상태를 확인해 주나 청소년기에는 어렵기 때문), 중국에서는 지치라고 해서 지혜를 알게 되는 나이에 생기는 치아라고 하며, 영어에서는 wisdom tooth 라고 해서 지혜가 쌓이고 성숙하는 시기에 자란다는 비슷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때 새로 나는 어금니가 마치 첫사랑을 앓듯이 아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그 의미를 생각하면 왠지 씁쓸하면서도 애틋한 기분이 든다.
사랑니 전. 한자로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자 속에 사람 인(人)이 4개가 들어 있는 걸 보니, 사랑니가 어금니 위, 아래에 통틀어서 4개 정도 나는 것 때문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봤다.
사랑니가 나면서 겪는 염증은 단순한 통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기, 그 시절의 감수성이 풍부했던 나날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사랑니를 뽑지 않고 있는 이유가 아마도 그때의 감성을 고이 간직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니가 나면서 겪는 불편함은 분명히 힘든 일이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나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친구들과의 수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던 설렘, 그리고 그 시절의 풋풋함이 사랑니와 함께 떠오르니, 아픔 속에서도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종종 찾아오는 염증으로 온 신경이 예민해 지긴 하나 단순한 신체적 고통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가끔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 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랑니를 뽑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마도 사랑니가 나면서 느끼는 이 모든 감정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그 시절의 감성을 잊지 않기 위해 사랑니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사랑니는 단순한 치아가 아니라,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아픔과 불편함 속에서도 그 시절의 감성을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사랑니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언젠가는 이 사랑니를 뽑아야 할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이 아픔을 통해 어린시절의 소중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싶다. 여러분의 사랑니는 안녕한가요? 사랑니.. 때로는 아픔을 주지만 아직은 간직하려고 한다.
P.S 아픈 손가락일 수도 있지만 이따금씩 염증을 동반하는 사랑니를 아직 간직하고 있기에 이렇게 글로도 표현하게 되었다. 끈질긴 인연이다. 아프다고 문 두드릴 때 돌아볼 것이 아니라 분명 존재하지만 잊고 사는 소중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주위를 살피고 돌봐야 할 것이다. 오늘 새벽에도 사랑니 염증으로 잠이 깼지만 이 시간이 참 귀하고 감사하다. 사랑니 '때문에'가 아니라 '사랑니' 덕분에 오늘 하루도 행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